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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알쓸신잡3'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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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직썰

‘캡틴’ 유시민이 여전히 건재하고 새롭게 합류한 김진애(건축과 도시계획) 박사와 김상욱(양자역학과 물리학) 교수가 새로운 관점의 수다로 가세했지만, tvN <알쓸신잡3>에서 김영하가 빛났다.

'알쓸신잡3' 속 김영하 작가의 위엄

질문하면 답이 술술 나오고 나아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개념도 김영하를 통과하고 나면 아주 간단히 설명된다.

 

지난해 말 <알쓸신잡2>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알쓸신잡1>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김영하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이 유독 많았다. 소설가로서 자신의 입담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김영하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던 것일까.

 

<알쓸신잡3>에 전격적으로 합류한 김영하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았는지 증명했다. 특히 해외로 여행지를 확장하면서 김영하의 저력이 더욱 빛나는 듯하다.

'알쓸신잡3' 속 김영하 작가의 위엄
"언젠가 불문학자인 김화영 선생님이 사석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 번 간 곳을 또 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어서가 아니다. 산천은 의구한데 오는 '나'만 바뀌어있다는 것, 내가 늙어간다는 것, 그런 달콤한 멜랑콜리에 젖어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시 가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조라는 뜻일 것이다." - 김영하,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

김영하는 여행 에세이(<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를 써냈을 만큼 여행을 즐겨한다. 프로그램에서도 떠나기 전부터 자신만의 여행법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 유럽인들의 휴양지 에기나 섬으로 떠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해안가를 달리며 드라이브를 만끽한다. 썬배드에서 낮잠까지 잔다.

 

자신만의 맛집 찾는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밖에 의자를 많이 내놓는 집은 관광객을 노리는 집”이므로 피해야 한다면서 “식당 탐색할 때 식당 사람들이 적대적인 눈빛으로 보면 좋은 집”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인이 ‘너 같은 동양인이 여길 어떻게 알았냐’라는 눈빛을 보내면 과감히 들어가”야 한다고. 그만의 독특한 맛집 공략법이 흥미롭다.

 

<알쓸신잡3>에서 김영하가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여러 번 있었다. 첫 번째는 그리스 아테네를 해외 첫 여행지로 그리스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다.

 

그리스가 "서구 문명의 빅뱅"이기 때문이라는 유시민의 교과석적인 의견에 덧붙여 승자의 역사를 언급하며 그리스가 서구 문명의 발상지가 된 건 “(미국이 현재의 세계 최강국이자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현재적 관점”의 투영일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이며 대화에 깊이를 더했다.

“정치적 삶(공동체의 삶)은 오직 말과 행동으로 이뤄진다. 말을 통해서 공공의 삶에 개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동시대에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가장 앞서 나갔던 그리스가 기독교 문화가 유입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는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장면이었다.

 

김영하는 한나 아렌트를 인용하며 기독교적 세계관은 말과 참여를 강조했던 그리스와 달리 관조를 중시하게 했고 사적인 삶에 집중하게 했다고 설명하면서 그것이 결과적으로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시스템으로 나아갔다고 풀어냈다. 신선한 관점이었다.

'알쓸신잡3' 속 김영하 작가의 위엄

세 번째는 피렌체가 어떤 도시인가라는 주제로 수다를 나누면서 "피렌체는 '메부자 댁' 도시. 메디치 집안, 우리 경주에 최 부자가 있듯이. 어딜 가나 메디치”라는 유시민의 의견에 과감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장면이었다.

 

김영하는 피렌체라는 도시에 있어 메디치가 중요한 가문인 건 분명하지만, 그 이전에 직공조합이 있었다면서 “직공과 길드들이 이 도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힌다.

 

김영하는 시야가 넓고 관점이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이야기에는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이 담겨 있다. 김영하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자 유시민의 보폭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김영하는 출연자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수다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돌아온 김영하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알쓸신잡3>의 활력소이자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더 이상 그가 없는 <알쓸신잡>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