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재테크]by 에드워드

 미국 10월 CPI가 발표된 다음날인 11월 11일, 환율은 근래 보기 드문 하락세를 보였다. 11월 10일 종가 1,377.00원이었던 USD/KRW 매매기준율은 11월 11일 종가 1,320.00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장 마감 후에는 1,320원마저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3분기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국가적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11월 환율 하락으로 급박했던 장세는 잠시나마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제품을 수출할 때, 주로 달러를 사용한다. 지난 3분기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수출물량이 감소했음에도 어느 정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고환율로 인한 환차익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급격한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들의 4분기 매출액에 영향을 주고 있다. 11월에 이미 환율이 8% 하락했기 때문에 달러로 수출하는 제품의 경우, 10월 대비 8% 낮은 가격으로 팔리는 셈이 된다. 2022년 지속적으로 상승한 환율은 10월에는 줄곧 1,400원대에 머물렀다. 11월과 12월 유사한 수준의 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던 업체들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인해 2022년 전체 매출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은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8월에 원자재를 수입하여 제품을 만든 후, 9월에 수출했다면 9월의 환율이 8월보다 높았기 때문에 환율 상승분만큼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다. 하지만 10월에 구매한 원자재 가격은 고환율로 높았던 반면 11월에 수출한 제품에 적용된 환율이 낮아진다면 매출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원자재 비용의 상승효과로 인해 영업이익마저 줄어들게 된다. 매출액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환율 하락으로 인한 매출과 영업이익의 감소가 도드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10월 결산을 살펴보면 시름은 더 깊어진 반면 반등의 기미는 요원한 형국이다. 저사양 반도체를 패키징 하는 GREATEK과 Lingsen, TICP의 매출액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로 반도체 패키징용 소재를 출하한지도 몇 달이 지났다. 업체들의 라인 가동률은 40%를 밑돌고 있지만 매출액은 제품 생산량과 비교했을 때 더 높다. 여기에는 OSAT업체들의 매출인식 시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OSAT업체들의 창고에는  패키징이 완료된 완제품이 가득 쌓여 있다. 제품은 비록 OSAT업체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지만 이는 엄연히 패키징 위탁을 준 Fabless 혹은 IDM의 것이다. OSAT의 재고 자산에도 잡히지 않으며 패키징 위탁을 준 원청사의 재고 자산에 귀속된다. 고객사의 Order Cut이 있기 전 생산이 완료되었거나 생산 중에 있던 제품들은 패키징이 완료된 채로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제품이 출하할 때 비로소 OSAT업체들의 매출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40%가 채 안 되는 극악의 라인 가동률에도 기존에 생산해 놓은 제품을 출하하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원부자재 공급 업체들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연 출하에 따른 원청사의 위약금 부담이 있다. 하지만 출하가 지연됨으로 인해 발생한 OSAT업체들의 매출 감소와 함께 패키징 용역에 대한 대금 입금 일정도 덩달아 늦춰지게 되는데 이는 오롯이 OSAT업체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업체들의 현금 흐름이 경색되면서 흑자 도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2015~2016년 사이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고객사들의 발주 감소와 완제품의 출하가 지연되자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OSE가 현금 흐름이 막혀 큰 낭패를 봤다. 당시 백기사를 자처한 고객사(Kingston)의 도움으로 위기를 탈출한 이력이 있다.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업체 중, SPIL만이 작년도 매출액(YoY)과 비교했을 때, 준수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실적 리뷰에서 언급했지만 AMD 반도체의 패키징 물량 일부가 TF-AMD(TFME 자회사) Suzhou에서 SPIL Taiwan로 이관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OSAT인 Walton과 FATC 또한 11월부터는 연간 매출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Winbond, Nanya는 DRAM 가격 하락으로 이미 매출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연간 투입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들은 Wafer의 출하량을 단시간 내에 줄일 수 없었다. 그래서 Winbond와 Nanya의 패키징 업체인 Walton과 FATC는 패키징 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Wafer 출하량이 유지되면서 매출 증가세를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Winbond와 Nanya의 Wafer 출하량이 줄면서 Walton과 FATC의 매출 증가세가 반전될 것으로 생각된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데 사용되는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의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Chipbond와 Chipmos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대만 최대이자 세계 1,2위를 다투는 DDI 설계업체 Novatek의 실적과 연관해서 살펴봐야 한다. 10월 Novatek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5%가 줄었다는 뜻은 시장에서 DDI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음을 뜻한다. 그만큼 많은 수량의 패널과 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부자재들이 공급망 곳곳에 적체되어 있다. 이로 인해 DDI의 Wafer 파운드리 물량이 줄고 DDI의 Bumping, 테스트, 패키징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디스플레이 패널사에서 패널 생산량을 줄이고 있음에도 상황이 호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대표 Fabless인 Mediatek 또한 10월 들어 매출액이 대폭 감소했다. 2022년 상반기만 해도 끝없이 상승할 것만 같았던 Mediatek의 기세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에 결국 꺾일 수밖에 없었다.

 Mediatek이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중국의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신제품의 출시를 미루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재무제표 확인이 가능한 중국의 Xiaomi의 재고가 천정부지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역시 섣불리 신규 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대만 파운드리 업계를 들여다보자. 물량이 넘쳐나서 배짱 장사를 했던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올해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등극할 것이 확정된 TSMC의 매출액은 거칠 것이 없지만 내년도 물량에 대해 Order Cut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3nm의 최선단 공정의 위탁 물량이 감소하면서 늦어도 내년 2Q부터는 Order Cut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만의 2위 Foundet업체인  UMC의 매출액 상승세도 점점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DDI 위탁 물량이 줄면서 그 빈자리를 단가가 낮은 차량용 반도체가 자리를 채우면서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UMC도 다수 고객사들의 Order Cut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내년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도 어느새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연초부터 시작된 반도체 OSAT 업체들의 부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Foundry 업체들의 Wafer 위탁 생산량이 줄면서 매출액은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ASE, SPIL과 같은 거대 업체들로 인해 전체 시장 상황이 왜곡되어 시장 규모는 아직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TSMC와 Mediatek이 해당 업계 전체를 대표하지 않듯 거대 OSAT업체의 현황만 놓고 시장 전체를 판단하면 안 된다. 중국 코로나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전자 제품 조립 산업(EMS)이 타격을 받으면서 반도체 업계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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