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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쟁점 한일사』 역사에 관심이 조금 있는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이경훈 “일본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by예스24 채널예스

이경훈 “일본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등학교에서 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이경훈 저자가 한일 근현대사의 쟁점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역사교과서 문제 때문이었다. 2001년, 일본 후쇼사 역사교과서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본 역사 교사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바로 ‘한일역사교사모임’이다. 이 모임을 통해 저자는 공동 작업으로 『마주 보는 한일사』를 펴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작업을 거치면서 역사 교사인 저자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말한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민간 차원의 교류가 보다 더 많아지면 해결될 문제들이 있다고. 역사의 단죄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해결과 화해가 필요하다고. ‘위안부’ 피해 생존자, 사할린 한인 생존자, B, C급 전범 등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안을 제대로, 정확히 공부하는 것부터다.

이경훈 “일본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제대로 알자

일본군 ‘위안부’나 독도, 야스쿠니 신사처럼 자주 거론되는 쟁점부터 B, C급 전범이라든지 사할린 한인 등 다양한 쟁점 아홉 가지를 다뤘어요. 모두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들이죠.

 

책에 쓴 쟁점들이 현대사잖아요.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요, 현대사 부분은 거의 하질 않아요. 아주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거나 하죠. ‘위안부’나 야스쿠니 신사, 들어보긴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 거의 모르고 지나가요. 독도 같은 문제들은 워낙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하니까 특별수업도 하고 그렇거든요. 수업을 해보면 학생들은 대부분 감정적으로 나와요. 일본에 반감을 갖고요. 사실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정부나 정치의 문제인데 학생들은 일본 전체를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 사람들도 있거든요. 이런 것은 자세히 알아야만 해결할 수 있잖아요. 제대로 알자는 뜻으로 책을 쓰려고 한 거고요.

 

또 한 가지는요, 제가 ‘한일역사교사모임’이라는 교사 모임을 해요. 일본 선생님들과 수업 교류를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보니까 제가 몰랐던 게 많이 있었고요. 그러다가 『마주 보는 한일사』라는 책을 쓰게 됐어요. 저도 공부하면서 그 내용으로 학생들과 수업도 하고, 그러면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일본 선생님들과의 교류 과정에서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내용이 있었다고요?

 

전근대사 경우에도 ‘왜구’를 우리는 일본 해적 정도로 생각하잖아요.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왜구를 전, 후기로 나누기도 하고요. 왜구는 일본인만 있는 게 아니라 중국 상인이 왜구로 가장한 경우도 있었다는 거예요. 또 ‘서원’ 있잖아요. 도산서원 같은 서원이요. 『마주 보는 한일사』에서 유교 관련 내용을 쓰면서 서원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들도 ‘서원, 우리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일본은 집의 형태를 서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죠. 독도 같은 경우는 쓰는 데 엄청 오래 걸렸거든요. 독도를 우리는 역사적 문제로 생각하는데 일본 선생님 경우는 그래도 한국을 많이 아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영토 문제로 보시더라고요. 일본은 러시아와 북방 영토, 중국과 센카쿠 열도 등 영토 문제가 많잖아요. 그렇게 보시는 거죠. 정말 서로 모르는 것도 많고 시각이 다른 것도 많다는 걸 알았어요.

 

실제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역사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위안부’는요, ‘부’가 들어가니까 독립운동기구라고 아는 경우가 있어요. ‘조선총독‘부(府)’’처럼요.(웃음) 정말 그래요. 요즘에는 워낙 이 문제가 많이 나와서 그 정도는 아닌데요. 몇 년 전만 해도 수업할 때 ‘위안부’라고 하면 그렇게 아는 학생들이 있었죠. 야스쿠니 신사는 TV에도 나왔는데 진짜 ‘젠틀맨’으로 아는 친구들도 있어요.

 

모두 중요한 쟁점들이지만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쟁점을 꼽는다면 어떤 걸까요?

 

다 그렇지만 강제동원이라든가 사할린 한인 같은 문제는 꼭 해결되었으면 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가장 심각하긴 해요. 생존해 계신 분이 많지 않잖아요. 다만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많이 부각되어 있는데요. B, C급 전범이나 강제 동원, 사할린 한인 같은 문제는 인도적인 문제라고 보거든요. 식민지라는 시대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사할린 한인은 일본이 패망한 이후 그냥 방치한 거거든요. 버린 거죠, 완전히. 게다가 우리나라도 사할린이 소련 땅이다보니 적국이라 무관심했고요. 사할린 한인은 90년대가 넘어가서야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B, C급 전범 같은 경우도 그래요. 강제징용은 아니지만 포로 감시원으로 가지 않았다면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을 사람들이거든요. 포로감시원이면 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간 거죠. 그런 사람들이 전쟁 범죄자가 돼 처벌을 받았잖아요. 그 중에는 석방돼서 국내로 왔더니 친일파라고 매도된 경우도 있어요. 정말 황당한 일이잖아요. 이런 문제도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생존해 계신 분도 거의 없고 이러니까요.

 

맞아요, 사할린 한인이나 B, C급 전범 같은 이슈가 다른 이슈처럼 좀 더 알려지기만 해도 변화가 있을 거예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사할린 한인은 그나마 90년대 이후 영주 귀국을 추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거기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끌려간 1세대 분들을 귀국 시킨 거죠. 그곳에서 결혼한 분도 있었을 거고, 자녀도 있었을 텐데 그 사람들만 귀국을 시켜요. 이산가족이 된 거죠. 이 1세대 분들이 40년대에 징용 갈 때 사할린이 워낙 오지고 환경이 열악하니까 일본이 가족을 데려가게 했는데요. 사할린 탄광을 포기하면서 이중징용(전환배치)을 하는 바람에 가족과 생이별을 했었어요. 그러니까 40년대에 이산가족이 되고, 90년대에 또 이산가족이 된 거예요. 국가가 이런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죠.

 

이렇게 극적인 이야기들은 영화나 소설 같은 다른 장르로라도 더 많이 다뤄졌으면 해요. 관심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잖아요.

 

사할린 한인은 <명자, 아끼꼬, 쏘냐>라는 영화가 있었고요. <암살>, <귀향> 같은 영화도 나왔잖아요. 『군함도』도 영화로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더 많이 다뤘으면 좋겠어요. 심한 왜곡이나 이런 게 아니라면 알리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필요하죠.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때, 학생들의 관심도 많이 달라지나요?

 

많이 달라요. 가령 <정도전>이나 이런 게 하면 학생들이 와서 물어봐요. 수업도 하지만 TV나 영화로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재밌잖아요. 대신 아무래도 픽션이다보니까 과장된 부분도 많아요. 그런 것들은 얘기를 해줄 필요는 있죠.

이경훈 “일본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민간 교류 활성화

제일 먼저 ‘위안부’ 문제를 다뤘는데요.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요즘 가장 많이 이슈가 되는 문제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처음 다룬 것부터 마지막에 다룬 역사교과서까지를 경중에 따라 나눈 건 아니에요.

 

‘위안부’ 문제는 매일 뜨거운 이슈죠. 한편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도 있잖아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그 책을 읽어봤는데요. 정영환 교수의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에서 반론도 있었죠. 모든 젊은 여자들을 강제로 끌고 갔겠느냐, 저도 그러진 않았을 거라고 봐요. 실제로 당시 일본인 ‘위안부’도 있었거든요. 동남아 지역 사람들도 있고요. 부모가 업자한테 자식을 판 경우도 있어요. 일부 있었겠죠. 그런데 그런 내용을 너무 부각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위안부’ 문제를 강제성이나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에 크게 두긴 했지만요, 박유하 교수가 쓴 것처럼 조선인 업자라든가 그런 부분이 너무 부각되는 것도 사실은 그리 옳은 것 같지 않아요. ‘위안부’ 문제가 무엇인지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죠. 그 중 일부 그런 예가 있었다고 한다면 공감할 수 있을 텐데요. 일부를 너무 강조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사 문제의 쟁점이라는 게 참 어렵잖아요. 객관적 사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모든 문제를 ‘우리가 식민 지배를 당했으니까’, ‘이건 일본 잘못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1965년에 한일협정을 이상하게 맺는 바람에 그로 인해 문제가 꼬인 경우도 굉장히 많잖아요. 책에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사실 그 때문에 꼬인 게 많거든요. 그것도 지적을 안 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때 ‘위안부’ 문제는 한일협정 당시에는 아예 거론조차 안 됐어요. 사할린 한인, B, C급 전범도 그랬죠. 그걸 일본은 그야말로 ‘포괄적으로 다 해결되었다’라고 했고요. 그런 부분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일본이 나쁘다’라고 하기보다 과거에 잘못 매듭지은 것들도 지적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이런 것을 잘못했고, 너희는 이런 것을 잘못했다, 그러니까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해결해보자,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논의가 체계적으로 진척 되려면 기본적인 수준의 지식은 있어야 하잖아요. 교과서 문제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한국, 일본 모두 역사교과서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양국이 아주 다른 내용을 배우게 되는 거예요.

 

‘동아시아사’라는 과목이 있어요. 2012년에 생겼어요. 노무현 정부 말에 한중, 한일, 동북공정, 독도, 이런 문제들이 많이 불거졌어요. 갈등이 심화되었죠. 그것이 계기가 돼 과목을 만든 건데요. ‘동아시아사’는 주제사예요. 시대별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이 중심이 된 동아시아 지역의 이슈를 역사적으로 다뤄보는 거죠. 그래서 지금 이런 갈등이 생겼고, 이것을 해결해보자, 이런 거거든요. 우스갯소리긴 한데요. 화해를 배우려고 하면 기말고사가 끝나요.(웃음) 학생들은 갈등까지밖에 안 배워요. 그것도 책 쓴 계기기도 했어요. 예전 교학사 교과서나 지금 국정교과서까지 한일 갈등의 중심에 이런 교과서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의 사실들을 좀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교육 과정에 말씀하신 문제들이 있는 거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공부하려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뉴스로, 하나의 이슈로 파편적으로 보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인문학 강좌도 요즘 많이 있잖아요. 그렇게 공부하면 좋죠. 학생들에게도 특별수업으로 ‘위안부’나 독도, 야스쿠니 등을 한두 시간 씩 하거든요. 그러면 학생들 귀가 쫑긋해져요. 학교에서도 역사를 공부한다 하지만 잘 모르거든요. 고등학교 한국사나 중학교 역사 책 보면 ‘위안부’는 그나마 칼럼 식으로 한 페이지까지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요. 독도는 소제목으로 다루고요. 그런데 나머지는 다루는 경우가 없어요. 사할린 한인? 단어도 안 나와요. 정말 몰라요.

 

역사 재교육을 위해 역사 교사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실 것 같아요.

 

‘한일역사교사모임’을 하면서 공동 역사 교재 만드는 작업을 계속 했어요. 『미래를 여는 역사』도 펴냈고요. 국가 간의 갈등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하면 아무래도 국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동아시아 청소년 역사체험캠프’라고 해서 한중일 학생들이 일 년에 한 번 일주일 정도 모여 캠프를 하거든요. 그런 캠프를 하면 학생들이 서로 직접 보잖아요. 이번에는 타이완 학생들도 왔고, 재일한국인도 왔어요. 이야기를 해보면 정말 다르죠. 재작년 주제가 ‘청일전쟁’이었는데요. 이건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하는데 전쟁터가 한반도였잖아요. 각 나라 교과서에 청일전쟁 이야기가 다 나와요. 그런데 내용이 다 달라요. 학생들이 그걸 보고 공동 교과서를 직접 써본 거죠. 저희들끼리 싸우기도 하면서 어설프긴 하지만 의견을 모으는 거예요. 저는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자꾸 많아지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 외에 민간 차원의 노력이 분명히 병행되어야 해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거고요.

 

‘위안부’ 같은 경우도 굉장히 안타깝고, 해결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타까운 생각만 하잖아요. 수요시위에 참여해 본다거나 ‘나눔의 집’이나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응원의 글을 한 번 쓴다거나 하는 여러 방법이 있어요. 참여를 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진전이 돼서 해결로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문화재 환수 부분을 보면 명확해지죠. 정부의 대응 못지않게 혹은 더 많이 민간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 말이에요. 지금, 우리는 이런 쟁점들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관심을 가져야죠. 그 부분에서 사실 정말 중요한 건 언론이거든요. 예를 들어 야스쿠니 신사에 아베 총리가 참배했을 때 엄청나게 난리가 났잖아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일본 역사교과서에 수록됐다고 해서 난리가 났고요. 그런데 그러고 딱 끝이잖아요. 삼일절이나 광복절 쯤 되면 다큐멘터리가 나와요. 이럴 때 실질적으로 그 쟁점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겠다, 일본에서 이걸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을 강조했으면 좋겠어요. 무턱대고 아니다, 이게 아니고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하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개인이 관심 갖는 게 중요하기도 하지만 언론에서도 그런 부분을 잘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문제를 ‘문제다’라고 하긴 쉽죠. 어떤 다른 목소리가 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저도 책을 통해 쟁점, 문제가 뭐다, 이걸 얘기하려던 게 아니고요. 그래서 이런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 것을 꼭 썼거든요. 그런 걸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경훈 “일본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단순한 한일 양국 문제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과 한일협정(1965년)을 잘못 끼운 단추, 어설픈 매듭으로 표현했어요. 결국 이 쟁점들의 해결을 방해하는 것이 이런 미봉책들 탓이었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란 생각을 했어요.

 

조심스럽긴 한데요. 일본이 패망하자 미국이 일본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재벌을 해체하고, 전범 재판을 해서 전범들을 투옥시키고, 천황 인간 선언을 하고, 평화헌법을 만드는 등 그런 것들을 쭉 이어나갔어요. 중국은 국공내전(1927년 이후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두 차례의 내전)을 통해 공산주의 국가가 됐고, 한국에서는 6.25 전쟁이 벌어졌거든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미국은 일본을 반공국가의 교두보로 만들려고 한 거죠. ‘역코스(Reverse Course)’라고 해서 전범들을 석방하고 그들은 다시 정권을 잡게 돼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1896~1987), 아베의 외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A급 전범이었는데 총리가 되고 이러잖아요. 그러니까 단순히 한국과 일본,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 안에서 문제들이 벌어진 거예요. 단순히 한일 양국 문제로 봐서는 해결될 게 아니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긴 하지만 일 대 일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당장 해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만든다고 하는 것처럼 알아두어야 할 것은 확실히 있어요.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일본이 일종의 면죄부를 얻은 것과 동시에 해방공간에서 한국 역시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측면이 있죠.

 

1965년 한일협정을 맺은 후 박정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개별보상을 한다고 했어요. 실제로 했고요. 그런데 굉장히 적은 액수였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신청 기간도 짧았어요. 개인들의 피해였는데 보상금으로 포항제철을 만든다거나 이런 일을 했고요. 그런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 2004년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었어요. 2011년에는 ‘위안부’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도 있었어요. 헌법소원을 낸 건 2006년이었거든요. 강제동원 역시 전범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2012년에 났었죠. 그것도 노무현 정부에서 소송이 시작됐고요. 보면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하나씩 해결이 되어 가는 거잖아요. 그것이 방향성이라고 봐요. 잘못을 어느 날 갑자기 풀 수는 없죠. 하나씩 풀어야 하는데요. 물론 일관성이 있으면 좋겠죠. 작년 12월 말, ‘위안부’ 협상처럼 확 어그러진다거나 이런 문제가 있다보니 사람들은 ‘이게 뭐야’라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정부가 결정을 내린 문제잖아요. 한일협정도 국가가 한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부 부정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이런 잘못을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하나씩 해결되고 있는 거네요.

 

2012년 전범기업들에 피해자 배상을 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잖아요. 1965년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는데 배상 판결이 나왔다면 과거를 부정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에요. 불법적, 비인도적 행위는 청구권 문제로 해결이 안 됐던 거예요. 그 잘못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이지 과거 맺은 협정을 부정한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하나씩 해결되고 있는 것이죠. 또한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三菱, MITSUBISHI, 1870년 창립) 기업의 배상을 받았거든요. 그건 법적 판결이 아니라 일종의 화해거든요. 기업체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보상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 거예요. 그런 식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거죠. 어쨌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요. 꼭 네가 잘못했으니까 너는 벌을 받아야 해, 감옥에 가야해, 이게 아니라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고 그에 따르는 배상을 한다든가 행동을 보였다면 용서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 해결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경훈 “일본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런 시각도 있다

쓰면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했던 사람이 있었나요?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랄까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보면 좋겠지만 역사에 관심이 조금 있는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시각도 있다고 하는 것을 전하고 싶거든요. 학교에 보면 ‘역덕(역사 덕후)’이 있어요. 굉장히 많이 알아요. 그런데 한쪽으로만 아는 학생들이죠.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위험해요.

 

역덕이요?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요. 관심은 있는데 그 학생들이 주로 관심 갖는 것들이 이런 쟁점들이거든요. 특히 한일관계에 관심이 엄청 많아요. 전쟁, 이런 것들이요. 그런데 그것만 아는 거예요. 그렇게 공부를 계속 하다보면 ‘일본은 진짜 나쁜 놈’이 되는 거죠. 그런 학생들과 얘기해보면 아주 틀린 말을 하진 않아요. 하지만 한쪽만 보니까 잘 모르는 거죠. 얼마 전 일본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에 불을 낸 방화범이 일본에서 징역 받은 일이 있었잖아요.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되죠. 감정이 고조되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거든요.

 

책 뒤편에 참고문헌을 꼼꼼히 넣어두셨는데요. 이런 쟁점이나 역사 문제를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한일 또는 한중일이 공동 작업한 책들이 있어요. 그건 좀 봤으면 좋겠어요. 어느 한쪽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보다 공동 작업한 책들이 좋겠죠.

 

글 | 신연선 사진 | 한정구(AM12 Studio)

 


 

이경훈 “일본에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쟁점 한일사

이경훈 저 | 북멘토

 

한일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9가지 쟁점에 대해 원인과 배경, 해방 이후 처리 과정과 문제점, 해결 방향을 읽기 쉽게 서술하였다. 일본의 망언과 역사왜곡, 우리 정부의 빗나간 대응에 분노하면서도 잘 몰랐던 9가지 쟁점에 관해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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