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디리스크’ 이유와 부동산시장 ‘디커플링’

[재테크]by 서정렬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디리스크(derisk)”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말이다. ‘디커플링’은 중국과의 경제적·정치적·기술적 연결을 완전히 단절시켜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디리스크’는 중국으로부터의 위험은 줄이면서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은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서방의 전략적 용어인 이 두 단어로 현재 ‘역전세’ 상황과 ‘부동산 시장’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SUMMARY

- 전세 사기와 더불어 커지는 역전세 우려에 정부의 디리스크(derisk) 방안

- 전셋값의 향방, 아파트 매매 가격보다 더 큰 전세가격 하락률에 주목

- 부동산시장은 디커플링(decoupling) 상태로 특정 상황 확대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

 

© istock

 

역전세 우려에 정부의 방안 전세 사기 문제가 아직도 잠잠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역전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TV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임차 가구의 약 50%가 역전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100조 원 상당의 금액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보여 전세 차액을 반환하는 부분에만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집주인이 (전세보증)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전세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그 상황과 규모가 어떠한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시장 일각의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뜻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 이데일리(2023.06.13). 역전세에 결국 집주인 빚냈다···올해 전세보증반환대출 4.7조 육박

© 대한경제(2023.06.05). [단독]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DSR 규제완화만 능사 아냐”…신규 세입자 보호장치 마련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집주인들은 얼마의 빚을 내고 있을까? 금융권에 따르면 2023년 한해 동안 집주인(임대인)들이 주요 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 받은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모가 4조 7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6월 18일 발표한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전셋값은 2022년 7월을 정점으로 하락했다고 밝히며 부동산시장에서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 현상으로서의 전세보증금 이슈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만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무자본 갭투자’ 형태로 집을 구입한 대부분의 경우 전세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전세 제도의 구조적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세 관련 금융시스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의 입장은 역전세에 대한 ‘디리스크(derisk)’ 즉, 위험을 줄이면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다. 역전세가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라면 최소한 문제를 크게 확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임대인에 대한 DSR 규제를 제한적으로 풀어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로 한정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정말 더 떨어질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등 민간연구소의 지적처럼 전세가격은 지속해 또 추가로 하락할까? 그 여부에 앞서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한 것처럼 전세가격 역시 상승했으며 어느 순간 오르던 아파트 가격은 하락했다는 것이다. 하락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이와 반대로 끝 모르고 상승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배경에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의 큰 외부 효과가 있었다.

부동산114 자료를 통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시점상 2022년 말 기준으로 전국 평균 –3.90% 하락했다. 연도별로는 전국 평균으로 2018년 12.87%, 2019년 6.37%, 2020년 20.56%, 2021년 19.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상승률로는 2020년이 소위 피크(peak)였다. 전국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격보다 낮은 전국 평균 –5.89% 하락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0.22%, 2019년 1.95%, 2020년 19.55%, 2021년 14.55%였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3.26%, 전세가격은 –5.37% 하락해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률보다 전세가격 하락률이 크다고 해서 현재의 전세가격이 더 떨어질 신호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 또한 아니라는 점에서 역전세 우려는 여전히 유효한 가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단지 전세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되며 그런 시그널도 부동산시장에 보이지 않는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일 때 아직 불거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가을 이사 철 성수기를 앞두고 미리 대비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중요한 요지는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오른 전세가격이 2022년 이후 크게 하락하는 과정 즉,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시장(market)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 부동산114 Reps(렙스) 자료 활용 개인 작성

 

역전세 사태, 진짜 주의해야 할 점은 작금의 역전세 문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나 예측 못 했던 불상사다. 무자본 갭투자를 역전세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무자본 갭투자로 임차한 임대인 모두를 전세 사기 또는 역전세 사건의 피의자로 보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전국임대인연합회 100명 대상의 설문 조사 결과 임대인의 80%는 역전세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의 임대인은 향후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capital gain)을 기대한 나머지 무리한 투자를 감행, 역전세 발생 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파산한다고 답한 응답자 19.8%이다. 

 

© 세계일보(2023.06.01). [단독] 임대인 10명 중 2명 “역전세 땐 파산 신청” [심층기획-전세시장 대혼란 닥친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지역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의 분위기가 다르고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다르다. 언론사의 경제 신문 부동산 지면을 살펴보자. ‘역전세가 문제다. 그래서 ‘파산하는 임대인’도 생길 수 있다.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부업도 연체 ’빨간불‘이라거나 ‘역전세 상황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서울, 청약경쟁률 수직 상승’, ‘훈풍 부는 아파트 분양권 시장’ 또는 하락이 아닌 상승한다는 가격 반전 기사도 눈에 띈다.

이것은 부동산시장이 지역별로 또는 지역 내 단지 간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바로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양극화로서의 디커플링 상황은 이전에도 있어 왔고 어쩌면 지역 간 차이로서 양극화가 바람직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는 하방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반전 모멘텀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바로 나섰다. 원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규제 완화 결과 경착륙 방지에는 성공했으나 (집값) 장기 하향 안정이 좀 더 지속해 갈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거래 성사나 가격 체결이 지나치게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집값이 상승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오세훈 시장 또한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오시장은 “주거 양극화가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다. 집값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자산 격차가 커지고 생활비에서 주거비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경제 운용에도 굉장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정부 주관부처 장관과 가장 큰 부동산시장인 서울시의 수장 모두 집값 상승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정치인의 말이 시장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부동산시장의 반전 모멘텀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집값 상승 심리는 현재 국내외 경제 여건으로는 문제가 된다는 정부의 일관된 스탠스를 읽을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가을 이사 철이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을 부동산 시장의 향배가 지역 간, 지역 내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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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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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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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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