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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먹는 채식 어렵다면 ‘쓰는 채식’ 어떠세요?

by리얼푸드

 “금붕어 키우기 시작하고부터는 죄책감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회랑 초밥을 못 먹겠더라구요. 채식주의까진 아니더라도 ‘생선은 먹지말자’ 이런 생각 한번 쯤 해본 적 없나요?”


“저도 시도는 해봤으나 고기는 끊는 게 불가능해요”


최근 유명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대화에는 채식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증가하고 동물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시에 채식을 선언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채식이 의식 있는 행위로 인식되면서 채식은 좇아가야 할 하나의 선진 문화처럼 자리잡았다.

하지만 채식은 어렵다. 한 번 들인 식습관은 쉽게 바꾸기 어려울뿐더러 채식 전문(혹은 지원) 식당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가수 이효리도 엄격한 의미의 비건(채소·과일만 섭취)이 아니라 달걀·우유 등 유제품과 해산물까지 먹는 세미 베지테리언이다. 그래서 최근엔 먹는 채식 대신 ‘쓰는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기는 먹되,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을 구매하거나 동물성 원료를 넣지 않은 비건(Vegan) 제품을 사용해 동물과 환경을 살리는 데 동참하는 것이다.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캡처(좌), 뷰티클로 홈페이지 캡처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캡처(좌), 뷰티클로 홈페이지 캡처

화장품 업계에선 이미 크루얼티 프리 및 비건 제품의 수요가 상당하다. 천연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인 ‘아로마티카’는 전 제품에 동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다. 아로마티카의 비건 제품 중 하나인 ‘유기농 알로에 베라젤’은 화장품 리뷰 플랫폼 글로우픽에서 2017년 상반기 컨슈머 뷰티 어워드 수딩젤 부문 최고의 화장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채식협회인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와 천연ㆍ유기농 인증기관인 ‘에코서트’로부터 인증을 받는 등 SNS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성분과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1년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0% 늘었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인 ‘뷰티클로’ 역시 전 제품에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 사용을 하지 않는 착한 화장품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한국의 화장품 수출 1위 국가이지만 수입되는 화장품에 대해 동물실험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뷰티클로는 이에 반대해 중국 수출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로 부터 ‘착한 회사’로 선정됐다. 뷰티클로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37%나 증가했다. 뷰티클로 측은 “일부 고객은 카라의 착한회사 리스트를 보고 사이트에 방문해 제품을 구입하고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며 “소비자들이 점차 윤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마크들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마크들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생산 제품의 약 80%가 비건 제품이다. 매년 동물대체실험 연구에 이바지한 개인과 단체에 기금을 지원하는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도 주최하고 있다. 미국 유기농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브로너스’는 전 제품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음을 뜻하는 ‘리핑 버니(Leaping bunny)’ 인증을 받음은 물론, 동물성 원료나 GMO유전자 조작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8년간 별다른 광고 없이도 미국 바디케어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국의 유명 잡지 ‘컬처 트립(Culture Trip)’에 실린 비건타이거 기사 중 일부

영국의 유명 잡지 ‘컬처 트립(Culture Trip)’에 실린 비건타이거 기사 중 일부

동물 가죽과 털, 실크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도 눈에 띈다. 패션브랜드 ‘비건타이거’는 동물학대에 반대해 인조 가죽, 인조 모피 등 대체 원단으로 의류를 제작해 판매한다. 배우 엄현경, 가수 치타 등 연예인들이 비건타이거의 제품을 착용하면서 인기가 오르더니, 2015년 11월 론칭 후 2년만에 매출액도 7배 이상 늘었다. 비건타이거는 지난해 10월 영국의 유명 잡지 ‘컬처 트립(Culture Trip)’에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비건 패션 브랜드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돼 소개되기도 했다.


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는 “패션 분야에서 비건을 실천하기가 가장 쉽다”며 “요즘은 모피나 가죽을 대체하는 소재가 잘 나와있기 때문에 동물성 섬유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비동물성 섬유를 즐겁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동물을 죽여서 옷을 만들어 입는 시대가 있었다’고 놀라워하며 말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홈페이지 내 ‘착한 회사’ 리스트 일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홈페이지 내 ‘착한 회사’ 리스트 일부

‘쓰는 채식’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에 비건 인증 마크가 찍혀 있는지, 의류 라벨에 동물성 섬유가 포함돼 있지 않은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동물실험ㆍ동물성 원료 ㆍ중국수출 여부를 표시해 ‘착한 회사’를 리스트업 하고 있지만, 이를 체크하는 것 역시 소비자의 몫이다. 비건 소비는 어렵지만 이렇듯 사소한 습관이 계속될 때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은정 기자/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