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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생활물가 오른다고 난리였는데 이젠 'D 공포' 걱정

by머니투데이

저물가 상황 장기화되면 국가경제 활력 감소하고 저성장 고착화 초래

머니투데이

“디플레이션(D)의 공포,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나랏돈 풀어도 마이너스 물가, 사실상 디플레이션”, “수면 위로 떠오른 디플레이션(D)의 공포”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38%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저물가에 대한 우려를 넘어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을 자극하는 말들이 넘쳐났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과거 버블이 붕괴되면서 부동산과 주가 폭락을 겪고 난 뒤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해도 장바구니물가·식품물가 고공행진으로 서민들이 아우성이라는 말들이 나오지 않았는가. 최근까지만 해도 쌀값 등이 수년 만에 인상되자 쌀값이 100%나 올랐다며 생활물가 부담을 우려하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엔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반적인 비용 인상과 외식비 등 각종 서비스 요금이 오를 것이라며 이른바 ‘최저임금발 물가 비상’이라는 주장도 셀 수 없이 쏟아졌다. 그런데 실제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불과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기 이전인 2017년 1.9%에 비해 0.4%p나 하락했다.


올해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되었지만 8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5%에 불과하고, 8월에는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오히려 지금은 저물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소한 최저임금 때문에 모든 물가가 올랐다며 마치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서민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나 비판은 틀린 것이었음을 알 수있다.


또한 이번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두고 사실상 디플레이션 상황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나아가 공포심까지 자극하는 것 역시 과도한 해석에서 나온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농축수산물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2017년 8월에 무려 13.5% 상승한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겹치면서 9.3%까지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각각 2.5%, 1.4%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농산물 가격은 폭등에 가까웠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기상여건이 양호한 결과 생산량 증가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지난해와 비교한 물가상승률은 기저효과의 영향까지 더해 –11.4%를 나타냈다.


석유류 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2017년 8월 3.6%에서 지난해 12.0%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후 정부의 유류세 감면 조치와 더불어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지난 8월에는 –6.6%의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에서 농축수산물의 가격 하락 기여도는 –0.59%포인트로 나타나, 전체 물가상승률을 깎아먹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류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 기여도도 –0.30%포인트나 됐다.


이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만으로도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거의 –0.9%p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없었더라면 8월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1%에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처럼 계절이나 여건에 따라 변동폭이 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하고 산정한 물가상승률, 소위 근원물가라는 지표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0.9%로 지난해 8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물론 근원물가가 불과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저물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엔 전반적인 소비가 부진한 수요측 요인도 있고, 복지정책 확대, 공공요금 인상 지연, 전월세 가격 하락 등과 같은 공급측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라 함은 한 국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뜻하며, 만약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일단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소비 주체들은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로 소비 활동을 중단하거나 미루게 된다. 그 결과 시장 수요는 감소하게 되고, 이것은 생산과 투자 감소 그리고 고용 감소를 낳고, 결국 소득 부진과 수요 하락의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번 빠져들 경우 불황이라는 늪에서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 불황을 초래한다. 역사상 이러한 디플레이션의 사례는 1930년데 세계대공황과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가 유일하다.


따라서 이러한 디플레이션은 단기적인 소비자물가 하락만으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만약 디플레이션 조짐이 발생할 경우에도 정부 차원에서 통화와 재정 정책 수단을 동원해 흐름을 차단하거나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것을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소비자들은 현재 상황이 저물가라는 말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고, 체감하는 물가는 항상 높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통계는 가계마다 소소한 장바구니 품목보다는 전·월세라던지 공산품, 공공요금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들 물가는 정체 혹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대학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되고, 무상급식 확대, 유류세 인하 등으로 관련 항목의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이는 전체 물가를 하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는 당장 식당에서 가서 식비지출이 늘거나 일부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만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것이 통계 지표상 물가과 체감 물가가 괴리를 나타내는 이유이다.


현재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목표치는 2.0%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012년 2.2%를 기록한 이후 줄곧 0~1%대를 기록하면서, 한은의 목표 물가를 밑도는 저물가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저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은 국가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결국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잡으려는 강남 집값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도리어 올라야 할 소비자물가만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고민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