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관찰대상국 제외로 살펴보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재테크]by 뉴히어로

|환율 관찰 대상국 제외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했습니다.

환율 관찰 대상국은 자국 수출을 늘리고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지 관찰해야 하는 국가를 말합니다. 미국은 2015년 제정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환율정책을 평가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환율 조작국 또는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해 왔지요.

구체적으로는 상품·서비스 등 대미 무역 흑자 15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GDP 3% 초과, 8개월간 GDP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 3개 조건 가운데 2개를 충족하면 관찰 대상국, 모두 충족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요.

우리나라가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입니다. 다만, 미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분석한 보고서에서 중국·독일·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베트남 등 6개 국가를 관찰 대상국으로 새로 지정했지요.

 

 

환율 관찰 대상국은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이지만,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경제 제재를 할 수 있고, 국제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된 점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1월 경상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42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진이 이어진 데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죠.

특히 달러 순매수 조건과 거리가 있습니다. 미국이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환율 방어를 위해 우리나라는 꾸준히 달러 순매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달러 순매도 규모는 4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올해도 2분기까지 81억 달러를 순매도했지요.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4,128억 7천만 달러입니다.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지요. 외화보유액이 가장 많았던 2021년 10월과 비교하면 무려 563억 4,000만 달러가 줄었습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외환시장에서는 환투기가 흔히 일어납니다. 환투기를 전문으로 하는 세력을 환투기 세력이라 부르지요.

환투기 세력은 글로벌 외환시장을 상대로 수시로 환투기를 벌입니다. 주로 특정 통화를 대량 매매하면 시세가 쉽게 움직이겠다 싶을 때 거액의 자금으로 대량 매매에 나서 시세 차익을 내고 재빨리 빠져나오지요.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세력 행태와 비슷합니다.

환투기 세력이 끼어들면 통화 시세 변동이 심해져 해당 통화를 발행한 나라나 관련국의 경제가 불안해집니다. 외환시장이나 금융시장뿐 아니라 물가나 수출입을 포함해 국민경제 전반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지요. 심하면 외화 부족 사태나 금융이 마비되는 금융위기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평소 글로벌 외환시장을 주시하지요. 자국 경제나 통화 시세 흐름에서 환투기 조짐이 보이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합니다. 꼭 환투기가 아니라도 어떤 요인으로 시장이 불안해지거나 자국 통화 시세가 급변해 무역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면 시장 개입을 시도하곤 하지요.

 

 

외환시장 개입이란 각국 정부가 자국이 중시하는 통화 시세가 불안할 때 시세를 안정시키려고 나서는 것입니다. 구두 개입과 실개입 두 가지가 있지요.

구두 개입은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경고하는 것입니다. 대개 구두 개입을 먼저 하고 효과가 없으면 실개입하지요. 실개입은 정부가 직접 자금을 동원해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나 외화를 매매해 시세 조정을 꾀하는 조치입니다. 보통 시장 개입이라 하면 실개입을 가리킬 때가 많지요.

각국 정부에서 외환시장 개입을 맡는 부처, 즉 외환 당국은 대개 정부 외환 정책 담당 부처와 중앙은행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정부 외환 정책 부처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는 흔히 채권 발행을 이용하지요.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는 외화보유액을 사용합니다. 외화보유액은 중앙은행이 평소 보유하고 있는 외화지요.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외화 보유분을 국내 은행에 예금이나 대출 형태로 맡겨둡니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 금융기관 단기 예금에 넣어두기도 하지요. 금을 사두기도 하지만 언제든 현금화가 쉬운 달러 표시 미국 정부 채권도 많이 삽니다.

 

 

외환시장에서 환투기로 원 시세가 단기 급락한다 싶으면 한국은행은 외화보유액 중 달러를 일부 꺼내 시장에 내다 팔고 원화를 사들여 원 시세 급락을 막습니다. 반대로 원 시세가 폭등한다 싶으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여 원 시세를 안정시키지요.

다 같이 외환시장에 개입해도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심사는 조금 다릅니다. 정부는 국민경제가 순조롭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구사한다는 관점으로 외환시장에 대응하고, 중앙은행은 환시세 급변을 막아 자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중점을 두지요.

외환시장에서 자국의 통화 시세가 불안해지면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을 합니다. 구두 개입이 먹힌다면 몇 마디 말로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으니 당국으로서는 최선의 대응책이겠지요. 하지만 실제 외환시장 개입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외화보유액이 없으면 투기 세력이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을 허풍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면 기존 투기 세력과 다른 세력까지 가담해 시세 폭락을 부채질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시장 개입은 역효과를 부르는 셈이지요.

 

 

이처럼 외환 당국이 개입한다고 늘 효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개입하더라도 시점, 규모, 방법 등을 신중히 골라야 하지요. 그러지 않고 환투기 세력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오히려 투기 기세를 키우고 심각한 사태를 부를 위험도 있지요.

우리나라도 섣부른 시장 개입으로 경제 위기를 자초한 경험이 있습니다. 1997년 국제 환투기 세력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사재기와 원화 매도에 나섰지요. 원 시세가 급락하자 우리 외환 당국이 대뜸 구두 개입에 나섰습니다. 보유한 달러가 바닥인데도 달러를 팔아 사재기 세력을 응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요.

하지만 당시 투기 세력은 한국 정부가 원 시세 하락을 막을 달러가 없으면서 허풍을 떤다고 보고 오히려 더 거세게 달려들었습니다. 원 시세는 폭락했고, 한국 정부가 실개입은 고사하고 단기 외채도 못 갚을 형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요.

이후 한국 경제는 주가 폭락, 대외 거래 불능, 금융 마비가 동시에 발생하는 난국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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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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