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세상의 삼위일체- I #1

[재테크]by The DUDE

Summary

- 조화와 전체를 상징하는 숫자 3의 안정감은 ETF 생태계에도 존재함.

- 그 중 첫 번째 요소는 자산운용사로, ETF와 같은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역할을 함.

-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운용 프로세스가 간단해 비용이 적게 들며, 공시의 의무가 있기에 투명성을 자랑함.

 

출처: Stanford University

 

서구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로 삼위일체가 있다. "신"의 본질은 한 분이나 성부(The Father)와 성자(The Son)와 성령(The Spirit)의 위격으로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즉 셋이 합쳐 전체를 이룬다는 교리다.

섭리인지 우연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숫자 3은 "조화와 전체"를 상징한다. 고대인들은 우주를 천체, 지구 그리고 물로 봤으며 인간을 육체, 정신 그리고 영혼으로 나누어 봤다. 모든 물질의 근원이 되는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구성돼 있다. 고전 문학에는 삼총사가 있고 역사에는 삼국지와 삼국시대가 있다. 심지어 모임 자리에서도 둘보다는 셋이 편하다. 둘의 경우 계속 말을 해야 하지만 셋이면 잠시나마 쉴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3이라는 숫자에 매우 친숙하다.

이러한 숫자 3의 안정감과 조화는 ETF생태계에도 존재한다. 이번 장에서는 ETF 삼위일체의 첫째인 자산운용사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 ETF 세상의 삼위일체 - 자산운용사

 

 

ETF 생태계의 첫 번째 요소 ETF 생태계는 1. 자산운용사(Asset Manager) 2. 지수 제공업자(Index Provider) 그리고 3. 지정참가회사(AP: Authorized Participant)로 구성된다. 이 셋 중 하나라도 없을 경우 ETF 생태계는 바로 망가진다. 그러므로 ETF라는 상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 셋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의 돈을 위임받아 운용하는 주체다.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에 위임한 돈은 편드라는 형태로 운용되며 개별 펀드의 전략에 맞게 투자된다. 가령 미국 주식형 펀드는 S&P 500 지수나 나스닥 같은 대표 지수를 중심으로 투자하며 국내 주식형 펀드면 코스피 혹은 코스닥 같은 국내 대표 지수들이 중심이 되는 구조다.

 

돈의 흐름은 상대적이다 대부분의 펀드에는 투자 전략과 성과 평과의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BM: Benchmark)가 있다. 가령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한해 +10%의 수익을 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같은 저금리 세상에서 +10%의 수익률은 매우 우수한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한 해 S&P 500 지수가 +16% 수익을 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43% 올랐음을 상기하면 +10%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돈의 흐름으로 이뤄진 금융의 세계에선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숫자는 절대적이나 그 숫자의 의미가 상대적이라는 의미다. +10%의 수익률은 훌륭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은행 예금 금리 기준에서 봤을 때다. 기준이 S&P 500 지수와 나스닥으로 바뀐다면 동일한 +10%라는 숫자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액티브 전략 vs 패시브 전략 그러므로 벤치마크는 펀드 성과 평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한다. 동시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펀드들은 이러한 벤치마크를 상회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액티브 전략이라고 하는데 단어 그대로 액티브하게 전략을 구사해 펀드의 중심이 되는 벤치마크 수익률을 상회한 결과 값을 얻음을 목표로 한다. 결국 좋은 펀드란 BM을 상회한 펀드고 나쁜 펀드는 BM을 하회 한 펀드다.

하지만 ETF는 다르다. ETF가 기반이 되는 패시브 전략은 BM을 상회하고자 하지 않는다. 패시브 전략을 추구하는 ETF는 기준이 되는 BM과 일치하고자 한다. 가령 나스닥이 +43% 오르면 나스닥 ETF 또한 최대한 근접하게 ~ +43% 오르는 구조다(다만 최근에는 미국과 한국 모두 액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ETF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ETF가 패시브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편적은 의미에서 ETF는 패시브 상품이므로 이 글에선 패시브 ETF를 가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자산운용사의 역할은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ETF와 같은 상품을 만들고 이를 운용하는 것이다.

 

| 패시브 전략에서 시작하는 ETF의 장점

공정 과정이 단순한 ETF ETF는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는 편리성 이외에 낮은 운용 보수란 절대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ETF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낮은 보수는 바로 패시브 전략을 추구하는 ETF의 특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액티브 전략은 펀드 매니저의 역량이 중요하다. 역량이 중요할뿐더러 시간과 노력이 동반된다. 매니저는 리서치도 해야 하고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탐방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시간과 돈이다. 반면 패시브 전략은 이러한 과정이 일절 없다. 왜냐면 기준이 되는 BM을 그대로 추종하는 것이 주 목표이므로 별다른 리서치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만약 S&P 500 지수가 BM이라면 패시브 펀드는 문자 그대로 500개 기업을 비중에 맞게 그대로 매입하면 된다. 반면 액티브 펀드는 500개 기업들에 대해 분석하고 리서치하며 그 비중을 임의적으로 조정한다. 즉 패시브의 운용 프로세스가 훨씬 심플하다.

이를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공정 과정이 보다 단순한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차이라 볼 수 있다. 공정 과정이 단순한 상품은 그만큼 낮은 가격으로 고객에게 팔 수 있다. 반면 공정이 복잡하면 그만큼 상품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ETF도 마찬가지다. 자산운용사는 ETF 상품에 대해 액티브 펀드보다 낮은 가격표로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복리의 마술, 그리고 복리의 횡포 아래 차트는 글로벌 펀드 평가 기관인 Morningstar가 제공한 운용 보수 현황이다. 2000년 이후로 모든 종류의 펀드들(액티브 & 패시브)의 운용 보수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액티브와 패시브 펀드 사이에는 하늘과 땅 차이의 괴리가 있다. 19년도 말 기준 0.70% 수준의 액티브 펀드와 달리 패시브 펀드(이하 ETF)의 보수는 0.10% 레벨까지 내려왔다.

 

 

누군가는 저걸 보고 0.1%와 0.7%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맞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수수료의 영향력을 "한 해"로 국한 짓는다면 말이다. 한 해 수익률이 10%라 했을 때 보수를 감안하면 9.9%와 9.3%가 나온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수수료의 미세한 차이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낳게 된다. 

 

 

0번째 해에 100원을 투자하고 매년 10% 50년간 수익을 냈다고 가정하자. 케이스 1은 보수가 전혀 없는 경우. 케이스 2는 0.1%의 보수가 부과된다. 케이스 3은 0.7%의 보수를 지불한다. 그래프 상으로 봤을 때 첫 20년 동안 이 셋의 차이는 거의 전무하다. 하지만 25년째 되는 해부터 유의미한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종국인 50년째 해에 가서는 0.1%의 수수료 투자와 0.7%의 수수료 투자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 낸다. 전자는 초기 원금 대비 112배 증가한 반면 후자는 초기 원금 대비 8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50번째 해의 성과 <0.1% 수수료> : 11,217

vs

50번째 해의 성과 <0.7% 수수료> : 8,531

위의 그래프를 뜯어서 연간으로 좀 더 자세히 보면 원금 대비 2배가 되는 시점은 모두 8번째에 해에 발생한다. 하지만 거기서 추가적인 2배, 즉 원금 대비 4배가 되는 시점은 15번째 해다. 단 이때 보수 0.7%의 투자처는 3.8배의 수익률 기록해 정확히 4배에 비해 부족한 성과를 내게 된다. 거기서 다시 2배가 되는 시점은 23번째 해다. 물론 보수 0.7%의 투자처는 7.7배로 8배 대비 부족하다. 문제는 30번째 해부터다. 이때부터 보수 0.1%와 0.7% 사이의 성과는 확연하게 차이 나기 시작한다. 44번째 해에는 6,300과 5,000이라는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투자의 대가 워랜 버핏이 복리의 마술(Compound of Interest)을 항상 강조한다. 즉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이 누적돼 엄청난 규모의 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단 안타깝게도 복리의 마술은 비단 수익률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수수료에도 적용되는데 이를 바로 복리의 횡포라고 한다. 장기 투자의 결과는 결국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수수료를 최소화시키는 데 있다. 단 미래의 수익률을 현시점에선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하지만 수수료는 지금 당장에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패시브 투자는 장기 투자자의 절친이 되어야 하는 상품이다.

 

© pixabay

 

ETF는 딱히 감출 것이 없다 ETF는 BM을 그대로 추종하기에 낮은 보수 외에 투명성이란 추가적인 장점이 동반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의 사기극 중심에는 투명성의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옵티머스를 예로 들면 해당 운용사는 정부 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 이를 ETF에 비유하면 미국 S&P 500 ETF가 미국 주식이 아닌 가령 터키나 브라질 주식에 투자한 것과 같다.

공시의 의무가 없는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외부에서 실제 펀드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실시간으로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ETF는 다르다. ETF는 공시의 의무가 있기에 모든 투자자들은 매일 ETF가 실제 어떤 자산을 들고 있는지 조회할 수 있다.

ETF가 이렇게 보유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이유는 공시 의무와는 별게로 ETF의 전략이 BM만을 추종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는 펀드 매니저 입장에선 마법의 레시피와 같다. 마치 요리사들이 본인들의 음식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펀드 수익률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만들어지므로 어떤 자산을 들고 있는지 외부에 알리는 것은 가지고 있는 패를 까는 행위와 동일하다. 반면 BM만 추종하면 되는 ETF 입장에선 딱히 감출 것이 없다. 이로 인해 ETF는 투명하다. 그리고 투명성을 중시 여기는 투자자들에겐 ETF만 한 상품이 없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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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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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자산운용사 상품팀 금융인. ETF와 지수에 대해 모든 걸 설명하겠습니다. “It started out as a product, and it became an industry” (일개 상품으로 시작한 ETF는 이내 그 자체로 산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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