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금리를 낮춘다고?

[재테크]by 팟캐김(김유성)

SUMMARY

- 여전히 물가는 높은 상태로 금리 다시 오를 가능성 있어 방심은 금물

- 우려되는 내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예상됨

-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준 기준금리 정책의 딜레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의장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오매불망 미국 연준 금리만 바라보던 투자자들에게는 분명 희소식입니다. 바로 미국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뉴욕 증시도 환호작약하듯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우리는 보고 싶지 않을 현실에 대해서도 직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섣불리 내렸던 금리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더 고통스러운 금리 상승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최근 국제 경기 상황도, 물가 상황도 낙관하기에는 이릅니다. 과거 40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우리는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당시 연준의 잘못만으로 볼 수 없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파월이 말한 금리 인하 시점 파월 의장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성명을 냈습니다. 기준금리를 5.25%에서 5.5%를 유지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지난 9월 이후 세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입니다. 연말에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은 빗나갔습니다.

 

 

사실 금리 동결 여부는 시장의 궁금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금리 동결이 유력했기 때문이죠.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긴축 사이클 종료를 선언할지 여부였습니다. 내년에 금리 인하를 할지 등에 관한 관심도 컸습니다.

왜냐, 전 세계 각국이 치솟는 미국 금리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이후 근 2년간의 기간 각 나라들은 환율과 물가 불안 등에 시달렸습니다. 부동산 등 자산 시장 침체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국내 기준금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간 격차가 200bp(2%포인트)가 나기도 했습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성과 규모로 봤을 때 꽤 큰 수준입니다.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경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우려가 크던 상황입니다.

일단 파월 의장은 긴축을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연준 정책이 제약적인 영역(restrictive territory)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연준은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에 따라 금리 인하 시기를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죠.

연준은 경기 둔화가 시작된 점도 언급했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던 이유에는 미국 내 과열된 경기 상황이 컸습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활동 성장이 3분기에 강한 속도에서 둔화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필요하다면 추가로 긴축에 나설 준비가 돼 있고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시기상조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상황을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날 연준이 제시한 내년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4.6%였습니다. 3개월 전 예측(5.1%)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최소 3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암시입니다.

 

40년 전에는 어땠을까? 앞선 글에서 2022년 이후 기준금리 상황을 보려면 1979년부터 1982년 사이 있었던 연준의 긴축을 보자고 했습니다. 1979년 국제상황과 2022년 국제상황, 공급망 불안이 어느 정도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데 있습니다.

요약해 말하자면, 1979년은 이란의 이슬람교 혁명과 주이란 미국대사관 점거 등으로 미-이란 관계가 경색되던 때였습니다. 이란과 미국 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던 것이죠. 여기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비슷해 보입니다. 산유국 간의 정정 불안으로 유가가 오르고 물가 압박이 커졌던 것이죠.

1979년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이가 바로 폴 볼커였습니다. 폴 볼커는 초고금리 정책을 펼쳤습니다. 물가 상승 요인이 내부 경기과열에 있지 않고, 외부 공급망 불안에 있었지만, 경기를 하강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쳤던 것이죠.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는 1980년 3월 17%를 돌파합니다. 전 세계 경기가 하강했고 '물가 상승률도 어느 정도 잡혔다'라는 평가도 나왔을 것입니다. 연준의 급진적인 긴축 정책에 전 세계 각국이 곡소리를 내는 통에 연준도 어느 정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1980년 6월 9%대로 떨어지고 3개월 정도 소강상태를 보입니다. 미국 내 투자자와 전 세계 국가들은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물가였습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 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 생활물가 상승률은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의 과단성 있는 금리 정책으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10%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불거졌습니다.

 

자료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이에 따라 다시 볼커 의장은 기준금리를 높였습니다. 1981년 7월 19%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제야 물가 상승률은 꺾였고 1982년 하반기 들어서는 5% 밑으로, 1983년 들어서는 3%대에 진입합니다. 약 4년에 걸친 긴축을 겪고 나서야 물가 상승률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연준은 그 이후로 서서히 금리를 낮췄습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났고 1980년대 세계 경기는 (비교적) 호경기 상태로 진입합니다. 한국 경제는 3저 호황을 맞으면서 고속 성장을 했던 때가 이때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9월 전망한 예상을 보면 선진국 경제는 더디지만,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기존 대비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2.6%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고금리 상황에 따른 금융 불안과 신용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한 향방,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 등으로 기대만큼 회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 경제의 더 큰 침체를 맞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남아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까지 겹치면서 유례없는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입니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이 지난 11월 5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의 멘트를 인용해 이 같은 우려를 전했습니다. 핑크 회장은 "두 개의 전쟁으로 인해 세계는 거의 완전히 새로운 미래로 가고 있다"며 "전쟁으로 인한 공포가 커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 침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전쟁은 세계의 미래, 자유민주주의, 식량, 에너지, 이민 등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모두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9월까지 2조 달러에 달했습니다. 2022년 중반 예상했던 수치보다 2배 늘어난 액수입니다.

물론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됐을 때 가정이긴 합니다. 그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리더십 부재로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우만은 아닙니다.

한국 경제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저성장 국면에 완연히 들어선 상태에서 물가 상승률은 5% 혹은 그 이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질소득(실제 늘어난 소득에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수준)은 또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질 소득 감소가 최대가 될 전망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국민계정」, 통계청,「장래인구추계」

 

우리나라 등 일본과 미국 선진국 기준으로 봤을 때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은 연 2%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갖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우상향 경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따라서 2%를 웃도는 수준의 물가는 (선진국 입장에서) 고물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정도만 되어도 경제성장률이 낮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것이죠. 실질 소득이 깎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기는 내년에도 '놀랄 만한 수준의' 회복은 보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1차 석유파동 이후 만성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던 1970년대의 경우입니다.

내년이 되면 연준은 또다시 딜레마에 빠질 것입니다. 경기는 침체적 상황이라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물가 상승률은 높은 현실이죠. 두 마리 토끼인데, 완벽하리만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죠.

금리 정책만 놓고 봤을 때는 숨 고르기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 추이와 경기 상황을 보면서 추가로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지켜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40년 전례에서 보듯 다시금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으로 나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인하 타이밍 1~2년이란 기간을 놓고 봤을 때 연준이 금리를 다시금 올릴 수 있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일 수 있지만, 금리 하락기가 도래하는 것이죠.

금리 하락기에는 일시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입니다.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도 덜 할 수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경기 활성화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권 투자에 있어 그간 장기채 위주로 투자를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차익 실현의 시간이 옵니다. 장기채 선호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 보유할 계획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팔면서 차익을 실현해도 좋습니다.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가계부채 상황입니다. 금리가 하락한다고 해도 모수 격인 원금이 늘어나 있다면, 소비 진작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 침체 상황을 우려하는 와중에 있는데, 가계부채 증가는 절대 반갑지 않은 데이터입니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가계 월평균 이자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증가했습니다. 각 가계에서 내는 비용이 의류/신발지출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이자를 내고 나면 옷 살 돈도 없다는 뜻이죠.

*(2023년 12월 13일 기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23.3분기 가계 월평균 이자 비용 11만 4,900원(전년동기 9만 5,500원). ’23.3분기 의류/신발지출 10만 4,000원(전년 동기 11만 7,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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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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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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