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상사’ 만든 장항준X장원석 “무한상사는 독이 든 성배다”

[컬처]by 맥스무비

국민예능 <무한도전>(MBC)의 특별기획 ‘무한상사’가 9월 3일(토) 베일을 벗었다. 전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방송을 앞두고 ‘무한상사’ 두 주역을 만났다. 장항준 감독과 장원석 프로듀서 모두 “속이 바싹 타들어간다” 면서도 싱글벙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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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영화계에서 20년 간 서로의 기둥이 되어 준 절친, 장항준 감독(좌)과 장원석 프로듀서(우)가 ‘무한상사’로 뭉쳤다. ⓒ맥스무비

가장 사랑받는 국민 예능 <무한도전>(MBC)을 위해 영화계 20년 지기 절친이 나섰다.

 

1996년 <박봉곤 가출사건>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후 <라이터를 켜라>(2002)로 감독 데뷔를 치른 장항준 감독과 <왕의 남자>(2005),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의형제>(2010), <최종병기 활>(2011), <끝까지 간다>(2014), <터널> 등 다수 흥행작을 기획하고 제작한 장원석 프로듀서가 그 주인공이다.

 

오랜 시간 서로의 기둥이 되어주며 쌓아온 두 사람의 우정은 각자의 삶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자, 이들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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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갑자기 영화인들이 ‘무한상사’에 뛰어든 이유는 뭔가?

 

장원석 김태호 PD가 <시그널>(tvN, 2016)을 보고 김은희 작가에게 연락했다. 김은희 작가는 <무한도전> 팬이니까 고민할 것도 없이 덜컥 승낙했고, 한동안 연출을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하다가 (장)항준이 형이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 작업하게 된 거다.

 

장항준 사실 처음엔 준비하고 있는 영화 때문에 거절했는데, 나 역시 <무한도전> 팬이기도 하고, 오랜만의 연출이니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큰 기대를 받을 줄 몰랐다. 지금 엄청 스트레스받고, 중압감이 상당하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전문 배우가 아닌데, 진행 자체가 힘들진 않았나?

 

장항준 개그맨들은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한다. 지드래곤마저 상당히 잘 해줬다. 다만 전문 연기자가 아니다 보니 미진한 부분은 있다. 그런 건 스태프가 잘 챙겨줘야지.

 

스태프 몇 명은 과로 때문에 응급실에도 실려 갔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잠을 못 잤지만, 촬영 전에 촬영 준비까지 해야 하는 스태프의 업무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장원석 가장 힘든 건 촬영 시간을 빼는 거였다. 촬영 자체가 ‘무한도전’이었다. 그분들이 그렇게 바쁜 줄 몰랐다. 멤버들이 다 모일 수 있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밖에 없는 데다가 카메오들과 시간도 맞춰야 하고, 공간 협찬이 가능한 날짜까지 고려해야 하고.

 

<곡성>의 쿠니무라 준까지 데려와서 유재석 선배랑 맞춰보느라 조감독이 아주 진땀 뺐다. 아마 (장)항준 형이 아니면 이걸 해낼 감독은 없을 거다.

 

제작비나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장항준 초초초초초 저예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 찍다 보니까 욕심은 생기고, 그렇다고 그 욕심을 다 충족시키고 갈 만한 상황은 아니고. 촬영하면서도 ‘아, 내가 나중에 TV로 보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다’ 싶은 것들이 있었다.

 

시청자들이 막 욕하는 게 상상이 되더라. 그런데 그런 것들을 머리에 담고 있으면 사람이 돌아버린다.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장원석 보통 영화 제작비가 30억 원, 못해도 10억 원은 있어야 여유 있게 촬영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 (장)항준 형이 드라마를 해봤기 때문에 빨리 넘어가야 하는 호흡을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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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 유재석 얼굴이 누렇게 떴더라.

 

장항준 다른 멤버들도 다 수고했지만, 유재석 아니었으면 진짜 못했다. 유재석은 밤새 스케줄하고 아침에 와서 또 온종일 ‘무한상사’ 찍고, 끝나면 바로 다른 촬영장 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정말 나는 유재석이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장원석 유재석 선배가 평소에 <런닝맨>(SBS)도 하고 운동도 많이 하니까 그나마 버틴 것 같다. 평소에 힘들어도 티 안 내는 분인데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더라.

 

장항준 둘이 있을 때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그렇게는 못 살겠다 재석아’라는 얘기를 했다. 너무 더운데 재석이를 정장을 입히고 몇 시간씩 뛰게 했다. 나중에는 내가 미안해서 눈을 못 쳐다보겠더라. 그래도 어떡하나. 나는 무한상사를 잘 찍어야 하는데.

 

‘무한상사’를 만들겠다고 나선 걸, 후회한 적은 없나?

 

장항준 현장에서 계속 후회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대체 누구를 위해서, MBC 사장을 위해서?’ 이런 별의별 생각.(웃음)

 

그리고 재석이도 자기가 지금껏 방송하면서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너무 힘들어서 아마 나한테 화낼 힘도 없었을 거다.

 

장원석 또 하라 그러면 못한다니까 이거.(웃음)

 

장항준 나는 진짜 두 번은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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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 장항준 감독과 카메오로 출연하는 김혜수.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는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MBC

그런 고충에도 불구하고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은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고?

 

장원석 내가 두 분을 존경하는 이유다. 이분들은 산업을 아신다. 스타 작가가 개런티를 많이 가져가면 그만큼 제작비가 줄 수밖에 없으니까, 예전부터 “내 개런티를 깎아서 제작비로 쓰라”고 하는 분들이다.

 

장항준 작가나 감독 그리고 출연료를 많이 받는 배우들은 다 <무한도전>에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자기 개런티를 깎았다. 다만 단역이나 엑스트라 등의 경우에는 제대로 챙겨줬지. 그분들은 규정에 맞춰서 똑같이 드렸다.

 

장원석 받는 돈에 상관없이 단역부터 스타들까지 모두 무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기쁨이 있었다.

 

장항준 ‘가난해도 영화인’이라는 걸 보여주자는 마음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시간과 제작비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장원석 <무한도전>에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명기획들이 많았나. 프로그램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우리가 참여하는 ‘무한상사’ 역시 명기획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영화계 질서를 생각해서 극장판을 개봉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장원석 ‘무한상사’는 처음부터 방송용이었다. 다만 시나리오가 나오고 분량이 90분 이상 넘어갈 것 같은데, 카메오도 훌륭하니까 ‘한 번 극장에 걸어볼까?’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방송 이미 나간 걸 누가 또 보겠나’ 싶기도 하고, ‘무한상사’ 명예를 등에 업고 다른 영화들에 피해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장항준 (장)원석이는 영화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3~4년 동안 열심히 만들어서 내놓은 영화가 ‘무한상사’ 때문에 피해 보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원석 정확히 말하면 무산된 건 아니고 그런 이유로 중간에 그냥 접은 거다. 다만 쪼개서 나가는 분량들을 합쳐서 IPTV 서비스를 하는 등의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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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는 ‘무한상사’ 촬영에 어느 정도 관여했나?

 

장항준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이다. 원래 좋아했지만 이번에 존경하게 됐다.

 

장원석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의 표본이다. 의자에 앉지도 않고 그냥 별말 없이 보기만 하더라. 투자배급사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웃음)

 

‘무한상사’ 카메오 등 각종 극비사항이 자주 스포일러 됐다.

 

장항준 기자라는 직업을 너무 원망했다.(웃음) 우리한텐 김혜수, 이제훈, 지드래곤 나오는 거 너무 중요한 비밀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보안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매니저들한테도 신신당부했는데 정말 원망스러웠다.

 

이제훈이 연기하니까 장항준 감독 얼굴이 확 피더라.

 

장항준 너무 잘하니까. ‘그래 저렇게 걸어야지, 저렇게 말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웃음)

 

방송이 바로 내일(3일)이다. 김은희 작가도 꽤 긴장하고 있을 것 같은데.

 

장항준 긴장 많이 하고 있다. 친한 작가들이 대체 뭘 잃고 싶어서 이걸 했냐고, 이건 독이 든 성배라고 했다더라. 연출도 마찬가지다.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매장되는 게 아닌가.

 

기대를 너무 많이 받고 있고, 기사도 ‘초대형 블록버스터’라고 부풀려서 나가고. 망치면 누가 욕먹겠나. 김태호 PD와 김은희 작가를 욕하진 않을 거다. 너무 부담스럽다.

 

장원석 정확히 말하면 이건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그냥 영화 형식의 스릴러다. 만드는 사람이 재미없으면 보는 사람도 재미없을 텐데, 솔직히 나는 너무 재밌게 봤다. 아마 2주차에 걸쳐 방송이 나갈 것 같다.

 

‘무한상사’ 만든 장항준&장원석 “무한상사로 뭉칠 줄은 꿈에도 몰랐지”로 이어집니다.

 

글 차지수 | 사진 김현지

2016.09.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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