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재테크]by 에드워드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22년을 되돌아보면 머릿속에만 담아두고 행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브런치에 매달 기록을 남겼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지난 1월 중국 고객사들의 발주 감소로 시작된 반도체 패키징 소재업체의 위기는 4월 들어 저사양 반도체를 위주로 패키징 하는 OSAT들로 확대됐다.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패키징 비중이 높은 OSAT들의 매출액 성장세마저 힘을 잃더니 테스트 하우스의 매출마저 감소세를 보였다. 11월 매출 결과를 놓고 보면 ASE와 SPIL과 같이 대형 거래선의 물량을 일차적으로 수주하는 업체들과 Wafer Probe 비중이 높은 테스트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연간 매출액(YoY)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매분기 Wafer가공 비용을 올려가며 배짱 장사를 하던 Foundry 업체들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시장 변화에 휩쓸리고 있다. 이는 전방산업의 침체로 인해 Fabless업체들의 발주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역성장하면서 Fabless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누적되며 제품 생산량과 출하량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의 시장 변화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설계업체인 NOVATEK의 부진이 유독 도드라진다. 

또한 메모리 산업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Nanya의 매출액 감소가 심상치 않다. DRAM에 편중된 사업구조로 인해 리스트 헤지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작년 대비 누적 매출액이 30%가 넘게 감소한 상황을 보면 현재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과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11월 대만 시장 리뷰는 Nanya와 NOVATEK의 매출 변화에 초점을 맞춰 대만의 반도체 산업 상황을 짚어보고자 한다. 

 

대만 반도체 기업 연간 매출액 변화율(2021 VS 2022)

 

 

Nanya Technology는 대만 Formosa Group의 그룹사로서 DRAM용 Wafer를 생산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과 점유율 경쟁을 벌이던 업체였지만 지금은 4% 남짓의 시장 점유율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Nanya는 패키징 라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패키징 물량을 대만 내에 있는 OSAT들에게 위탁한다. FATC는 Nanya와 함께 Formosa Group에 속한 메모리 패키징 전문 OSAT로서 Formosa Group이 Nanya를 설립 후, 패키징을 위해 전략적으로 설립한 업체이다. 그래서 FATC는 Nanya의 패키징 물량 대부분을 수주하며 FATC의 매출액 중 Nanya의 물량은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을 거슬러 Nanya와 FATC의 2017년 1월 매출액을 기준점으로 설정하고 6년 동안의 매출액 Trend를 추적했다. 2015~2016년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과 관련 OSAT들이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2017년 들어 Nanya가 메모리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Wafer 생산량을 줄이면서 FATC의 라인 가동률 또한 동반 하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메모리 감산이 본격화된 2017년 중반부터 Data Center발 메모리 반도체 특수가 시작되며 Nanya와 FATC의 매출액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시 Nanya 뿐만 아니라 DRAM, Nand를 생산하던 모든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액이 1년 반 동안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2017년 하반기~2018년 하반기). 

삼성전자와 SK hynix의 매출액이 2018년 하반기에도 견조했던 반면에 Nanya의 상승세는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년 만에 상승세가 사그라들면서 매출액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감했다. Nanya의 매출액은 급감했음에도 Wafer 생산은 기존에 수립되었던 연간 생산 계획에 따라 지속되었기 때문에 Nanya의 Wafer를 패키징 하는 FATC의 매출액은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언제나 Nanya의 매출액은 DRAM Big 3(삼성전자, SK hynix, Micron) 보다 선행해서 움직였다. Big3가 아직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던 2021년 하반기부터 Nanya의 매출 감소가 시작됐다. 2022년 초반의 단기 반등이 무색하게도 곧바로 이어진 큰 폭의 매출액 감소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022년 10월 Nanya의 매출액은 6년 내 최저치에 다다랐으며 출하하지 못한 제품과 원자재 재고가 두 손 가득이다. 현 상황이 쉽사리 개선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Nanya의 매출액은 2023년 초 한 단계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단 Nanya 한 개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미래를 선행하여 보여준다. Nanya의 사례를 국내 기업에 대입해 보면 왜 증권사들이 내놓는 SK hynix의 4분기 영업 적자 예측치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방 산업인 전자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며 메모리 반도체 재고 소진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 만약 제품화가 된 상태에서 스마트기기의 테크 전환이 이뤄지면 기존에 생산에 놓은 재고의 소진은 더욱 요원해진다. 그래서 메모리 기업들은 패키징 시점을 최대한 늦추면서 시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의 획기적인 생산량 감소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에 갑작스러운 반등이 있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선심성 발언은 걸러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전자 산업은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폐쇄적인  공급망을 국지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유기적인 공급망이 운영되기 때문에 공급망 구성업체의 매출 변화를 통해 해당 산업 혹은 인접 산업의 미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기 표는 반도체 Fabless → 패키징 업체 → 디스플레이 패널업체 → EMS(노트북 & TV)로 이어지는 공급망에서 핵심업체들의 매출 변화를 비교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사례로서 참고하시기 바란다. 

 

 

Chipbond와 Chipmos는 대만의 대표적인 DDI 패키징 업체이다. Chipbond는 DDI 관련 Wafer Bumping & 패키징이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Chipmos는 DDI 외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을 일부 병행하고 있다. Chipbond의 매출액은 DDI Fabless의 매출 변화를 그대로 추종하는 반면 Chipmos의 매출액은 DDI와 메모리 반도체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는다. 

상기 표는 2017년 1월 매출액을 기점으로 왼쪽은 NOVATEK의 매출액 변화를, 오른쪽에는 Chipbond와 Chipmos의 매출액 변화를 담았다. Chipbond와 Chipmos의 매출액은 2019년 반도체 다운스트림을 탈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2021년 8월까지 이어진 상승세는 9월 들어 꺾이기 시작한다. 장마가 한창이던 2021년 8월, 대만 에이젼트를 통해 Chipbond 공장 근처에 패키징용 원자재가 산더미처럼 야적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Chipbond의 매출이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다른 OSAT 업체들의 매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종합해 보면 OSAT업체들은 NOVATEK보다 앞서 매출액이 감소한 뒤, NOVATEK 매출액이 한 달~두 달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OSAT업체에서 패키징 완료된 제품이 출하됨과 동시에 OSAT업체들의 매출로 인식되고 완성된 제품이 최종 고객사로 입고된 후, NOVATEK의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DDI Fabless와 DDI Fabless의 주요 고객사인 디스플레이 업체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AUO와 INNOLUX는 대만의 1,2위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업체로서 2021년 매출액 15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이들은 NOVATEK을 비롯한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설계하는 Fabless업체들의 주요 고객이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이 삼성전자와 LX세미콘과 같은 자국 Fabless의 DDI를 탑재하듯이 대만의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 역시 자국 Fabless의 반도체를 주로 사용한다. 2017년 글로벌 경기 호황이 끝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는 2020년 코로나 펜더믹 초입까지 장기간 침체를 겪었다. 이후 비대면이 일반화되면서 스마트 기기의 수요량이 급증함에 따라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의 매출 또한 수직 상승했다. 

아직 NOVATEK의 상승세가 이어지던 2021년 6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NOVATEK보다 3달 먼저 매출액 정점을 찍었다. 이때부터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매출액은 계단식으로 하락하여 어느새 펜더믹 초기 수준에 이르렀다. 패널업체의 출하량 감소와 함께 패널 가격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매출액 하락세가 시작되자 2021년 7월부터 대만 DDI Fabless 업체인 NOVATEK과 HIMAX(대만 2위 DDI Fabless)의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NOVATEK보다 앞서서 시장 변화에 반응했으며 시장 변화의 반응 시기는 디스플레이 패널업체 → OSAT → Fabless 순이다. 

 


마지막으로 패널업체의 고객사인 전자기업과 패널업체의 상관관계를 비교했다. Compal은 대만의 EMS업체로서 주요 전자회사들의 노트북 컴퓨터를 위탁 생산한다. 2021년 매출액은 약 51조 원으로 Foxconn(244조 원), Pegatron(52조 원)에 이은 대만 3위 EMS업체이다. AUO와 INNOLUX는 노트북 제작에 필요한 패널을 Compal에 납품한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전자기업들의 매출액은 신제품 출시 시기에 따라 변동이 크기 때문에 다른 업계에 있는 업체들과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매년 하반기 신규 제품의 출시와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할인 기간에 맞춰 제품 생산이 이루어지는데 올해 하반기는 작년 대비 생산량이 급감했다. 결국 보유하고 있는 패널 재고가 줄지 않았기 때문에 패널업체들로부터의 매입 또한 감소했다. EMS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전자기업들과 더불어 전자 산업을 떠받히는 중요한 축이다. EMS의 생산량 감소는 전방위적인 전자부품 공급망에 과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소재업체의 눈으로 봤을 때, 2022년은 일찍이 본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규모의 다운사이클이다. 올해 1월부터 빠지기 시작한 매출액은 아직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18년 말에 경험한 다운사이클은 6개월이 채 되기 전에 소재 사용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했으나 이번에는 반등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생산량이 확연히 줄었음에도 전방산업의 반도체 소진율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생산량 회복이 더디다. 반도체 시장조사 기관들은 올해 초만 해도 내년도 반도체 시장을 낙관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달새 내년도 반도체 시장 성장률 예측은 -5% 수준까지 낮아졌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예측하건대 내년도 상반기가 끝나갈 때가 되면 시장조사 기관들의 성장률 예측은 -10%에 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경험해 보지 못한 진폭의 반도체 다운 사이클이 진행 중이다. 내년도 Wafer 생산 물량이 대폭적인 감소하지 않는다면 반도체 시장,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침체는 내후년인 2024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업체들을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과거 위기 탈출 성공 사례에만 기대지 않고 현재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여 최선의 결론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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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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