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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팩트체크

삼성·SK 반도체공장 1~2주내 스톱? 서너달은 너끈

by중앙일보

일본 수출규제 시행 열흘

불화수소 재고 3~4개월분 확보

중국·대만서 새 공급업체도 찾아

삼성 60억 달러 투자한 미래동력

비메모리 세계 1위 계획엔 차질

중앙일보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회사 측은 ’당장 공장은 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 삼성전자]

“일본은 수출 규제 후 단 한 건의 반출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린 공급처를 다변화 중이고 3~4개월 내 공장이 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본이 지난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동한 이후 10여 일이 지났다. 핵심 소재 공급이 끊기면서 1~2주 안에 생산 라인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당장 공장이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입장이다. 일본의 급작스런 수출 규제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10여일간의 상황을 팩트체크 해봤다.

일본 규제 후 수출승인 1건도 없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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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左), 최태원(右). [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규제가 시작된 4일 이후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 승인은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이번 조치를 통해 원칙적으로 수출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수출은 가능하지만 매 수출 건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소재 업체에 물량을 주문하고, 일본 업체가 경제산업성에 수출 계약서와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경제산업성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재 업체들은 지난 10여 일간 수십건의 신청서를 냈지만 경산성에서 아무런 연락을 받은 게 없다고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D램·낸드 메모리 치명타 입는다 X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노광 공정에서 빛의 파장이 1㎚ 초과~193㎚ 미만에 사용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이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 때는 빛의 파장이 193㎚ 이상용 포토레지스트를 사용한다. 193㎚ 미만의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EUV(극자외선) 공정에서 쓴다.


따라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인 D램이나 낸드플래시의 제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D램과 낸드플래시용 포토레지스트는 4일 규제 발동 이후에도 정상 수입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미래’ 파운드리는 치명타 O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EUV(극자외선) 공정 라인에는 193㎚ 미만의 포토레지스트가 필수적이다. 현재 일본의 JSR과 신예츠가 독점 공급하다시피 한다. 따라서 193㎚ 미만의 포토레지스트가 안 들어오면 삼성전자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일본이 삼성의 미래기술을 겨냥했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분야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그 핵심이 평택에 60억 달러를 투자해 2018년부터 짓고 있는 극자외선(EUV) 생산 라인이다. 올해 9월 이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내년부터 EUV를 활용한 7㎚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해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삼성전자의 EUV 공정 라인은 생산량이 적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소재 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양산에 대비한 물량을 미리 수주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화수소·폴리이미드 대체 불가 △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규제를 발표한 이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사력을 다해 3품목의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고, 또 일정 정도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내 재고량이 2주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실은 국내 재고량이 제법 넉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중국·대만에서,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불화수소의 공급처를 각각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새로 발굴한 업체 중엔 당장 쓸 수 있는 99.999%의 고순도 불화수소를 납품할 수 있는 곳도 있다”며 “국내로 들여와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 확보한 고순도 불화수소를 D램이나 낸드플래시 공정에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두 제품 모두 생산하는 데 60~90일이 걸려, 생산라인에서 오차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국 공급사의 경우 일정한 가격에 장기 공급 계약을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SK 공장 1~2주내 선다 X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당장 공장은 서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3품목 중 고순도 불화수소의 수급이 위태롭긴 하지만 3~4개월간은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불화수소는 D램이든 낸드플래시든 웨이퍼의 식각이나 세정 등 여러 공정에 사용하기때문에 재고량을 공정별로 배분해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게 조절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상황을 고려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또 반도체업계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감산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가 줄어 가격이 폭락 중인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소재 조달마저 불안정한 상황이 겹쳐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일본 규제와 무관하게 4월 초 부터 시장 상황에 맞춰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10% 내에서 조절 중”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감산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