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수지 만년 적자, 일본을 넘어서야 하는 한국 무역

[재테크]by 뉴히어로

|대일 무역수지 만년 적자

무역수지(balance of trade)란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과 상품 수입의 차이를 나타낸 것입니다.(관련링크) 그런데 우리나라 무역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흑자를 내지만 중동과 일본에서는 만년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230여 개국과 무역 거래를 해서 456억 달러 흑자를 냈는데 중동과 일본에는 각기 300억 달러와 209억 달러 적자를 냈습니다.

 

중동과의 적자는 원유를 사 와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일본과의 적자는 불가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일 무역은 한일 국교가 재개된 1965년 이래 지금까지 50년이 넘도록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적자액도 갈수록 커져 2010년에는 361억 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 뒤로도 2019년 191억 6000만 달러로 줄었지만 이후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2019년의 적자 감소는 2018년 한일 외교 문제로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9년 7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제한을 발표하면서 양국 간 교역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적자액이 커지면서 2020년 209억 달러, 2021년 245억 8000만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2021년의 대일 무역적자는 단일 국가 중 가장 컸습니다. 중동을 제외하면 대일 무역이 우리 무역흑자를 갉아먹는 최대 적자 요인인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무역은 왜 유독 일본에 만년 적자를 볼까요?

첫째, 우리 기업이 일본으로 수출을 많이 못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는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 한국산 주력 제품이 유독 일본 시장에서는 팔리지 않습니다.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 스마트폰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2018년 4분기 기준 고작 6.8%입니다. 애플 56%, 샤프 9.8%, 소니 8.6%에 이어 4위입니다.

TV시장 1위 삼성은 2007년 TV를 포함한 가전 사업을 일본에서 철수했습니다. 글로벌 TV시장 2위인 LG도 일본 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 8위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초 일본에서 판매 법인을 만들고 승용차 판매를 시작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2009년 철수했습니다.

그럼 다른 상품은 어떨까요?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하는 상품은 주로 광물, 수산물, 귀금속, 담배, 가구 등입니다. 일본이 쉽게 다른 수입처를 찾을 수 있는 품목이지요.

 

두 번째는 우리 기업이 공업 완제품 제조에 필요한 부품, 소재, 기계 설비 등 자본재를 주로 일본에서 들여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점이 더 중요한 요인입니다.

자본재란 공업 완제품 생산과정에서 원자재 가공에 활용하는 소재, 부품, 기계 설비, 장비와 공장을 통칭합니다. 보통 공업 완제품 생산은 원자재를 소재와 부품, 기계 설비와 장비, 공장을 동원해서 가공하고 완성품을 만드는 순서로 합니다.

자본재는 원자재와 더불어 공업 완제품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즉 질 좋은 공업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려면 질 좋은 자본재를 써야 하는데, 자본재는 원자재와 달리 만들어 쓸 수 있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으면 질 좋은 국산품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전기,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 산업기계, 금속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 자본재를 많이 들여옵니다. 그래서 대일 부품·소재 무역이 해마다 100억 달러 이상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호황이던 2017년에는 대일 무역 적자 283억 달러 중 액 38%가 반도체 관련 자본재를 수입하느라 발생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차지한다는 비유가 잘 어울리는 대목입니다.

 

 

|일본 제품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우리 기업은 유난히 일제를 많이 쓸까요?

먼저, 일본 자본재의 품질이 좋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일본만큼 기술력을 갖춘 수입 대체국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은 역사와 지리에 관련된 요인입니다.

우리나라는 성장 초기에 기술력이 부족해서 수입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가공무역을 주로 했습니다. 이때 가공무역에 필요한 자본재는 대개 일제를 수입했습니다. 일본이 지리상 가까워 물류비 등 수입 비용이 적게 들었기 때문이지요.

일제 자본재 수입을 늘리면서 공장 설비 환경도 일제 자본재에 맞춰 조성했습니다. 제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일제 자본재 수입은 더 늘어났고, 우리가 상품 생산과 수출을 늘리면 일제 자본재 수입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유와 상관없이 지금처럼 대일 무역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무역흑자 중 상당 부분을 일제 자본재 수입분에 잠식당하는 것도 그렇고, 만약 무슨 일이 생겨 일본이 자본재 공급을 끊기라도 하면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듯, 한일 관계는 과거사에 얽힌 앙금이 있어 늘 갈등이 잠재합니다. 2019년 7월 일본이 규제 조치를 내놓고 무역전쟁을 도발했지요. 당시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 규제로 갑자기 일제 소재 수입이 끊긴 관련 국내 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물론 한일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만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으로 소재·부품을 수출하던 일본 업체도 갑자기 수출 길이 막히면서 다수가 매출 급감으로 경영난에 빠졌지요. 또 한국 소비자가 불매운동으로 맞선 것도 일본 기업에 타격이 됐습니다.

더욱이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는 우리 기업과 정부, 학계를 자극했습니다. 그래서 수출 규제 전까지는 엄두를 못 내던 우리 기업 중 일부가 단기간에 일제를 대체할 제품을 개발했지요. 한국 기업의 수입 대체가 진행되자 초조해진 일본 기업은 한국에 공장 설비를 신·증설해가며 한국 기업 붙잡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에 약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일제 자본재의 우리 시장 장악력은 아직도 견고합니다. 특히 반도체 투자에서 70%~80% 비중을 차지하는 장비 분야의 자립은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리 기업이 수출용 자본재를 일본에 의지하는 구조를 깨는 길은 무엇일까요?

지난 한일 분쟁을 계기로 확인했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끈질기게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해야 합니다. 또 정부가 긴 안목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우는 산업정책을 꾸준히 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무역흑자를 내는 배경에는 정부가 장기 안목으로 추진한 산업정책과 그 결과로 완성된 탄탄한 소재·부품 산업, 또 튼튼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기반으로 최종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균형 잡힌 산업 구조가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과거사에 얽힌 감정 때문이 아니라도 지나친 대일 무역 적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또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 역시 지역을 다변화하여 안정화를 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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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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