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꺽마’, 지방이 더 문제인 이유

[재테크]by 서정렬

Summary

-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을 먹고 고점일 때 내 집 마련을 한 빚투족

- 취약차주인 빚투족들이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으로 몸살을 앓는 중

- 내년 전국 주택 가격은 하락할 전망이며 동시에 청약 열기도 급락

- 주택 미분양 공포가 지방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고조되며 연쇄 도산 우려가 높아짐

 

© iStock

 

2002년 ‘꿈은 이루어진다’ vs. 2022년 ‘중꺽마’ 카타르 올림픽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신조어가 하나 있다. 월드컵 때 만들어진 단어는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 때문에 더 많이 알려졌다. 바로 ‘중꺽마’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 대 1로 역전승하면서 단 1%의 승리 확률에 도전했던 우리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한결같은 마음이었을 테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 말이다. 해내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투지가 만든 기적과 같은 승리였다. 손흥민, 김재민, 이강인, 김영권, 황인범, 황희찬 등 선수들이 필드 위에서 질풍노도로 뛰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포르투갈을 이기고 운이 따라 16강에 오르게 된 것 또한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중꺽마' 뜻이 도대체 뭐죠?"...2022 대한민국은 '중꺾마' 열풍 © 살구뉴스(2022.12.07).

 

우리나라가 포르투갈 전에서 승리한 직후 관중석에서 태극기를 전달받아 승리를 자축하던 선수들의 모습이 TV에 잡히면서, TV 속 태극기 아랫부분에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그래,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어(never give up, impossible is nothing)’ 이렇게 말이다.

최근 몇 년간의 급격한 주택 가격 상승을 경험하면서 회자됐던 문장이 있다.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주택을 매입해야 하기는 하겠는데 올라도 너무 올라 자신의 자산 운용상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낼 즈음,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평생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이 든 것은 하필 ‘고 to the 점’. 사고 놓고 보니 ‘고점’이었던 것이다. 바로 내 집으로서의 부동산을 사는 데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부동산 중꺽마’

 

부동산 중꺽마’ 영끌족의 최후 집을 샀는데 문제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의 수(number of cases)’는 아주 소수다. 왜냐하면 일생을 통해 가장 많은 자산이 소요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해 볼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손해보다는 얼마 지나서 샀을 때의 금액보다 얼마큼 많이 올랐다는 소식을 주변에 전할 때가 많다.

그런데 만약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변 여건이 급격히 바뀌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나만 모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로 인한 피해자는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작금의 부동산시장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엎어진 물’처럼 말이다. 집을 샀는데 매입 이후 집값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살려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소위 ‘고점’에 집을 샀는데, 사는 순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영끌’해서 ‘패닉바잉’한 ‘2030 MZ세대’와 고점에서 매입한 ‘다른 세대’의 소비자들이 모두 피해자다. 금리가 올라도 너무 오른 탓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원망해 봐야 소용없다. 최종적 의사결정은 ‘자신’이 내렸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점에서 주택을 매입한 상당수가 ‘빚내서 투자’한 ‘빚투족’임과 동시에 소득이 적거나 혹은 저신용자이면서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돈을 빌린 ‘취약차주’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투자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 더욱이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 가운데 문제의 심각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송중기가 때린 한국 현실…“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 KBS(2022.12.18.).

 

요즘 센세이셔널 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jtbc)’이다. 드라마의 배경이나 시점 그리고 특정 기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픽션(fiction)이라고 하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사들은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대사들이 많다. 드라마 속 상황은 이렇다. 재벌집 가족 일원이 소유하고 있는 백화점 앞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밀린 대금을 빨리 달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재벌집 일원으로 백화점을 소유하고 있는 사장이 회삿돈을 주식에 투자해서 거액을 탕진했고, 이로 인해 협력업체에 물품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송중기(진도준 역)의 대사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저 사람들한테 두 달은 고모(백화점 사장) 두 달과 달라요.

고모한테는 겨우 옷차림이나 바뀔 시간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 두 달 동안 매일매일 더 끔찍한 속도로 가난해질 겁니다.

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 대사 中-

 

 

송중기가 때린 한국 현실…“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  KBS(2022.12.18.).

 

우리나라의 취약차주는 인원수 기준으로 2021년 말 전체 대출자 가운데 6% 정도로 추산되었으나 2022년 3월 6.3%로 상승했다. 3월 이후 0.5%p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 두 번, 0.25%p 금리 인상 네 번이 있었기 때문에 취약차주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높아진 금리 수준과 이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 가운데 취약차주 비중은 18.6%,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비중은 5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들의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2.1%에서 올 6월 3.1%로 1%p 올라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부터 덮친 미분양 공포 내년 집값은 하락 전망 일색이다. 여지가 없다는 식이다. 미국에서 금리를 낮추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역시 낮아질 수 없고, 이런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경제 변수와 주택수급지수를 고려한 예측 모형으로 주택 가격을 전망한 결과, 내년 전국 주택 가격 하락폭은 3.5%로 올해(2.4%)보다 더 커질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아파트 가격 하락폭은 4.4%에서 5.0%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 서울 주택은 2.5%, 수도권 3.0%, 지방 4.0%씩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파트값은 서울 4.0%, 수도권 4.5%, 지방 5.5%씩 떨어질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는 갈수록 신 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내년 집값도 고금리에 '뚝' 떨어진다는데…미국 또 올렸다 © 비즈니스워치(2022. 12.17).

 

집값이 너무 짧은 기간에 급하게 올랐으니 떨어지는 것으로 ‘조정 기간’을 거칠 수 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값 급등 시기에 무리하게 집을 샀던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빚투(빚으로 투자)족들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등에 따른 ‘이중고’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다. 가격이 ‘고점’인 상황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선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률 16.2%에 내년 전망까지 더하면 2년 동안의 가격 조정폭은 25%에 달한다. 20억 원짜리 아파트가 15억 원까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로서의 구매자들도 매입 시점을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 구매자들의 매수 시점 후퇴는 기존 재고 주택의 거래 부진과 동시에 청약시장에서의 청약 열기를 급격히 하락 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청약 열기의 급격한 하락은 결과적으로 미분양 물량의 확대와 관계 깊다. 공급(팔) 하려고 부동산시장에 내놨는데 팔리지 않으니 분양 물량이 적체 또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미분양 물량이고 이로 인한 위험이 바로 ‘미분양 리스크’다. 통계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수는 2022년 10월 현재 전국적으로 4만 7천여 호에 달한다.

 

"내년 미분양 10만"…정부 선제 조치 나설까[불꺼진 아파트 확산③] © 뉴시스(2022. 12.19).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소위 ‘3고’에 따른 주택 및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미분양 리스크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청약을 통해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수개월 동안 물건이 소진되고 있지 않다. 일정 시점이 지나도록 무더기 미계약 물량이 소진되지 않음에 따라 분양을 아예 취소하거나 기분양된 물건에 대해 분양가격을 모집 공고 당시보다 1~2억 원 낮추어 할인 분양에 나서는 아파트 사업장도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미분양 공포는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지방일수록 이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월 미분양 전망 지수는 전달보다 4.4포인트 증가한 135.8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지수가 높아질수록 미분양 주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가 문제고 지방일수록 문제가 더 크다. 미분양 물량의 누적은 단순히 아파트가 안 팔린다는 문제가 아니라 업체의 도산 위기와 맞물려 있다. 업체의 도산을 시장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업체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기에는 현재 상황 자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세밀한 점검과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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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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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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