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위해 ‘집’을 ‘저당’ 잡혔다

[재테크]by 서정렬

SUMMARY

-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와 고금리 정책 탓에 떠오르는 주택연금

-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집은 최대 노후 재원

- 자녀들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주택 연금을 선택

- 부동산 시장의 변동이 만드는 트렌드 변화에 주목

 

© istock

 

부동산에 편중된 중장년층의 자산구조 우리나라 국민이 갖고 있는 ‘자산’의 약 80%는 부동산이다. 2020년 한국은행이 국민대차대조표 잠정치를 공개했는데 전체 순자에서 건물과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 비중이 74.8%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국민 다수가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갖고 있다는 말은 이로부터 유래된 셈이기도 하다. 당연하겠지만 부모세대처럼 연령이 높을수록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부동산 보유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2022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2.12.01.)

 

자산 가운데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크고 2020년을 전후로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 그러니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좋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자 주관적 오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자산이라고 해도 ‘부동산’이라는 게 바로 현금화할 수 없거나 또는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성격에 따라 환금성이 좋거나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동산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이거나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가 등이라면 바로 처분할 수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처분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각자 처한 여건과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부동산의 처분이나 부동산에 대한 호불호는 ‘개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유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보다 상승하는 게 좋을 수는 있을 테다. 다만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어디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 역시 ‘경우의 수(the number of cases)’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뭐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최소한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반드시 단 하나의 경우란 드물거나 없다. 부동산의 보유나 활용의 사례와 용례만큼 천차만별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 걱정의 탈출구 ‘주택연금’ ‘은퇴’란 현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없이 언젠가는 다가올 부담스러운 (멀지 않은) 미래다. 이미 퇴직한 경우라면 현재이거나 이미 과거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시니어 선배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은퇴는 안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고, 늦출 수 있다면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이다. 삶에서의 은퇴가 아니라 현업에서의 은퇴를 피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은퇴 이후를 준비하거나 걱정한다. 준비한다고 해서 대단한 준비가 아니다. 은퇴 이후의 삶에서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인 부분이다. 은퇴했는데 무엇으로 먹고 살까? 어떻게 생활할까? 개인적으로 물려받았거나 또는 자수성가로 마련한 자산이 많다면 금전적으로 노후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부분은 열심히 사회생활하고 아껴 쓰면서 가족과 함께 거주할 ‘내 집 마련’을 도모한다. 그리고 내 집이 생겼다면 더 아껴가며 집의 규모를 키워가는 게 대부분의 경로다. 그러다가 자녀들에게 집을 물려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쓰기도 한다. 은퇴 후 자신의 노후를 위해 사용한다고 할 때 그 시작과 끝에 ‘주택연금’이라는 게 있다.

집을 '저당'잡혔다는 것은 주택연금에 가입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집을 저당잡힌 ‘나’는 부모세대이면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또는 그 이상의 연령대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베이비부머에 속하는 우리나라 구성원이 다니던 회사 또는 현업에서 정년을 맞아 은퇴를 하게 되면서 주택연금에 가입한 것이다. 가입 이유와 목적은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부산시 문현동 금융단지에 소재하고 있는 공기업 가운데 주택연금을 취급하는 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주택연금(Housing Mortgage)에 가입한 것은 동일하다. 주택연금에 가입했으니 매달 또는 일시불로 ‘그’는 주택연금을 받게 될 터다.

주택연금에 대해 아시는 분도 계시지만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기성세대 대부분의 경우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이 본인 또는 부부공동명의의 집이라고 가정할 때, 집은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두 푼 아껴가며 어렵게 마련한다. 그렇게 어렵게 마련한 ‘내 집’이지만 본인이 죽기 전에 자녀에게 상속이나 증여 형태로 명의(소유권)를 물려주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왜 위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베이비부머 또는 그 이상의 연령대는 어쩌다가 자녀들에게 집을 물려주지 않고 주택연금에 가입하게 된 걸까? 물론 주택연금에 가입했다고 해서 뭔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또한 아래 전개되는 내용은 연구된 결과라기보다는 최근 조사 결과와 현상들을 조합해 설명한다는 것 또한 밝힌다.

 

‘나’는 ‘너’를 위해 ‘집’을 ‘저당’잡혔다 바로 ‘너’를 위해서다. 여기에서 너는 주택연금에 가입한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를 통칭한다. 지금 ‘2030세대’ 또는 ‘MZ세대’라고 불리는 1990년대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MZ세대들이 이에 해당된다.

 

 

 

2022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p.10, p.14, p.33.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2.12.01.)

 

기성세대의 경우 자산의 약 80%를 부동산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준비나 자산이 별도로 없다. 쉽게 말하면 현업에서 받는 월급과 집 한 채가 전부인 경우가 다수다. 그러니 은퇴 이후 부부 또는 자신들의 삶과 생활을 위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준비가 허술하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준비 없이 은퇴한 경우 또는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자녀들에게 손 벌리지 않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결정이 바로 주택연금인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 따르면 부모 부양을 ‘가족’이 해야 한다는 응답이 26.7%로 낮게 조사됐다. 2008년보다 14%포인트나 낮아진 결과다. 또한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대신 ‘가족과 더불어 정부·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은 48.3%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와 선택의 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면, 자녀들에게 부모 봉양이라는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기성세대 입장에서도 선뜻 내키지 않을 수 있다. 아니, 강요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을 테다. 때문에 기성세대의 다수는 자녀를 위해 주택연금을 가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머지않아 506070세대의 주택연금 가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급액 줄어들기 전에 빨리!"…주택연금 가입자 우후죽순 © 땅집go(2023.02.08)

                               

주택연금 월지급금 10년간 21만원 줄었다...조기가입 유리할까? © 한국경제TV(2023.02.03)

 

부동산 가격 하락기의 시장 변화 주시 특히 갖고 있는 부동산은 자신의 최후 보루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가장 큰돈이 잠겨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정책 장기화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2023년 2월 안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2월과 3월 가입 시기에 따라 받게 되는 월 지급 수령액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3월 가입자는 2월 가입자에 비해 월 지급액이 평균 1.8% 감소하게 된다. 주택연금의 월 지급액은 집값 상승률, 이자율 추이, 기대수명을 따져 매년 산출하게 되는데, 그 재산정 시점이 3월부터다.

 

"집값 바닥 다 왔나요?"…전국 아파트값 5주 연속 하락폭 축소 © new1(2023.02.02)

 

현재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락폭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음에 따라 반전의 기미가 보인다는 평가도 있으나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 미 연준이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 맞춰 금리 정책의 고삐를 다시 죌 것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고금리의 ‘정점’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두고 ‘이렇다’라고 단언하기 더 어렵게 됐다. 분명한 것은 최근 몇 년간 너무 높게 올라버린 집값 상승폭만큼이나 세계 및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 전망이 더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부산 아파트 값 최고 50% 떨어졌다 © 부산일보(2023.02.13)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있는 시장 변화를 더욱 주시해야 한다. 얼마나 더 떨어질까보다는 하락기 부동산 시장의 변동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생활적·지역적 변화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히 새로운 추세로서의 ‘트렌드(Trends)’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올랐으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떨어졌으면 당연히 오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지향하는 ‘방향(Direction)’이다. 지향하는 ‘방향’을 놓치거나 읽어내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많은 것들을 잃기 십상이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만큼이나 ‘오부공완(오늘 부동산 공부 완료)’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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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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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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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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