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는 갈 수 있는데 공사는 못가는 이 질환은?

[테크]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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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180cm쯤 되어 보이는 잘생긴 남학생이 교복을 입고 엄마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온다. 근데 왠지 분위기가 무겁다.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일부러 밝게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저희 아들이 지금 고3인데요. 파일럿이 되고 싶어서 공군사관학교를 지원하려 하는데 학교 신체검사에서 색약이래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진짜 색약인지 확인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고요, 만일 오늘 검사에서도 색약이라고 나온다면 안타깝지만, 공군사관학교는 어려울 것 같네요. 일단 검사 먼저 해봅시다.” 검사실로 향하는 두 모자의 발걸음이 들어올 때보다 더 무거워 보인다.


우리 눈에서 색의 인식은 망막의 시각세포 중 하나인 원뿔세포가 담당한다. 원뿔세포는 빛 파장의 민감도에 따라 적색계통의 긴 파장에 민감한 적 원뿔세포, 녹색계통의 중간파장에 민감한 녹 원뿔세포, 청색계통의 짧은 파장에 민감한 청 원뿔세포로 나뉜다. 세 종류의 원뿔세포가 인지하는 비율에 따라 적색, 녹색, 청색이 배합되어 다양한 색을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원뿔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색각이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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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교수 이시하라 시노부가 만든 색맹 검사표이다. 색맹 여부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1917년에 제작되어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사진 위키백과(퍼블릭도메인)]

세 가지 원뿔세포가 모두 존재하지만, 빛 파장의 민감도가 비정상인 경우를 색약이라 하며 세 가지 원뿔세포 중 두 가지 혹은 하나의 원뿔세포만 존재하는 경우를 색맹이라 한다. 색각이상은 남성 인구의 5~8%, 여성 인구의 0.5%에서 나타난다고 하며 선천적 원뿔세포 이상이 주원인이 되나 당뇨망막증, 황반변성, 녹내장, 시신경위축 등의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서도 발생한다.


색각이상은 대부분 선천적 이상으로 오기 때문에 현재까지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착색 콘택트렌즈나 안경이 인접한 두 색의 대비를 증강해 색각이상을 부분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다고 하나 근본적 치료는 아니며, 모든 색각이상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안과 전문의와의 진료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색각이상에 따른 진학이나 직업선택에 제한이 많았지만, 실제 색각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는 큰 불편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합리적 방향으로 규정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아래의 분야는 업무 내용에 따라 색각이상의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 규정을 미리 숙지하고 선택에 유의해야 할 것을 권고한다.





김형수 안과전문의 theoreey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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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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