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증시 스테이지는? : M/V 스테이지 이후의 모습 上 #1

[재테크]by 오몽

Summary

- 미국의 M/V 단계가 서서히 저물 것이라는 유끼 씨의 2000년 당시 전망

- 유끼 씨의 예측과 달리 미국은 M/V 단계 이후로도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함

- 미국의 성장 배경으로 이민과 다출산으로 인한 성장 엔진, 첨단 기술 위주의 투자, 유수 기업들이 가득한 미국 증시의 탄탄함 등을 들 수 있음

 

© iStock

 

미국의 무대는 계속된다 지난 '스테이지'와 '환율' 편에서 스테이지 마지막 단계를 M/V라고 했습니다. Maturity/Value의 약자인 M/V는 경제 구조가 성숙하여 하이테크, 금융, 자본화된 서비스가 주도하는 금융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스테이지입니다. 국가의 부가 축적되고 개인의 금융자산이 크게 늘어 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니 자산 가격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오르는 시기입니다. 2000년 세미나 당시 유끼 씨는 미국의 M/V 단계가 2005년 이후 서서히 저물 것이고 2020년 대에 한국, 대만, 중국이 M/V 단계로 진입할 거라 전망했습니다. 당시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경제가 지속될 텐데 M/V 이후의 스테이지는 어떤 건가요?"

 

그에게 물었습니다. 유끼 씨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어요. 막연하고 두리뭉실한 대답이었습니다.

 

"사실 피델리티 같은 미국의 투자회사들도 M/V 이후 미래 비전을 그려놓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경제의 역동성이 한 차례 더 떨어질 거라 봐요. 최첨단이 아닌 한 제조업 경쟁력은 한층 더 약화되겠죠. 반대급부로 금융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도 지금 영국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겠나 합니다."

 

19세기 최전성기를 보낸 영국은 20세기 초를 지나면서 위세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지 세계 대전을 두 차례 승리로 이끈 연합국의 주역으로 파워를 따내 근근이 연명하고 있죠. G1인 미국에 보조를 맞추며 근근이 리더십을 유지하는 영국의 행로를 따라가지 않겠냐는 의미입니다. M/V 이후 전망에 대해 선뜻 동의가 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운용을 갓 시작했던 당시의 좁은 식견에서 뾰족한 반박을 하기 어려워 재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M/V 단계가 서서히 종료되리라 예상했던 2005년 전후로 미국의 과소비와 중국의 과잉 생산이 상호 작용하여 글로벌 버블을 한층 더 키웠습니다. 그러고는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부실이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붕괴될 뻔했던 금융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습니다. 미국의 M/V 단계 끝자락에서 키워진 버블 붐이 마침내 화려하게 버스트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끼 씨의 예상과 달리 미국은 지금도 여전히 금융 강국으로서 글로벌 자산 시장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이 M/V 이후로도 지난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시가 성장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정답을 드릴 수 없겠지만 제가 주목하는 몇 가지 요인들을 언급해 보겠습니다.

 

① 끊이지 않는 성장 동력 첫째, 당초 전망보다 인구 엔진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2030년 예상 인구 구조가 이전 전망치보다 나아 보입니다. 미국 인구의 성장 엔진을 유지시킨 동력은 바로 이민과 다출산입니다. 세미나를 했던 2000년 미국 인구는 2.8억 명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3.28억 명으로 늘어납니다. 20년 동안 4,280만 명이 늘었어요. 이제 이민자 수를 보겠습니다. 2000년 미국 이민자는 3,110만 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16년 말 4,370만 명으로 증가했으니 1,280만 명이 새로 이민을 했네요. 미국 인구 증가분의 1/3을 이민자가 채웠습니다. 여기에 이민자와 백인 이외 히스패닉과 유색인종의 다출산 경향도 성장 엔진을 유지하는 데 한 몫 했을 거라 추측됩니다. 출산율 저하는 모든 선진국에서 겪고 있는 현상이에요. 미국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죠. 최근 미국 여성의 출산율이 1.73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작년에 0.84명으로 추락했습니다. 2명이 결혼하여 2명을 낳아야 장기적으로 인구가 유지됩니다. 미국도 현재 출산율로는 언젠가 총인구가 감소할 거예요. 그러나 이민자가 유입되는 한 상당 기간 인구 구조가 버틸 수 있겠죠.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민의 성격상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아마도 경제 활동이 가능한 연령대일 겁니다. 이민자가 곧바로 생산 활동을 하는 인구 엔진으로 유입되니 더욱 긍정적이에요. 우리 사회는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저임금 일자리를 중국 교포와 동남아 노동자들이 메워주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았음에도 다국적 거주자 덕분에 주민등록상 인구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명이 1명을 채 낳지 않는 극심한 저출산을 기록 중입니다. 어느 나라보다 노령화와 인구 절벽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요. 그럼에도 단일한 배달민족이라는 삐뚤어진 자부심으로 아시아계 외국인에게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을 드라마틱 하게 높이기 힘들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에 역동성을 줄 수 있는 전향적인 이민 정책을 고안해야 합니다.

 

[그림 1] 2005년 당시 미국의 인구 전망(좌)과 현재 미국의 인구 전망(우)

 

② 미래 기술 중심의 투자 둘째, 세계를 리드하는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흔히 생산의 3대 요소를 지대, 노동, 자본이라 합니다. 풍부한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질적인 높은 인건비와 비싼 토지, 그리고 인프라 비용 때문에 상당수 제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독보적인 브랜드와 넘사벽의 기술 그리고 특허로 보호받는 하이테크 산업만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미국의 투자 스타일이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제조업 가동률이 회복되어 공급이 타이트해져도 과거처럼 설비 증설에 적극적이지 않아요. [그림 2]의 왼쪽 그림에서 GDP 대비 자본지출 비율이 오히려 내려가고 있어요. 경제가 성장하는데 오히려 투자가 전보다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자기 자본에서 R&D, 기술 특허, 영업권 같은 무형 자산 비중이 무려 70%대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설비 장치와 같은 유형 재산보다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나 R&D, 기술 특허와 같은 무형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거죠.

오른쪽 그림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미국 경제는 70여 년 동안 설비나 기계 장치와 같은 유형 재화 투자가 GDP의 6% 전후에서 유지했어요. 그런데 소프트웨어와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이 유형 재화 투자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늘었습니다. 한 마디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확보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연관된 기술로 플랫폼 기업을 양산하여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선순환 전략입니다.

 

[그림 2] 미국 자본지출의 추세적 변화

 

이를 뒷받침하는 재미있는 증거가 있습니다. 2000년은 테크 버블이 매우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거두는 테크 기업들이 무척 많아졌어요. 20년 동안 테크 기업들이 활개를 치는 와중에 독일, 일본, 미국의 상장 기업들이 어떻게 변천해 왔을까요?

먼저 독일입니다. 2000년 초 독일 DAX 인덱스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25개 기업들의 68%가 2020년 초에도 상위 25개 기업에 포함되었습니다. 2/3가 시총 상위를 유지한 셈이죠. 2020년 상위 기업으로 새로이 도약한 기업들은 주로 헬스케어, 금융, 부동산 우정국, 증권 거래소 등입니다. 미래 산업이라 부를 만한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밖에 없습니다. 독일의 시총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전통 기업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로 소재, 산업재, 헬스케어, 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이 탁월한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어요.

일본은 독일과 유사하면서도 사뭇 다릅니다. 2000년 초 TOPIX 시총 상위 50위 기업 중에서 2020년 초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이 42%에 불과합니다. 절반 이상 새로운 기업들이 Top 50에 들어왔어요. 소프트뱅크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기업들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지만 구성 기업들은 독일과 유사합니다. 주로 헬스케어, 금융, 부동산 기업이 새로이 발돋움했어요. 한 가지 더 주목할 사항이 있습니다. 꽤 많은 내수 소비재 기업들도 시총 상위 기업으로 도약했어요. 구인구직을 대행하는 리쿠르트 홀딩스, 24시간 편의점 훼미리마트 지주인 이토추,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 리테일링이 상위 50위 이내에 진입했어요. 최첨단이랄 수는 없지만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히타치, 스미토모 케미칼, 호야, 화낙 같은 기업들도 새로 들어왔습니다. 일본 증시와 경제가 장기간 갇혀 있고 시총 상위 기업으로 하이테크 기업들이라 부를 만한 기업이 적게 포진된 반대 급부로 소비자들의 일상에 밀접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라이징 스타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이 정체되었어도 개별 기업을 잘 분석하면 미국 기업 못지않은 성장 기업을 찾을 수 있는 시장이 일본 증시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 지도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요? 우선 S&P 500 상위 50위 기업 중 41%만이 2020년에도 시총 상위 50위 이내를 유지하였습니다. 시가총액 지도가 일본처럼 많이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설립된 지 30년이 채 안 된 IT 벤처, 플랫폼 공유 경제 기업들이 다수라는 사실입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페이팔, 아도브, 세일즈포스닷컴, 엔비디아, 넷플릭스 등 신생 기업이 대부분 시총 상위 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언택트 기업 주가가 놀라울 정도로 올랐죠. 만일 2021년 초를 기준으로 한다면 시총 상위 지도가 더 혁신적으로 바뀌었을 겁니다.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들어올 테니까요.

 

③ 세계 핵심 기업들의 집합소 셋째, 세계 유수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비단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기업들이 시가 총액 상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한창입니다. 그럼에도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디엔핑, 바이두, 핑안 보험 같은 중국의 핵심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대만의 TSMC, 명품 브랜드인 LVMC, EUV 노광장비로 유명한 ASML 역시 상장되어 있고요. 해외 기업들도 미국 증시가 꺾이지 않을 펀더멘탈을 공급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주 중국 정부 규제로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 철회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증시 입장에서 마이너한 뉴스에 불과할 겁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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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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