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진심이지요?

[컬처]by 예스24 채널예스

사람에 대한 추천입니까? 책에 대한 추천입니까?

알쏭달쏭한 독자 마음 

추천사, 진심이지요?

지난해 가을, 3권의 신간을 동시에 읽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3권의 추천사를 쓴 사람이 동명이인도 아닌, 동명일인이었기 때문이다. 추천인은 대중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방송인 S였다. 나 역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 ‘이 사람의 추천이라면 괜찮은 책이겠구나’, ‘독자들이 살까 말까 갈팡질팡할 때 선뜻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구나’ 싶었다.

 

S의 추천사를 천천히 살폈다. 담백한 문장에 솔직한 응원과 찬사. 내가 이 책의 편집자라면 무조건 S에 대한 호감도가 200% 오르지 않았을까. 내가 이 책의 저자라면 평생 동안 S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 같았다. 하나, 나의 마음은 이내 다른 쪽으로 쏠렸다. 무척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S는 과연, 같은 시점에 나온 3권의 책을 모두 읽고 추천사를 썼을까? 가제본을 받았을까? 서문만 읽고 쓰진 않았을까? 편집자의 부탁을 받은 걸까? 저자의 청을 들었을까? 아쉽게도 나는 S의 연락처를 몰라 따져 물을 수 없었다. 다행히 3권의 책은 모두 재밌었다. 흡족하기도 했다. 추천인의 명성이 없었더라도 잘 팔릴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새 책을 받으면 표지를 보고, 저자 프로필을 읽고, 뒷표지를 본다. 뒷표지는 대개 추천사가 실리거나 머리말의 일부, 본문의 일부를 싣는다. 내가 아는 사람의 추천사가 있을 때는 눈여겨보지만, 모르는 사람의 추천사는 읽지 않는다. 하여 추천사를 쓰는 대부분은 저명인사다.

 

추천사는 왜 있고, 왜 없을까? 있는 이유를 따져본다. 첫째, 유명한 사람의 추천사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둘째, 미리 보는 독자의 리뷰다. 편집자와 교정자 이외에 첫 번째 독자일 테니, 추천인 역시 독자다. 책을 ‘미리 보기’ 할 수 있는 장치다. 없는 이유를 따져본다. 첫째, 딱히 추천사를 받을 대상이 없다. 둘째, 추천사가 없어도 저자의 명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 더 이상의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한 소설가와 인터뷰를 마치고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본인은 추천사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저자와의 인연 때문에 마음에 없는 극찬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작가는 “사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부탁을 해오면 정중히 거절한다. 읽지 않고서 추천사를 쓰는 일은 거짓이 아닌가”라고 했다.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지인들은 서운하겠지만 독자는 이런 작가가 좋다. 베스트셀러를 많이 쓴 유명한 종교인이 있다. 나 역시 그 분을 좋아한다. 그런데 추천사를 너무 많이 쓴다. 내가 좀체 좋게 읽지 않은 책을 극찬해주시니, 그 분에 대한 생각이 알쏭달쏭해진다. 마음이 너무 좋으셔서 거절을 못하시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문득 상상해본다. 언젠가 내가 책을 쓴다면 누구에게 추천사를 부탁할 수 있을까. 흔쾌히 수락해줄 것 같은 명사가 서너 명 생각났다. 하나, 마음을 이내 고쳐 먹었다. 좋지도 않은 내 원고를 보고 추천사를 써야 한다면,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거짓말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이름에도 먹칠하는 일 아닌가. 유명하지 않은 나 때문에 이런 고충을 겪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장 읽기 싫은 추천사는 ‘책’에 관한 내용이 아닌, ‘사람’을 추천하는 글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을 뿐인데, 저자에 대한 찬사가 써있으니 ‘이것은 자서전인가? 홍보물인가?’ 헷갈린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거절을 잘 못한다. 거절을 못하니 거짓말을 한다.

 

많은 유명인이 거절의 미학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원고를 읽지 않고는 추천사를 쓰지 않길 바란다. 저자와 편집자는 추천사를 요청할 때, 이렇게 단서를 달았으면 한다. “원고를 먼저 읽어 보시고 추천사를 쓰실지 안 쓰실지 결정해주세요”라고. 안 써준다는 답변을 받았을 때는 상처받지 말고, 원고를 다시 손보거나 고언을 귀담아듣자. 그래야 책이 망하지 않는다. 좋은 추천사를 받았으면 끝인사까지 확실히 해야 한다. 책 펴낼 때 도움을 줬는데, 출간 후에는 “쌩~”하면 마음이 무척 상한다. 이런 후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글ㆍ사진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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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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