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협곡 속 폭포, 김홍도도 붓을 들었다

[여행]by 아시아경제

휴게소에 차 대면 그곳이 작은 금강산

20m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장관

한반도 지형 닮은 괴산호 따라 유유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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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이 감싸고 있어 계곡과 폭포, 숲이 풍성한 곳입니다.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국도를 따라 도착한 괴산은 한마디로 남다릅니다. 도시에서 완벽하게 떨어져 나온 것 같은, 숲의 정령이 온몸을 휘감아 세상 시름을 잊게 하는, 그런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쌍곡구곡 깊은 곳에 숲은 제2곡 ‘소금강’은 떡하니 휴게소 앞마당에 자리 잡고 있고, 벼락같은 폭포수로 유명한 수옥폭포는 단원 김홍도가 즐겨 찾던 곳입니다. 그뿐인가. 괴산이 이름난 관광지로 자리 잡는데 큰 역활을 한 산막이옛길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여름으로 드는 길목 계곡과 숲, 옛길이 있는 괴산으로 지금 출발합니다.


#휴게소에 차 대면 그곳이 작은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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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에는 유명한 계곡이 여럿 있지만 가장 이름난 곳은 화양구곡과 쌍곡구곡이다. 둘 다 괴산 8경 중 하나이고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다만 화양구곡은 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데 반해 쌍곡구곡 중 일부는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쌍곡구곡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압권인데 여기에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져 기품 있는 산수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중 2곡 ‘소금강’은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쌍곡 입구에서 2.3km 지점에 있는 이곳은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 하여 작은 금강, 즉 '소금강'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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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 절벽이 마치 병풍처럼 강을 따라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기세등등하다. 그 사이사이에 피어난 노송들은 의연한 학과 같고, 그 아래로 흐르는 물은 시리게 푸르다. 그런데 이 경이로운 풍경을 구곡 트래킹을 하지 않고도 볼 수 있다. 바로 '소금강 휴게소'를 찾으면 된다. 517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볍게 드라이브를 하면 그만이다. 화양구곡으로부터 25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이곳은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일반적인 휴게소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휴게소 이정표에 따라 주차를 하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눈앞에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소금강이 파노라마처럼 보인다. 소금강이 휴게소 건물을 둥글게 에워싼 형태인데, 어찌 보면 이곳이야말로 소금강을 제대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 할 것이다. 작은 휴게소와 넓은 야외 공간. 소금강을 마주하기엔 최적의 구성이다. 휴게소보다는 전망소라는 명칭이 오히려 더 어울리는 곳이다.


#여름 더위 씻어주는 우렁찬 폭포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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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연풍면 수옥폭포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따라 맑고 깨끗한 폭포수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린다. '수옥폭포 관광단지' 주차장에서 불과 3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갑자기 나타난 원시적인 풍광에 탄성이 터졌다.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 '조령(鳥嶺ㆍ새재)' 삼관문 부근에서 '소 조령'으로 흘러내린 계곡물이 20m 절벽을 타고 떨어지며 생긴 수옥폭포는 울창한 수풀로 둘러싸인 암반을 타고 흐른다. 그 옛날 과거를 보러 오가던 영남의 선비, 관료들이 조령을 지날 때 지친 발을 씻어주고 한숨 쉬어가게 해준 고마운 계곡물이다.

폭포 아래 거대한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소(沼)는 오랜 시간 폭포수가 깎고 다듬어 조각해낸 작품이다.

이곳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비롯해 '여인천하' '다모' '왕건' '주몽' 등 수많은 사극의 배경으로 '열연'한 폭포다. 실제 단원은 정조의 어진을 그린 공으로 1791년부터 3년간 수옥폭포가 있는 연풍현 현감으로 지내며 수옥폭포를 자주 찾았다.

수옥폭포 일대는 관광단지로 조성해놓았다. 폭포를 마주하고 오른쪽 절벽을 따라 난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폭포를 상류에서 내려다볼 수 있고 폭포수를 맞으면 여름 더위를 씻어낼 수도 있다.


#짙은 녹음속으로 산막이옛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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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의 물길을 논할 때 괴산호를 지나칠 수 없다. 1952년 남한강 지류인 '달천'에 괴산댐을 만들며 형성된 호수다. 괴산을 통과하는 달천을 두고 괴산 사람들은 '괴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협곡 같은 괴산호는 풍광이 수려해 이를 가까이 두고 걷는 산막이옛길과 함께 괴산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걷는 방법은 두 가지다. 산책길처럼 편안한 편도 3㎞ 남짓한 벼랑길을 따라 산막이마을까지 간다. 이 길은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한적한 산책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주중엔 그야말로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운치 있는 길이다. 노루샘에서 등잔봉(450m)과 천장봉(437m)을 잇는 등산코스가 또 하나다. 등잔봉에 오르면 산막이마을과 한반도 지형을 싸고도는 달천의 비경을 맛볼 수 있다. 등산길은 산막이마을까지 3시간가량 걸린다.


옛길을 걷는다. 돌담길을 지나 첫 전망대에 서면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계곡을 잇는 출렁다리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건너지만 중년의 여성들은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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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샘에 서면 산책길과 등잔봉 등산로 중 택해야 한다. 한적함을 원하면 등산로다. 그 대신 살짝 힘듦은 각오해야 한다. 등잔봉을 조금 지나면 괴산호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반도 지형을 만날 수 있다.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간 아들을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려 효험을 봤다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산책코스로 들면 연화담과 세상의 근심 걱정을 모두 잊는다는 망세루가 이어진다. 망세루는 호수 양쪽을 모두 볼 수 있을 만큼 전망이 좋다. 1950년대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이굴과 매바위, 그리고 여우비바위굴을 지나면 앉은뱅이약수에 닿는다.


산막이옛길이 무엇보다 빼어난 것은 짙은 숲 터널을 지나면서 맑은 괴산호의 물을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활엽수의 숲속에서 물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온전히 길에만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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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음정과 함께 멋들어진 풍광을 선사하는 고공전망대에 섰다. 3m의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깎아지른 암벽과 새파란 물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


주차장부터 산막이마을을 지나 복원된 노수신 유배지까지 느긋하게 걸으면 1시간 30분쯤 걸린다. 돌아나가는 길 유람선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코스가 길지 않으니 걷는 편이 더 낫다. 똑같은 길을 걷더라도 갈 때와 올 때 바라다 보이는 경치는 전혀 다르다.


산막이옛길 끝머리인 유배지에서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괴산호 물길 건너 또 하나의 걷는 길이 시작된다. 바로 '충청도 양반길'이다.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주분기점까지 가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괴산나들목으로 나온다. 19번 국도를 따라 괴산읍내 쪽으로 가다, 괴강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34번 국도에 오른다. 여기서부터 '산막이옛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안성분기점에서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대소 갈림목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탄다. 증평나들목을 나가 510번 지방도로와 34번 국도를 타면 괴산군에 닿는다.


▲볼거리='아홉 풍경'을 거느린 이름난 계곡이 제법 많다. 백두대간 자락마다 풍광 좋은 '구곡(九曲)'을 품고 있다. 화양계곡, 선유계곡, 쌍곡계곡, 갈은계곡, 연하계곡, 고산계곡, 풍계계곡 등이 유명하다. 최근 MZ들에게 인기장소인 문광저수지의 은행나무길도 좋다.


▲먹거리=괴산의 이름난 먹을거리로는 단연 올갱이 해장국이다. 괴강에서 잡은 다슬기(올갱이)로 끓여낸 해장국인데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이 중 할머니네 맛식당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도 나온 곳. 올갱이 해장국과 올갱이 무침이 메뉴의 전부다.




괴산=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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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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