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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프레디 형 보고 있지?"
끝나지않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이유는?

by조선일보

히트곡 '떼창'으로 콘서트장 방불, 흥분한 관객 N차 관람 이어져

목 놓아 ‘We Are The Champions' 부르는 중년들… 찬란했던 과거 소환

프레디 머큐리 서사, 청년들의 ‘당당한 자아찾기' 자극

“프레디 형 보고 있지?" 끝나지않는

개봉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뜨겁다. 이 추세라면 음악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레미제라블'(592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가 시작되고, 오프닝 시그널이 들려올 때, 관객들은 이미 흥분하기 시작한다. 브라이언 메이가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하는 20세기 폭스의 시그널이라니! 마치 지금부터 당신들이 보게 될 것은 한 편의 영화가 아닌, 같이 경험하게 될 록 콘서트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이야기다.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이 넘어 섰다. 일인다회 관람을 의미하는 N차 관람의 인증 샷이 SNS에 넘친다.

홍대 카페 사장들 ‘보헤미안 랩소디’ 신청곡에 피곤할 지경

홍대 카페의 사장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신청되는 ‘Bohemian Rhapsody'에 곤혹스럽다며 머리를 흔들어댄다. 디지털 음원 차트 100위에는 퀸의 노래가 서너 곡 씩 새롭게 등장한다. 이 쯤 되면 이변을 넘어 열풍이다. 하나의 현상이 된 것이다. 무엇이 1991년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이후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휴면하던 음악들을 깨어나게 한 것일까? 그리고 퀸과 그들의 음악이 담긴 이 영화에 이토록 열광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영화의 엔딩인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장면에서 퀸의 ‘We Are The Champions'를 합창하는 중년 관객들의 모습은 신선하다. 영화관을 콘서트 장으로 바꾸어 놓은 영화와 음악의 힘도 대단하지만, 그 콘서트 현장에서 떼창을 불러대는 중년의 모습도 흔한 광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신선도 높은 새로운 장면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목 놓아 ‘We Are The Champions'를 부르며 흥에 취하는 것은 자신들이 행복했던, 아니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가 찬란했다 말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지난 시간을 소환하는 복고에 열광하는 것은, 현재 이곳이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우회해 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영화 ‘1987’처럼 과거의 고난을 그려내는 것은 그 시간을 뚫고 여기에 온 이들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지나간 것들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의 피곤함에 대한 간증이다.


호기로운 합창이후 극장 문을 나서면서 느끼게 되는 쓸쓸함에 대한 설명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감상적인 평은 잠깐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가져온 현상은 거의 대부분 영화가 가진 ‘재미’에 있기 때문이다.

히트곡 탄생 비화 곁들인, ‘알쓸신잡" 스타일 구성

알려진 그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롭다. 더구나 즐겨 듣던 음악의 탄생비화를 접하는 즐거움은 요새 유행하는 인문학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래서 TV 프로그램인 ‘알뜰신잡’이나 ‘차이나는 클래스’, 혹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제공한 재미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We Will Rock You’의 발장단은 도대체 왜 만들어졌는지, ‘Another One Bites Dust’의 그 유명한 베이스 리프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위대하고 위대한 ‘Bohemian Rhapsody’는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영화이면서 동시에 퀸의 음악들에 대한 전기영화이기도 하다.

“프레디 형 보고 있지?" 끝나지않는

프레디 머큐리 코스프레를 즐기는 관객들.

관객들은 영화 내내 익숙한 음악들과 새로운 이야기에 매료되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각각의 뮤직비디오를 이어 붙여 놓은 듯한 시간을 지나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 도착한다. 영화의 오프닝, 카메라가 무대로 향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뒷모습만을 잡고 안타깝게 보여주지 않았던,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그 무대의 전경이 마침내 펼쳐지는 하이라이트에서 관객들의 흥분은 최고치를 기록한다.


나이를 잊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극장을 빌어 선보이는 퀸의 콘서트다. 공연장에 모여든 관객들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그들이 알고 있는 곡들이 많이 연주되는 것이다.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밴드들도 공연 레퍼토리의 대부분을 지난 히트 곡들로 채우는 이유다.

극장 빌린 퀸 콘서트... 중년은 그리움, 청년은 자아 찾기에 자극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히트 곡을 가진 퀸의 레퍼토리들이 영화의 전편에서 들려지고, 드디어 ‘Bohemian Rhapsody'로 시작해 ‘We Are The Champions'로 마치게 되는 영화의 짜임새는 고대하던 콘서트를 최상의 흥분상태로 경험하게 만든다. 당연히도 관객들은 열광하며 그 열광은 N차의 반복 관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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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와 나훈아가 닮은꼴이라는 인증샷이 SNS를 달구고 있다.

그런데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은 나를 포함한 중년 꼰대들의 동창회이자 추억의 7080 콘서트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영화에 꽤나 많은 젊은 관객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극장의 풍경은 중년층과 젊은층이, 아버지어머니석과 아들딸석으로 나뉘어서 관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기사에 달리는 댓글에도 ‘잘 모르는 곡들이지만 좋다’, ‘재미있고, 즐겁다’ 라는 젊은 층의 호평이 이어진다. 추억의 공유라는, 중년들처럼 분명한 동기가 없는 젊은 세대의 관람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동경의 대상 잃어버린 젊은층, 프레디 머큐리에서 영웅 서사 발견

“프레디 형 보고 있지?" 끝나지않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을 통해 30여 년 전의 음악이 복귀하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이야기는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의 성장 드라마이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록 밴드 퀸의 서사를 담고 있다. 최근 사소설 붐으로 대표되는 서사의 실종은 이야기의 빈약함을 가져왔고, 말초적 자극은 있지만, 영웅은 사라진 시대를 살게 만들었다. 현실에서조차 정치인들의 추문이 이어지며 동경의 대상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퀸과 프레디 머큐리는 실화라는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매력적인 우상이다. 동성애 성향을 감추지 않고 당당히 자아를 찾고자 했으며, 파격적인 패션과 남들과 다른 개성을 무기로 삼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는 젊은 날 동경하게 되는 이상적인 자신들의 모습인 셈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을 통해 30여 년 전의 음악이 복귀하고 있다. SNS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들을 통해 8090 시대의 히트 곡들이 자주 링크된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부르짖으며 한류라는 상표로 표준화된 음악에 지친 구세대의 귀환이자 신세대들이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예전 것을 복고라고 부르지 않고 새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퀸이 돌아왔으니 레드 제플린과 딥퍼플도 돌아오지 않을까? 그래서 ‘스테어웨이 투 헤븐’과 ‘하이웨이 스타’라는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리하여 청담동과 압구정동의 클럽에서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In A Ga Da Da Vida'에 맞춰 춤을 추는 청춘들도 생겨나지 않을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그런 엉뚱한 생각들마저 즐거운 농담처럼 들리게 만들어준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별로 상관은 없다. 늙어가는 이들은 그런 유행이 오곤 그렇지 않건 여전히 퀸과 아바와 비틀스를 듣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Love Of My Life’ 실린 퀸 음반, 해적판 된 이유

마지막으로 웃지 못 할 에피소드 하나를 밝히고 간다. 2000년대 초반까지 퀸의 히트곡 모음집 앨범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Love Of My Life’가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 점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 한국 지사의 몇몇 중역들이 본사 허가도 없이 ‘Love Of My Life’를 수록해 금장으로 패키징된 베스트 앨범을 발매했다. 당연히도 국내에서 엄청난 판매를 기록했다. 그런데 얼마 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앨범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해외의 누구가가 우연히 발견한 이 앨범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본사에선 난리가 났다. 퀸의 해적음악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아보라는 글로벌한 지시가 내려왔고 결국 해적들이 아닌, 한국 지사의 정직원들이 발매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사태의 책임으로 당시 발매를 강요한 중역들은 해고되었다. 그리고 그 앨범은 전량 수거되어 폐기되었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가 금장 박스 형태의 퀸 베스트 앨범을 가지고 있다면 팝 역사상 유래가 없는 희귀음반을 소장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가져온 추억의 부스러기 하나다.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