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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강풍·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의 비밀

by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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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꺼지지 않는 올림픽 성화봉도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큰 체육행사에는 항상 '성화(聖火)'가 타오릅니다. 언제부터인가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성화를 채화해서 여러 사람의 주자가 주경기장까지 봉송해 타오르게 하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성화가 꺼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올림픽 때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헤라 신전에서 태양광선으로 채화하고, 국내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의 경우 보통 강화도 마니산에서 채화합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독도와 평화통일을 상징하는 임진각, 해가 가장 늦게 지는 마라도 등 세 곳에서 함께 채화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성화는 '꺼지지 않는 불꽃'에 그 가치가 있습니다. 올림픽이나 전국체전에서 타오르는 성화는 신성한 경쟁, 우호, 평화로운 공존 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또 강함과 순수함에 대한 동경의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절대로 꺼져서는 안되는 불꽃입니다.


지난해 폐막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의 경우 그리스에서 채화, 안전램프 속에 보존돼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옵니다. 이후 101일 동안 전국 각지 2018㎞를 7500명의 손을 거쳐 돈 뒤 2424시간 만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 도착합니다. 놀랍게도 101일이나 전국을 돌면서도 한 번도 불꽃이 꺼지지 않았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타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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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성화를 채화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동안 올림픽 성화 봉송 때 모두 44차례나 성화가 꺼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이 성화봉은 강원도 산골의 강풍은 물론 제주도의 바닷속에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평창올림픽에 사용된 성화봉은 기본적으로 영하 35℃, 초속 35m의 바람, 시간당 100㎜의 비가 내리는 환경에서도 꺼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제 테스트에서는 영하 35℃, 초속 52m의 바람, 시간당 300㎜의 비까지 불꽃이 견뎌냈다고 합니다.


성화봉에는 4개의 방벽 구조, 즉 십자가 모양으로 점화부가 4개로 나뉘어 있어 강한 바람에도 불꽃을 보호합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 한쪽의 불이 꺼져도 다른 공간의 불이 살아있기 때문에 다시 옮겨 붙으면서 원래의 불꽃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또 계단 모양의 뚜껑, 기와처럼 층층이 쌓은 모양의 구조로 된 천장이 빗물이나 눈이 잘 흘러 내리도록 돼 있고, 불꽃의 열에너지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 언제든 점화할 수 있으며, 불꽃은 더 오래 타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성화봉에 들어 있는 연료인 액화가스는 기화되며 불꽃이 타오르는데 날씨가 추우면 가스가 기화되지 않아 불이 붙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화봉에는 뜨거운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여러 개의 관이 설치돼 있습니다. 타오르는 불꽃의 뜨거운 에너지가 이 관을 타고 순환하면서 성화봉을 계속 데워주기 때문에 연료가 기화되지 않아 불꽃이 꺼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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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화는 바닷속에서도 꺼지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특히 이 성화는 바닷 속에서도 꺼지지 않아 화제가 됐습니다. 성화봉을 든 해녀가 바닷 속으로 잠수할 때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물속에서도 불꽃이 타오르게 할 수 있었던 과학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물질이 타면서 불꽃을 내기 위해서는 '연소'가 필요합니다. 연소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해 빛과 열을 내며 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연소를 위해서는 '불이 붙어 탈 수 있는 물질', '불이 붙을 수 있는 온도인 발화점 이상의 온도', '산소' 등 세 가지가 꼭 필요합니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연소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물속에서도 불꽃이 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중 성화봉은 일반 성화봉과 달리 제작됐다고 합니다. 수중 성화봉 안에 특수 화학물질을 첨가했습니다. 불꽃이 타르기 시작하면 이 물질은 계속해서 폭발하면서 큰 압력을 만들어 바닷물이 성화봉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고, 불꽃이 타오를 수 있도록 산소는 계속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강풍이나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성화처럼 세계 곳곳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Eternal Flame)'들이 존재합니다. 불꽃들이 꺼지지 않도록 유지함으로써 나라를 위해 생명을 버리면서 헌신한 이들의 넋을 애도하고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램린궁 내부의 '꺼지지 않는 불꽃'과 프랑스 파리 개선문 '충혼의 불꽃', 이탈리아 베네치아 광장 '로마의 배꼽' 등이 유명하고, 국내에는 순천만국가정원 내 '현충정원'이 최근 조성됐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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