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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회사생활 7년 차,
미운 서른셋

byㅍㅍㅅㅅ

미운 일곱 살이란 표현이 있다. 요샌 아이들이 조숙해서 미운 세 살, 때리고 싶은 일곱 살이란 우스개도 들은 적이 있다. 아동학자가 아니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추측건대 대강 이런 상황일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도 안 되고, 인간으로서 필요한 기본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부모의 도움이 아직까지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이. 부모의 눈에는 두 살이나 일곱 살이나 똑같이 도움이 필요하고 절대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기일 뿐인데, 정작 서서히 그 나이엔 아기 입장에선 자아가 형성되고 세상사는(?) 요령도 꽤 몸에 익숙해지는 때다.

미운 일곱 살 같은 회사생활 7년 차

물론 부모가 밥을 해주지만 혼자서 먹을 줄도 알고, 화장실도 혼자 다니고, 엄마는 목욕탕에 더 이상 데려가지 않고, 찻길을 조심할 줄도 알고, 낯선 사람을 쫓아가면 안 되는 것도 알고, 친구도 있고, 좋아하는 친구와 싫어하는 친구도 있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있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생기는 것 아닐까.

회사생활 7년 차, 미운 서른셋

아이는 계속해서 TV를 보고 싶은데 엄마는 그걸 못하게 하고, 그러면 아이는 본인의 선택을 존중받지 못하는 그 상황이 화나고, 그래서 대들고. 맘에 안 드는 친구가 있어서 몇 대 때리면 엄마는 그걸 못하게 하고,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결정을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 화나고…

 

직장생활을 칠팔 년 정도 한 한국 남성 중 군대를 다녀온 경우는 대충 나이가 서른셋 정도 되는 듯하다. 여성의 경우나 서양사람의 경우는 서른 살 정도다. 묘하게도 미운 일곱 살 아이가 세상살이를 한 세월과 엇비슷한 타이밍이다.

 

짬밥 좀 먹었다. 일도 칠팔 년 해보니 사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긴장했던 내 자신이 우습다. 일을 해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요령이라는 것까지 생겼다. 일의 페이스pace를 조절도 한다. 상사를 다룰 줄도 안다. 후배를 뺑뺑이 돌릴 줄도 안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 조율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선후배들을 보면 이젠 평가를 먼저 한다. 똑똑한 사람, 일 잘하는 사람, 운 좋은 사람, 게으른 사람, 단점, 장점…. 한마디로 자신감이 넘친다. 거칠 게 없다.

 

이때를 조심해야 한다. 왜냐면 ‘내가 다 안다’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첫 고비의 나이가 그때이기 때문이다. 그 함정에 빠지면 본인 계발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서 신입사원 시절 충만하던 열정이 서서히 식는다. 잔머리도 생기고 회사에서 잘릴 것 같지도 않다. 실제로 구인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연배이기도 하다.

 

아래의 도표에서 보다시피 역량Competency과 열정/집중력Commitment이 거의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이런 패턴으로 나타난다. X축은 시간의 흐름 혹은 직책의 흐름이고 Y축은 증감을 나타낸다. 직장인은 (그게 업무 역량이든 리더십 역량이든)을 배우고 익히면서 성장한다.

회사생활 7년 차, 미운 서른셋

물론 그 속도의 증가는 주로 실무역량에 치우친 사원이나 대리급 연배에서 빠르다. 하지만 중간관리자 이후에 배워야 하는 리더십 역량은 빨리 배우는 사람이 있고 좀 느린 사람이 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빨간 선의 역량은 증가하지만, 대부분 파란 선의 집중력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 자신감이 생기고 짬밥이 늘고 이리저리 굴러보니, 회사생활이 별것 아니다.

 

또 한편으론 본인의 가능성을 포기 혹은 타협하게 된다. 승진이 본인한테 늘 우호적이지도 않고, 어느 정도의 관리자 수준에 오르면 사실 한 부서 내의 지식만으론 승부가 안 난다. 추가적인 승진을 하려면 이것저것 경험해야 할 것도 많고, 넓게 말해 리더십 역량, 하지만 갖가지 소프트한 구조화능력(Organizational Savvy)이 성장하지 않는다. 업무 역량을 배우는 패턴과는 전혀 다르니까.

 

어쨌든, 그 파란 선이 꺾어지는 첫 지점이 아마도 미운 서른셋 즈음이 아닌가 싶다. 선배들이 보기에, 경영진이 보기에, 참 안쓰럽다. 아직까지 보호해주고 떠먹여 주고 가르쳐주고, 배워야 할 게 많은데, 정작 7살배기 아이들은 말을 안 듣는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파란 선의 감소 패턴을 보다시피, 인간이란 익숙함과 버릇으로 구속되는 존재다 보니 그 편안함으로 계속 빠져들게 되어있다. 관리자가 되고 나면 직업은 월급이란 단어와 동일시된다. 일에서 큰 의미를 못 찾는다.

 

그 월급이란 사람을 참 못나 보이게 만든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사춘기가 온다. 미운 일곱 살은 이 위기에 비하면 개그다. 사춘기에 빠진 직장인, 나이 마흔을 전후해서(여성이나 서양사람들은 서른일곱을 전후해서) 두 번째 집중력/열정의 추락이 오는데 이 사춘기를 잘못 지나가면 회복이 쉽지 않다. 그게 아마도 빨간 선과 파란 선이 만나는 지점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겸허한 마음으로 역량을 키워야 할 때

사실 이즈음 되면, 빨간 선이 계속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큰 리더, 더 큰 지위의 역할을 해봐야 리더십 역량이 느는 것이지 만년 부장을 한다고 리더십 역량, Organizational Savvy가 느는 게 아니다.

 

그래서 결국 그 교차점을 지나면 서서히 명퇴라는 단어가 친근해진다. 주변의 친구들도 비슷한 처지다. 나만 운이 나쁜 게 아니니까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한다. 갑갑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 큰 두 번의 고비가 대개의 직장인한테 온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문제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걸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겸허하게 배우고 자신의 역량(업무역량 및 리더십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해보지 않은 업무지만 다른 부서장도 한번 해보고, 항상 더 나은 자아를 찾기 위해서 어려운 프로젝트도 맡아보고, 귀찮은 후배/직원들 개발도 시키고, 경영진이 요구하는 필요 이상의 서비스도 한번 몸소 제공해보고 하면서 배우는 거다. 어렵다. 절대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을 아래처럼 본인의 노력으로 파란 선을 고쳐가는 분들이 있다. 가끔 우둔해 보이고 묵묵해 보이지만 아래의 점선처럼 자신의 집중력/열정을 유지하는 몸부림은 분명히 그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럴 때 다른 기회가 온다. 그 기회들을 잡으면, 또 다른 차원의 역량을 배운다.

회사생활 7년 차, 미운 서른셋

스스로 내가 미운 일곱 살인지 사춘기인지 반추하는 사람들. 그분들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걸지 모른다.

회사생활 7년 차, 미운 서른셋

필자 박이언 (블로그, 페이스북)

글쓴이 박이언은 최근 출간된 「직장학교」의 저자이다. 어문학 전공으로 대학을 마치고 한국 대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MBA를 졸업한 후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20년간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경험하며 후배 직장인들을 위해 경력관리, 인재개발, 기업문화, 조직론, 리더십 등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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