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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인생이 정색하고 달려들 때

by예스24 채널예스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박사 작가 인터뷰

인생이 정색하고 달려들 때

앗뿔싸! 치킨을 시켰는데 다리가 하나만 왔다. 인생 최대의 불행은 아니지만, 원래 이런 자잘한 불행과 불운에 사람은 더 가슴이 쓰리고 아픈 법. 어디 이뿐이랴. 버스 시간에 맞춰 열이 나도록 뛰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잠깐 집 앞에 눈곱만 떼고 나왔는데 마침 구애인과 마주치고, 모처럼 ‘칼퇴’ 좀 해볼까 했는데 팀장님이 퇴근 10분 전에 일을 준다. 정말이지 인생이 자꾸만 나에게 정색하고 달려드는 것만 같다.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은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나 싶은 당신을 위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 40가지를 담았다. ‘선천적 재미주의자’이자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박사는 오스카 와일드가 가진 위트와 냉소의 힘에 주목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틀고 비꼬고 비웃었던 ‘조롱전문가’ 오스카 와일드. ‘조롱’은 그가 인생을 대하는 자세이자 인생관이었고, 불행과 고통을 이겨내는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는 인생에 닥친 비극을 애써 긍정하거나 섣불리 희망을 논하지 않았다. 대신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인생을 밀고 나갔다. 그것이 냉소 혹은 조소일지언정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문장들에는 위트와 재치는 물론, 삶의 통찰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의 말에는 진지한 ‘자뻑’이 흐르고 뼈를 때리는 속 시원함이 있다. “잘 될 거야” “힘 내” “괜찮아”라는 어설픈 위로마저 비웃듯, 인생의 비극과 아이러니를 조롱하며 빈정댄다. 그러면서 우리를 짓누르고 있던 비극을 살포시 들어 올리고, 구겨진 마음과 일상을 조금씩 펴낸다. ‘웃음’의 힘이다.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나 싶은 당신에게, 오스카 와일드가 말을 건다. 계속 웃을 수 있다면, 벗어날 길은 있다고…….

 

그동안 오스카 와일드에 관한 책은 많이 봤었지만 이렇게 위트 있고 접근하기 쉽게 다룬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어떻게 이 책을 쓰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오래전부터 제 좌우명이 ‘유머감각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였어요. 유머감각은 일종의 완충제 역할을 맡고 있어서 심각한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결국 모두의 긴장을 풀어 주죠. 삶을 너무 비장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려주고요. 그런 면에서 오스카 와일드는 저와 잘 맞는 작가예요.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묘한 분위기와 아름다움도 좋아합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려 삶을 살아가는 태도,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자마자 동족임을 직감했다고 하셨는데요. 오스카 와일드의 철학과 작가님의 가치관이 가장 잘 맞닿아 있는 꼭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여기 실린 문장들이 다 저와 잘 맞닿았기 때문에 썼던 거겠죠. 사실 다루지 못한 문장들도 많아 아쉬움도 커요. 그의 문장을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생각하고 써 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이었어요. 오스카 와일드와 느긋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가장 마음 깊이 와닿았던 건 그가 유머기를 싹 빼고 말한 후기의 문장이었어요. “당신은 삶의 쾌락과 예술의 기쁨을 배우기 위해 나에게 왔지. 어쩌면 난 당신에게 그보다 훨씬 더 멋진 것을, 고통의 의미와 그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기 위해 선택된 사람인지도 몰라.”라는 말을 보면서 사실 우리에게 유머가 필요한 것은 고통을 피하거나 외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스카 와일드는 그전에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죠. “자기 삶의 구경꾼이 되려면, 인생의 고통에서 도망치면 된다.”고요.

인생이 정색하고 달려들 때

프롤로그에 써 있듯 우리 일상은 온통 ‘개의한 것’투성이에요. 날 개의하게 하는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쉽게 개의치 않아지는 게 사람이고 인생인 것 같은데요. 개의한 것들을 개의치 않게 만드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가장 효과적인 건, 이 책에서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듯이 유머감각을 발휘하는 거죠. 내가 지금 신경 쓰고 있는 게 사실은 별것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럴 때 저는 글로 써 봅니다. 그러면 그 문제가 저에게서 좀 떨어져서 거리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요. 제가 생각할 때 최악은 “개의하면 안 돼! 생각하면 안 돼! 어서 잊어버려! 개의치 마!”라고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생각이라는 건, 그러면 그럴수록 자꾸 강렬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잖아요.

 

‘선천적 재미주의자’라는 작가 소개가 인상 깊어요. 요즘 작가님을 가장 즐겁게 하는 ‘재미’는 무엇인가요?

 

새 장난감이요! 저는 사실 아날로그를 좋아해서 종이 위에 쓰고 그리는 걸 즐거워해요. 필기감이 좋은 노트를 사거나 색감이 좋은 물감을 사는 것도 좋아하고요. 매년 연말 제 생일 때마다 만년필이나 그림도구 같은 걸 저에게 선물했는데요,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서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선물했어요. 그런데 이 장난감,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사진을 찍고 애플 펜슬로 그 위에 이런저런 글을 쓰거나 그림을 덧그리는데요. 그렇게 SNS에 올리면 반응도 좋아요. 옛날에 ‘말랑쫀득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여행 사진 위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비슷한 시도를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작은 태블릿으로 모니터를 보면서 힘겹게 했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지금은 얼마나 쉽게 되는지, 과학의 발전이라는 건 역시 좋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식으로 말하면,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어요. 새 장난감들이 자꾸 생기니까요.

 

책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 인생의 강렬한 경험에 휩싸였을 때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이 경험을 글로 옮길까 고민하고 앉았으니. 그렇게 모든 순간의 구경꾼이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직업상 글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나쁜 버릇인 걸 알면서도 글을 쓴다는 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죠. 저는 제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게 참 좋아요.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글을 쓰면서 제가 성장하는 게 느껴지니까요.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와 이렇게 글로 대화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해 모르는 게 태반인 채로 지나갔을 거잖아요. 인생의 강렬한 경험의 순간은 놓칠지도 모르겠지만,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책을 읽고 글로 쓸 때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이자 북 칼럼니스트이기도 해요. 새해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책은 정말 너무나 많고, 각각의 사람들에게 재미있거나 도움이 되는 책은 또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저는 제 직업이 책 추천하는 일임에도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 책,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은 오스카 와일드라는 작가와 그 작가가 쓴 책에 대한 기나긴 추천사라고도 할 수 있겠죠. 만약 이 책을 읽어 보시고 ‘아, 이 사람이 하는 책 추천이라면 믿을 수 있겠어.’ 하시는 분이 있다면 한 권 조심스럽게 추천해 볼까 합니다. 켄 윌버의 『무경계』인데요. 그동안 주변에 금을 긋고 경계를 뾰족하게 세우셨던 분이라면 스스로의 경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요.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책으로 다가가길 바라시나요?

 

웃다가 생각하다가 잊었다가 어느 심각한 순간에 문득 생각이 나면서 자세를 조금 여유롭게 바꾸게 되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속에 비축해 놓는 몇 개의 작은 공기주머니 같은 그런 책이 되면 참 좋겠네요. 우리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에어백이 필요하니까요.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인생이 정색하고 달려들 때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

박사 저 | 허밍버드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자꾸만 주눅 들게 만드는 인생에 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웃음’에 있다는 걸 알려준다. 나를 짓누르는 비극을 들어 올리고, 구겨진 마음과 일상을 조금씩 펴낸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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