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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국내외 주요 제야 공연

한해를 마감하며
음악과 함께

by예술의전당

예로부터 특별한 일을 기념할 때마다 음악은 어떠한 형태로든 빠지지 않았다. 아니, 때에 따라 행사를 주도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물며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기로에서 음악이 빠질 수 있을까. 가족과 조용히 보내는 것을 지향하는 유럽의 대부분 극장은 특별 프로그램이 없다. 하지만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새롭게 문을 연 세계 주요 극장들은 제야음악회와 별도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을 비롯하여 현시점에서 가장 ‘핫’한 극장인 독일의 엘프필하모니, 호주의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일본의 산토리홀, 중국의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홀 등의 제야 공연과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일본 산토리홀

1986년에 개관한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은 맥주로 유명한 산토리 기업의 창립 6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극장이다. 카라얀으로부터 ‘소리의 보석상자’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최고의 어쿠스틱을 자랑한다. 개관 30주년을 맞아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리노베이션 후 9월에 재개관한 산토리홀은 명성에 어울리는 음향을 자랑하며 매 공연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12월 31일에는 밤 10시부터 신년 새벽까지 제야음악회 를 연다. 귀도 만쿠시가 지휘하는 빈 폭스오퍼심포니오케스트라가 SVO 빈 발레앙상블과 함께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폰키엘리의 ‘시간의 춤’, 요한 슈트라우스의 ‘기수, 빠른 폴카’, 슈트라우스 2세의 <베네치아의 하룻밤> 중 ‘곤돌라’, ‘박쥐’ 등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안드리아나 쿠체로바, 메조소프라노 토마코 마이야, 테너 메자드 몬타체리, 바리톤 케니치 요시카와 등이 출연한다.

프랑스 바스티유오페라극장

프랑스의 제야 오페라 프로그램은 푸치니의 <라보엠>이다. 파리오페라의 2017/18 시즌 프로그램 중 11월 28일부터 시작한 <라보엠>은 12월 31일까지 바스티유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크리스마스이브, 파리의 어느 아파트 다락방에서 만난 가난한 연인 로돌포와 미미의 사랑 이야기인 <라보엠>은 전 세계 극장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중 하나다. 연말에 맞춰 무대의 배경인 파리에서 관람한다면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다. 구스타보 두다멜, 마누엘 로페스-고메스(31일) 지휘, 미미 역에 소프라노 소냐 욘체바, 니콜 카르(31일), 로돌포 역에 테너 아틸라 아얀, 이번 공연으로 파리오페라에 데뷔하는 벤저민 베른하임(31일), 뮤제타 역에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 마르첼로 역에 바리톤 아르투르 루친스키가 출연한다. 12월 31일이 이 작품의 피날레 공연인 만큼 ‘블랙 타이’를 갖춰달라는 드레스코드 외에 특별 이벤트는 없다. 대단한 이벤트가 없어도 여기는 ‘파리’다. 공연을 관람한 후 지하철을 타고 트로카데로 역에 내려 한껏 화려한 조명을 받은 에펠탑의 자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한 해의 마무리가 될 것이다.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

한해를 마감하며 음악과 함께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와는 반대로 호주의 12월 31일은 한여름이다. 한여름에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어떨까? 나라마다 새해를 맞이하는 화려한 이벤트가 많지만, 호주의 ‘시드니 제야 불꽃놀이Sydney New Year’s Eve Fireworks’는 세계적인 볼거리다. 그리고 이 축제의 중심에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있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조가비 모양의 지붕을 한 독특한 형태의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남반구 최고의 관광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보물이다. 106만 개의 타일을 붙여 만든 이 건물은 당시로써는 건축 분야의 신기술을 집대성한 것으로, 건축 역사만 14년이 소요됐다. 극장 문을 연 후 58년이 지나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쳤는데, 새롭게 단장한 극장이 궁금한 관객, 관광객들 덕분에 극장 투어는 연일 문전성시다.

 

12월 31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는 레하르의 오페라 <유쾌한 미망인>과 <제야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유쾌한 축제를 즐기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인 <유쾌한 미망인>은 오페라하우스 내 조안서덜랜드극장 무대에 오른다. 여주인공인 ‘한나’ 역에는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다니엘레 드 니스가 출연한다. 사랑스러운 그녀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시드니에 가고 싶어지는 이 무대는 버네사 스캠멜이 지휘, 호주오페라합창단, 호주오페라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콘서트홀에서는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 등을 연주하는 <제야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두 공연 전후 오페라하우스 내에서 누릴 수 있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놓치지 말자. 사전예약이 필요한 극장 투어는 한국어 가이드까지 갖추고 있으며, 극장 내 레스토랑은 자정 넘어까지 문을연다. 디너와 음료, ‘미드나잇 파티’, 프리미엄 공연 티켓을 한데 묶은 플래티넘 패키지도 판매 중이다.

중국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홀

세계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상하이의 제야음악회는 어떨까? 와이탄과 푸둥 지역을 가로지르는 황푸강가를 따라 근대식 유럽풍 건물과 현대식 고층 빌딩 숲이 마주 보고 있다. 다채로운 양식의 건축물들이 우아한 조명을 받아 장관을 이루는데, 이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랜드마크다. 그런데 상하이는 지난 2년간 캄캄한 제야를 보냈다. 3년 전, 조명축제를 보러 30만 명 이상의 군중이 몰려든 부둣가에서 사상자가 나온 것. 당국은 축제는 물론 불꽃놀이마저도 금지했다. 그나마 황푸강변의 멋진 야경도 전기 절약을 위해 밤 10시 이후엔 소등을 하니 상하이의 근사한 야경을 보려면 저물녘부터 찾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무심히 보낼 순 없는 일이다. 2015년 가을에 개관한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홀의 제야음악회를 찾아보자. 이 극장은 일본 산토리홀, 미국 디즈니홀, 한국 롯데콘서트홀의 음향 컨설턴트인 ‘야스히사 토요타’가 어쿠스틱을 조율했다. 넓은 면적의 정원과 로비, 빈야드 스타일의 콘서트홀과 현대식 앙상블홀까지 음향도, 건축물 자체도 아름답다. 12월 31일 저녁 8시, 이곳에서는 <2018 신년음악회>라는 타이틀로 제야음악회가 열린다. 만프레드 호넥의 지휘, 메조소프라노 추 윌링,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환상곡, 말러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라인의 전설’, 레하르의 오페라 <주디타>중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격정적인 폴카’, ‘사냥터 폴카’, ‘크라펜의 숲속에서’, ‘천둥과 번개 폴카’ 등을 연주해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을 예정이다.

독일 엘프필하모니

한해를 마감하며 음악과 함께

독일 엘프필하모니

12월 31일, 대부분의 독일 극장은 공연이 없거나 소극적인 프로그램을 내놓는 정도다. 반면,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이하 엘피)는 낮과 밤에 송년 공연을 준비했다. 두 공연은 모두 일찌감치 매진됐다. 2007년 4월, 7700만 유로 예산으로 공사를 시작한 엘피는 2016년 열 배가 넘는 7억 8900만 유로를 들여 건물을 완공했다. 엘피의 극장은 세계적인 음향 컨설턴트 야스히사의 빈야드 스타일로 만든 2100석 규모의 대극장과 NDR엘프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상주 공간이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550석 규모의 리사이틀홀로 나뉜다. 여기에 건물 9층부터 20층까지 244개 객실과 45개 고급 레지던스, 스파, 레스토랑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극장 건물에 함께 있어 주거와 문화생활이 동시에 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기능이 많아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엘피는 항구에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건물은 부둣가의 낡은 벽돌 창고의 내부를 파내어 만든 것. 쇠락한 부둣가 주변 지역을 살려내려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해 의미도 좋고 수익 공간도 마련했지만, 무엇보다 주요 목적 공간인 콘서트홀의 기능적인 부족함이 없어야 했다. 특히 항구에서 빈번히 울리는 뱃고동 소리가 홀 내부나 아파트에 들리지 않아야 하고, 극장의 음악 소리 역시 아파트에 들리면 안 된다. 동시에 극장의 음향은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10년이라는 시간, 열 배가 넘는 예산이 들었지만, 엘피는 환경재생과 극장 본연의 기능, 건축과 미학적인 부분까지 해결하며 함부르크 시민들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오전 11시, 대극장에서는 켄트 나가노가 이끄는 함부르크 슈타츠오케스트라필하모니가 소프라노 에프게니아 소트니코바, 알토 아이다 알드리안, 테너 로빈 트리츨러, 베이스 타렉 나츠미, 그리고 오르가니스트 크리스토프 쇼너와 함께 공연한다. 세계 최고의 연주가들이 제야에 모여 제앙 아리스테 알랭의 ‘기도’ 환상곡,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K.317,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 바흐의 칸타타 BWV60, ‘오 영원이여, 그대 무서운 말이여’ 등을 연주한다. 저녁 8시 30분에는 제임스 콜론의 지휘로 이 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이자 독일의 숨은 강자, NDR엘프필하모니오케스트라가 공연한다. 소프라노 올가 페레트야트코-마리오티, 테너 레비 세카파네가 출연해 베르디의 <운명의 힘>, 도니체티의 <돈 파스콸레>, <사랑의 묘약>, <연대의 아가씨>, 푸치니의 <라보엠>,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리아와 서곡을 선사한다. 공연은 밤 11시에 끝나지만 31일은 자정까지 플라자를 오픈한다. 엘베강이 흐르는 함부르크 항구와 세련된 현대식 시내 전경을 360도 뷰로 볼 수 있다. 평일엔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12월 24일, 31일에는 공연 관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행사를 마련한다.

러시아 마린스키오페라극장

지구촌 모든 나라가 12월 31일을 ‘새해 전야’로 보내진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가 태양력으로 불리는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데 비해, 러시아는 16세기까지 유럽에서 쓰였던 율리우스력을 사용한다. 태양력보다 13일이 늦은 탓에 러시아의 성탄절은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 새해는 1월 13일이다. 러시아는 우리 기준의 새해 전야가 가족들과 모여 선물을 주고받는 명절로 되어 있다. 따라서 신년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거의 없다. 변화하는 대도시에서만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12월 25일과 31일에 특별행사를 열고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러시아의 겨울 공연은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 가득하지만, 제야를 제외한 일정을 찾아보면 좋겠다. 마린스키극장은 정오와 오후 6시에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올리고, 콘서트홀에서는 <헨젤과 그레텔> 세미 오페라를 공연한다. 참고로 이 극장에서는 12월 14일부터 30일까지 제7회 마린스키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이 열린다. 루간스키, 페트렌코, 게르기예프, 프레이어, 코바세비치 등 주옥같은 이름을 찾을 수 있는데, 본 프로그램에는 없던 기획이지만 31일 낮 2시 <신년 음악회-앙코르!>라는 타이틀로 피아노 페스티벌의 앙코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출연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12월 31일에 러시아 명절을 지키지 않는 외국인들에게는 깜짝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 예술의전당

마지막으로 예술의전당이 준비한 제야음악회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예술의전당은 1994년 처음 <제야음악회>를 시작했다. 극장에서 열리는 클래식 문화축제로는 가장 오래된 셈이다. 매년 조금씩 변화를 추구해온 이 음악회는 밤 9시 30분에 시작, 11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올해공연에서 주목할 아티스트는 지난 6월,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다. 심지어 임헌정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그의 장기인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한다. 여기에 소프라노 홍주영,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석철, 바리톤 김종표, 그란데오페라 합창단이 베토벤 교향곡 9번 중 4악장을 노래한다. 전곡감상이 아니라 아쉽긴 하지만, 어떤 음악보다 강하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전해줄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며 음악과 함께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의 부대행사 '소망카드' 쓰기

어쩌면 어린 관객들에게는 공연보다 ‘소망풍선’ 날리는 것이 더 큰 관심사일지도 모르겠다. 방법은 간단하다. 공연 전 로비에 마련된 카드에 소망을 적은 후 공연을 보고 광장에서 나눠주는 풍선에 ‘소망카드’를 붙여 성취를 희망하며 날리면 된다. 소망풍선 때문에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고정 관객이 있을 만큼 인기가 많은 행사다. 자정을 30초 앞두고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함성과 함께 약 9분간 이뤄지는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다. 우면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꽃축제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을 비롯해 폴카 등 신년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춤곡과 함께 진행된다.

 

글 이지영 (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호주관광청

 

위 글은 월간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 2017년 12월호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