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장국영

[컬처]by 맥스무비

벌써 13년이다.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지. 돌이켜보면 그는 웃을 때조차 깊은 상념에 잠겨 있는 듯 보였고,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멜로 영화에서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슬퍼보였던 장국영. 그 입술의 온기로 그를 추억한다.

'해피 투게더'(1997) 장국영 ♥ 양조위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장국영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장국영

장국영은 <해피 투게더>를 통해 이전과 다른 멜로를 보여줬다. 잃을 게 없어서 더욱 자유로운 영혼인 보영(장국영)은 그를 사랑하는 아휘(양조위)와 관계에서 언제나 ‘승자’다. 장국영은 보영 역을 얄미울 정도로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춤을 연습하다 스탭을 실수하는 아휘에게 면박을 주다가도, 음악에 맞춰 제대로 춤을 출 때면 격렬하게 키스하는 보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다. 지금은 너와 사랑에 빠져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설 것 같은 공허한 보영을 연기하던 장국영. 훌쩍 떠나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사랑의 그림자를 오래도록 스크린 속에 드리웠다.

'천녀유혼'(1987) 장국영 ♥ 왕조현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장국영

인간과 귀신의 사랑을 그린 <천녀유혼>의 수중키스신은 몽롱한 분위기만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장국영은 말갛고 순수한 영채신을 연기하며 자신을 유혹해 죽이려던 귀신 섭소천(왕조위)까지 홀려버렸다. 섭소천의 요괴 가족들 눈을 피해 목욕통에 몸을 숨긴 영채신이 숨이 막히자, 섭소천이 그에게 키스로 숨을 불어넣는다. 푸른 빛깔의 물속에서 청초한 섭소천에게 키스를 받던 영채신이 슬쩍 미소 짓는 모습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장국영을 더욱 매력적인 남자로 각인시켰다.

'금지옥엽'(1994) 장국영 ♥ 원영의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장국영

어쩔 수 없이 남자 행세를 하게 된 여인 임자영(원영의)을 남자인 줄 알고도 사랑하게 되는 고가명(장국영). 이 둘의 키스신에서는 내면의 갈등을 탁월하게 표현한 장국영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고가명은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전 남자예요”라는 임자영의 말에 “나도”라고 응수한 후 바로 키스한다. 이끌림 앞에 무너지는 인물을 강렬하게 표현한 장국영의 얼굴에는 순진한 남자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다. 아무 것도 재지 않고, 감정에 충실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의 키스. 그 격정의 입맞춤을 잊을 수 없다.

'성월동화'(1999) 장국영 ♥ 토키와 타카코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장국영

17년 만에 장국영의 정통 멜로가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다. 3월 31일(목) 재개봉한 <성월동화>는 다정하고 선한 장국영과 거친 야생동물 같은 장국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작품. 그가 얼마나 멜로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1인 2역으로 증명했다. 히토미(토키와 타카코)의 남자친구 타츠야(장국영)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그녀 앞에 불쑥 나타난 홍콩의 비밀수사관 가보(장국영)는 첫 만남부터 히토미에게 다짜고짜 키스한다. 수사를 위해 마피아로 위장한 가보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히토미에게 키스하는 그때, 그는 “조용히 해”라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자신에게 오랫동안 덧씌워져있던 유약한 이미지를 지우고 저돌적인 남자의 멜로를 보여준 장국영은 이 영화로 또 한번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혔다.

 

글 정서희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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