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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무서운 영화

by직썰

<서치>는 두 가지를 찾기 위해 모니터 앞을 떠나지 않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갑자기 사라진 딸의 행방과 언젠가부터 멀어진 딸의 마음까지 되찾아야 하는 아버지의 여정이 펼쳐진다.

 

디지털 공간을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이 두 가지에 꽤 근접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설정은 <서치>의 독특한 형식을 위한 장치이면서, 동시에 꽤 리얼한 일상의 반영이다.

 

그리고 <서치>에 우리의 일상을 반영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외면해온 섬뜩한 진실을 인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글은 그 진실을 마주한 인간의 두려움을 옮긴 글이 될 것이다.

기록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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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는 아버지가 딸을 찾는 여정이면서, 지금은 부재하는 아내(이자 어머니)를 기억하는 드라마다. 데이빗(존 조) 가족이 아내를 기억하는 통로는 컴퓨터 모니터 속에 있다. 컴퓨터 모니터 속 배경화면 이미지, 홈 비디오, 사진 등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그녀의 삶은 기억된다.

 

이 디지털 아카이브는 휴대까지 가능하게 됨으로써 우리 삶 어디에나 함께 할 수 있다. 기억 속, 흐릿하게 저장된 ‘김치 검보’의 레시피가 단숨에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튀어나와 공유되는 장면을 보자. 이는 단순한 레시피를 넘어, 검보의 맛과 그와 함께했던 기억까지 클릭 한 번으로 공유되는 순간이다.

허구의 연결과 무너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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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카이브로서의 기술은 긍정적이지만, <서치>는 현대의 기술을 무작정 긍정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가족의 추억을 복원하는 데 활용된 기능들 외에는 오히려 부정적이다. 오히려 영화 속 디지털 세상은 상당히 오염되고 얼룩져 있다.

 

데이빗은 디지털 세대인 딸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검색한다.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확장된 관계의 네트워크가 아닌, 붕괴된 인간관계였다. 마고(미셸 라)는 수많은 온라인 친구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모른다고 말한다.

 

결국, 데이빗이 마고를 찾는 건 디지털 공간의 오염을 목격하는 한 남자의 여정이다. “그래도 친구잖아”라는 데이빗의 질문은 한 세대 만에 변해버린 친구의 의미와 디지털 친구라는 것의 허구성에 대고 외치는 절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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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최악은 그녀의 실종을 온라인에서 이용하는 인물에 있다. 평소에 함께 스터디를 했지만, 마고를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는 한 학생의 폭로는 (비교적)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마고의 실종 후 이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는 모습은 역겹다.

 

누군가의 슬픔이 누군가에겐 좋은 아이템이 된다. 이 콘텐츠로 무관심한 학생은 선의로 포장된 천사가 된다. 이는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가 사실이 아닐지언정, 진실로 유포될 수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밖에도 디지털 이미지의 복제와 악용, 음모론 등의 흥미 위주 정보의 범람, 거짓 아바타와의 진실한 교류라는 기이한 구도까지 <서치>는 디지털 세상의 수많은 오염도를 하나의 사건을 통해 전시한다. 이들이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리얼한 이미지들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안녕,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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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의 디지털 공간의 오염은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다. 지금 세대의 공통적인 문제이며 <서치>만의 독특한 시선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할 특징은 <서치>를 통해 가장 잘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형식은 그대로가 공포,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서치>에서는 모니터 한 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그것도 현실을 담은 영상 및 이미지가 너무도 많아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가 제작 가능했던 이유는 거의 모든 디지털 플랫폼이 인간의 눈을 대체하고 확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는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감시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984』 속의 말처럼 “빅 브라더가 당신을 보고 계신다”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국가 기관의 민간인 사찰과 최근 개인 CCTV 해킹 등의 이슈는 이 섬뜩함을 보강한다. <서치>라는 아이디어가 가능했다는 것 (그리고 그게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 자체가 큰 공포이지 않을까.

 

직썰 필진 영화읽어주는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