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부터 도서관까지, 다산성곽길 산책
북적거리는 곳보다는 느긋하고 한갓진 곳을, 목소리를 높여 말해야 하는 식당보단 골목길에 숨어있는 식당을,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핫 플레이스보다는 나만의 장소를 찾는 걸 선호한다면 다산 성곽길에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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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성곽길은 조선 도읍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외부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한양도성 중 장충체육관부터 백범광장에 이르는 4.2km 코스의 일부다. 경사가 다소 급하긴 하지만 동네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팟이 있고, 호텔과 대로를 끼고 있는데도 매우 조용한 편이라 매력적이다.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성곽길에는 찻집, 작은 식당과 공방 등이 자리잡고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오늘은 성곽길에 위치한 상점 중 여유롭고 조용한 스팟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아래 리스트를 주목해 보길.
보헤이 커피
다산동 주민센터 근처, 주택가가 늘어서 있는 골목길. 한국 스페셜티 커피 분야의 고수, 신채용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보헤이 커피는 그 골목 끝자락에 조심스럽게 자리잡은 카페다. 한복집을 개조해 공간을 마련했는데, 커피를 내리는 공간과 메인 공간, 작은 방이 나뉘어져 있다.
메뉴는 싱글 오리진 브루잉 커피, 밀크 카라멜 라떼와 카푸치노 등. 원두 목록은 매주 달라지며, 커피 주문시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고르기 어렵다면 추천을 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매장에서 직접 굽는 스콘과 휘낭시에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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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커피와 생크림 스콘을 주문했다. 커피는 직접 제작한 도자기 잔에 제공된다. 고소하고 향기로운 커피, 달콤한 수제 잼을 곁들인 스콘과 느린 템포의 음악. 여기에 책 한 권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사람 많고 소란스러운 이 도시에서 이런 아지트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행운이다.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15가길 15 1층 보헤이 커피
운영시간 월·화 정기휴무, 12:00~20:00(일 18:00)
빨간집떡볶이
성곽길 근처에는 이북식 닭집이나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고깃집 등 여러 식당들이 숨어 있다. 장충체육관 맞은편에 위치한 빨간집 떡볶이는 배구 경기가 있는 날이나 평일 점심 시간에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분식 맛집이다. 다섯 명만 들어가도 꽉 찰 정도로 내부가 매우 협소하고, 부부 둘이서 운영하기 때문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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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의 근본, 떡볶이와 김밥이 메인 메뉴다. 김밥은 훈제연어 김밥과 명란젓 김밥, 생와사비 참치김밥이 인기다. 떡볶이는 포장마차에서 만드는 철판 떡볶이처럼 양념이 찐득하고 진한데, 지나치게 맵지 않고 달콤한 맛이 나 자꾸만 손이 간다. 쌀떡에 툭툭 무심하게 잘린 꼬불이 어묵이 듬뿍 들어간 것도 이 집 떡볶이만의 매력. 점심시간을 피해 방문하면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데다, 인심 좋은 사장님이 떡볶이 서비스를 넉넉하게 얹어 주기도 한다. 정겨운 포장마차 분위기의 분식집을 찾고 있다면 잊지 말고 들러 보길 바란다.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 228-1
운영시간 주말 휴무, 8:30~22:00
피클즈 클럽
성수동에 있었던 빈티지 샵 피클즈 클럽이 신당동으로 이사 왔다. 아담한 가정집 같은 공간을 쇼룸으로 꾸미고,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 출신의 빈티지 제품을 배치했다. 각종 찻잔부터 티 테이블, 의자, 조명, 인형들까지 곳곳에 가구와 소품들이 가득한데, 공간에 적절한 여백을 두어 빽빽하다는 느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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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나오는 유럽 여행지의 소품 샵처럼 공간을 심플하게 꾸미고, 알록달록한 소품들을 귀엽게 전시해 뒀다. 둥근 곡선이 돋보이는 오렌지 컬러의 네시노 테이블 램프나 나뭇잎 문양이 인상적인 덴마크 크로니덴의 릴리프 찻잔 등 여러가지 소품을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 삼매경에 빠질 것. 공식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서는 더 많은 제품을 볼 수 있으니, 지금 판매중인 제품이 궁금하다면 확인해 보자.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17길 123-27 1층
운영시간 월·화 정기휴무, 13:00~18:00
다산성곽도서관
다산성곽도서관은 성곽을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색 도서관이다. 성곽길 끝자락에 위치해 도착하기까지 경사가 가파른 편이지만,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곡선으로 디자인된 서가가 중앙 공간을 흐르듯 감싸 안고, 시원스러운 느낌을 주는 통창 너머로는 성곽과 자연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 내부는 각종 식물로 장식돼 있어 숲속에서 책을 읽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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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도서관 곳곳에 빈백과 쿠션을 여러 개 비치해 원하는 자세로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성인용 책만큼이나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청소년 도서 등이 상당히 많아 도서관을 처음 오는 아이들도 놀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독서에 집중하고 싶을 때 오면 참 좋은 곳이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두고 한 시간 두 시간 책에 빠져들다 보면, 이곳에 매일같이 올 수 있는 주민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17길 173
운영시간 매주 월요일·일요일을 제외한 법정공휴일 휴관, 09: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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