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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마음 속의 브랜딩:
우리는 왜 맥북을 살까?

byㅍㅍㅅㅅ

마음 속의 브랜딩: 우리는 왜 맥북을

지난 1월 27일 오전 10시, 애플스토어가 한국에 상륙했지요. 몇몇 기사에서 볼 수 있듯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인간복도, 끝도 없는 줄, 한겨울 노숙 투혼, 가즈아 제창, 박수 세례 등 사실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선 “저게 뭔데? 왜 저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 장면들이었을 겁니다.

 

이와 같은 브랜드 팬심은 사실 애플 제품뿐만은 아니었습니다. 2015년 명동에서 발망과 H&M의 콜라보레이션 라인이 등장했을 때에도 노숙 투혼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습니다. 심지어 닷새가 넘게 기다린 사람도 있었죠.

 

뭐 이때는 중고나라 되팔러들의 열정과 혼을 느낄 수 있는 이슈였다고 치지만, 그럼에도 뭔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쉐이크쉑 버거가 처음 오픈 했을 때도 그러했고, 명동 유니클로는 히트택 세일할 때마다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줄을 섭니다.

 

어떤 브랜드에 열광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가 다를 뿐 사실 누구에게나 하나쯤 애정하는 브랜드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를 취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팬심, 덕심 등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마음 속의 브랜딩: 우리는 왜 맥북을

애플스토어가 오픈했을 당시에는 역대급 추위가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날이었습니다. 거리엔 비둘기조차 돌아다니지 않는 거친 날이었죠.

 

하지만 덕심은 추위보다 강했던 모양입니다. 단순히 취향, 이라고 하기엔 사람들의 행동이 뭔가 일반적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얼마 전 있었던 애플의 깜짝 배터리 이벤트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댓글들이 많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할 때 맥이 여러모로 편한 점이 있어서 사용하긴 하지만 뭐 그렇게 덕력이 있다거나 그런 편은 아닌 터라 ‘흠…’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왜 사람들은 추위를 견뎌가며 줄을 서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죠

밀크티 파는 그 가게 이야기

당시 33살이었던(나와 동갑…) 김정온 대표는 혼자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1년 만에 4개의 점포를 더 냈고, 2017년 10월 기준 32명의 직원이 있는 핫한 곳이 되었습니다.

 

당초엔 김포 본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주말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 와서 문제(?)가 되어버렸죠. 폭풍 입소문이 나고 인스타는 인증샷으로 가득했고, 주변 도로가 마비되고 불법주차 때문에 경찰까지 나와서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해프닝도 생겼습니다. 바로 ‘카페, 진정성’ 의 이야기죠.

마음 속의 브랜딩: 우리는 왜 맥북을

‘카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은 인터뷰와 기사를 통해 등장한 터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의 최대무기는 이름 그 자체입니다.

 

사람들을 줄 서게 만드는 힘은 ‘진정성’이죠. 먹거리는 정직함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 힘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죠. 품질과 서비스관리를 위해 100% 직영점으로만 운영하겠다는 철칙과 재료선택, 제조방식 등 어느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은 이 시대의 브랜드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우리의 브랜드는 진정성이 있을까?… 그 진정성은 얼마나 고집스럽고 정확한 포인트를 향해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업은 모두 진정성 있게 시작됩니다. 메시지가 있고 철학이 있죠.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유지하고 다른 색과 섞이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카페, 진정성’이 밀크티가 대박 쳤다 해서 갑자기 밀크티 프랜차이즈 제품을 내버리고 굿즈를 만드는데 신경 쓰고 매장확장에 올인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곳이 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앞서 말한 것들이 나쁜 것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어떤 점을 사랑하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카페, 진정성’의 매력은 그 고집스러움입니다.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물이 무엇보다 정직한 것들로 정직하게 만들어졌다는 믿음. 저도 밀크티를 무척 좋아합니다만, 진정성의 밀크티는 확실히 담백하고 맛있습니다. 그러나 마시는 순간 갑자기 용이 날아다니고 관자놀이에서 번개가 치는 비룡의 맛이 아닙니다. 그냥 “맛있네~” 정도랄까요.

 

다만 24시간 내내 제조한 그 밀크티를 천천히 음미하는 그 자체에서 의미가 생깁니다. 특별한 밀크티를 마신다는 그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그 기분이 거짓이 아니라는 데에서 만족감을 얻게 되죠. 인지 부조화로 인한 묘한 불편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 브랜드의 힘은 여기에 있습니다.

사과 파는 그 가게 이야기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는 맥북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무엇이 좋은지 설명할 수 있죠. 물론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패키지를 뜯는 과정에서 기대감을 증가시키는 등 그런 것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중요한 건 아닙니다. 만약 맥북이 여자친구고 그녀가 “내 어디가 좋아?”라고 물어본다면 겁나 시크한 표정으로 “니 트랙패드”라고 말할 것 같네요.

 

사실 맥프레를 샀다가 한 번 되판 적이 있습니다. 다시 구매하게 된 유일한 이유는 맥OS도 아니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아닙니다. 트랙패드의 부들부들한 느낌이지요. 물론 스케치를 맥에서만 쓸 수 있고, 맥OS 특유의 편리함도 기껍게 다가오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였습니다.

마음 속의 브랜딩: 우리는 왜 맥북을

애플스토어 오픈이 난리 났던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긴 합니다. 확실히 맥은 단점 투성이긴 하지만, 진짜 놓칠 수 없는 단 한가 지를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이 있죠.

 

삼성, LG, 레노버 노트북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글도 LG그램으로 쓰고 있으니 각자의 장단점이 있달까요. 하지만 확실히 일반 업체의 노트북은 평이하게 그럭저럭 좋은 수준입니다. 딱히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없는 느낌이랄까요. 그램이 처음 출시됬을 땐 그 가벼움에 상당히 놀랐습니다만 요즘엔 1kg 미만의 랩탑이 너무 많은 터라 그램의 경량성이 크게 돋보이지는 않더군요.

 

우린 이것을 킬링포인트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절대 완벽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을 모든 면에서 만족시킬 수도 없지요. 하지만 확실한 팬층을 만드는 것은 아주 강력한 하나의 킬링포인트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떠났던 고객조차도 미련이 남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그 강력한 힘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어야 하죠. 그리고 또 하나!

 

단순히 독보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당신의 행동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가격이 싸다! 가볍다! 배터리가 오래간다! 이러한 각각의 특징들은 물론 있습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엔 각자의 강점이 있기 마련이죠. 다른 제품보다 1,000원 싸다, 100g 가볍다, 배터리가 2시간 더 오래간다는 식의 포인트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근소한 차이이거나 딱히 소비자에게 큰 변화를 줄 수 없는 포인트라면 Strength에 적기 좀 애매한 감이 있죠.

 

애플에서 맥프레를 설명할 때 마우스가 없어도 된다는 점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진 않습니다. 매직마우스도 팔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써 본 사람들은 트랙패드가 얼마나 편한지 몸으로 알고 있죠.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다닐 때 마우스를 놓고 왔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에서 감화를 받습니다. 가방에 챙겨야 할 것이 하나 줄어드는 것이죠.

 

소비자는 이러한 행동을 통해 ‘든든하다’, ‘걱정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팩트여부를 떠나 본인에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죠. 물론 맥프레는 고장나면 자비 없는 나쁜 놈이 되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 ‘고장 나면 꽝이잖아!?’ 라는 생각을 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야 속이 편하거든요)

 

유사한데 조금 더 나은 강점 말고, 우리만의 독보적인 킬링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떠나간 고객마저도 헤어진 전 애인이 되어 ‘아직 파니…?’ 라고 문자를 보낼만한 강력한 매력을 지니고 있나요?

우리의 특별한, 올바른 가치관을 응원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자연파괴와 과도한 소비에 경종을 울리며 자신의 제품을 사지 말라고 캠페인 했던 파타고니아입니다. 2013년 한국시장도 진출하여 꾸준한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꾸준한 매출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후덜덜해서 차마 파타고니아 조끼를 사지 못했습니다…. 아니 사지 않는 게 아니고 못 사게 만들어버리면 어떻합니다 스탠리옹씨(…)

 

어쨌든 이는 저의 통장상태에 기인한 것이므로 각설하고, 파타고니아의 국내진출은 합작법인이 아닌 직진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파타고니아의 빈센트 스탠리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존의 합작법인보다 우리가 직접 시장을 책임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케팅에 돈을 쓰기보다는 구전으로 제품의 진정한 가치가 전달되도록 하고 인위적인 수요 창출보다 자연적인 성장을 기다리면 시장은 좋아질 것”

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우리 옷을 사지 말라는 캠페인은 정말 멋진 캠페인일 수도 기막힌 마케팅 테마일수도 있겠지만, 둘 중 어느 쪽이든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의 철학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마음 속의 브랜딩: 우리는 왜 맥북을

영국의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는 화장품의 동물실험을 반대하며 천연 재료로만 제품을 만듭니다. 심지어 동물실험 반대 엑스포를 열어 ‘동물 복지’라는 진정성을 설파,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쌓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론 향이 강려크해서 구매는 하지 않고 있지만요… 그래서 저에게 러쉬 매장 이야기를 하면 떠오르는 광경이 매장 앞에 거치된 거품 가득한 세숫대야밖에 없으므로 짧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진정성 있는 글을 쓰고싶…

 

이처럼 요즘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통해서 말이죠. “난 돈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이야!”라는 점을 가계부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내고, “난 자기관리에 민감해!”라는 가치관을 쥬스 솔루션이나 밀스3.0을 쉑잇쉑잇하면서 드러냅니다. 그들의 목표는 이것이죠.

“너 그거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말을 듣는 것 말입니다. 사람들은 특별해지고 싶어합니다.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싶어하죠. 그래서 자신의 가치관을 대변해주는 브랜드가 생겨나면 그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이 브랜드가 성장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에서 희열을 느낍니다. 나와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까요.

 

우리의 브랜드는 어떤가요? 우리 서비스/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그들의 가치관과 철학을 대변해주고 있나요?

마치며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것의 힘은 굉장합니다. 배민의 팬클럽인 ‘배짱이’는 초기 배민의 마케팅에서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팬클럽 내부 공모를 통해 당선된 문구들이 한때 버스와 지하철을 휩쓸기도 했잖아요. 2016년 상반기에는 배민의 흑자전환을 축하하기 위해 배짱이가 직접 ‘흙자 선물’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의 흑자전환을 팬들이 축하해주는 이런 장면은 확실히 일반적인 일은 아니죠. 보통은 이 회사가 성장을 하는지 안 하는지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팬클럽/소수 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함께하는 경영은 물론 리소스와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 파급효과는 정말 엄청납니다. 오히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을 활용한 마케팅보다 훨씬 효과적일 때도 있죠.

 

롯데리아에선 지난해 11월~12월까지 앱을 이용해 특정 햄버거 3종 포함 1만5000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 중 134명을 추첨해 워너원 팬 사인회에 초대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확실한 결과를 맺었습니다. 이니스프리 또한 워너원이 모델로 등장했던 ‘화산 송이 컬러 클레이 마스크’로 300% 이상의 매출 효과를 봤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매출 효과는 장기지속성을 따지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제품 자체도 좋고 연예인도 잘 활용한다면야 좋겠지만, 워너원 행사가 끝난 후에도 롯데리아를 갈지는 모르겠네요. 긁적.

 

이런 점에서 따끔한 소리와 응원을 함께 해주는 회사의 팬클럽은 연예인 못지않은 강력한 에너지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단순히 순간적인 매출 상승을 노린 노림수 등은 통하지 않죠. 투자자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이자, 연예인보다 더 든든한 존재랄까요.

 

우리 브랜드는 어떤가요? “애미야 여기 먼지가 있구나!”를 외쳐줄 팬클럽이 있나요?

필자 박창선 (블로그, 페이스북)

비즈니스의 비주얼 브랜딩을 기획/제작하는 1인 기업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대표입니다^^ 로고부터 브로슈어, 리플렛, 브랜드 가이드, 아이콘, 키 비주얼, SNS 템플릿, 제안서, 회사 소개서 등 회사에 필요한 모든 결과물의 비주얼 기획을 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