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허름한 아파트

[여행]by 디아티스트매거진

하루가 다르게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다양한 복합건물이 세워지는 서울 한복판. 1965년 대한주택공사에서 7층규모로 건축한 아파트가 하나 있다. 영화 숨바꼭질로 유명해진 아파트, 동대문아파트가 바로 그곳이다. 제주도 여행 시 본 영화인데, 당시 그 아파트를 보면서 촬영장 세트인 줄 착각했다. 그 정도로 허름했다. 영화를 보고 궁금하여 검색한 결과 동대문에 있는 아파트라고 해서 많이 놀랐다. 서울에 오면 한 번쯤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가지 못 했던 곳을 이제 와서야 다녀왔다.

서울 한복판, 허름한 아파트

동대문아파트 외관

지어질 당시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 아파트라는 명칭을 얻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아파트였다. 고 이주일씨도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현존하는 아파트들 중 두 번째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로 지어진 아파트는 1932년에 지어진 충정아파트. 그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도 있지만 지금은 재건축되었다. 동대문아파트도 재건축 위기에 있었으나 후원기업이 보강공사를 해주어 현재는 미래유산 아파트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 허름한 아파트

동대문아파트

처음 이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 ‘와’ 하는 감탄사만 나왔다. 서울 한복판에 이러한 아파트가 존재한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주위에는 고층 빌딩들이 보였고, 건물 중앙에는 영화에서 보던 빨래들이 널려있었다. 건축 당시에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복도에 어떠한 물건도 내놓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 세월에 흐르면서 거주민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외관상으로는 안 좋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빨래 널기에는 적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 한복판, 허름한 아파트

동대문아파트 1층

맨 꼭대기 층에서 주위 경관을 보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옥상은 잠겨있었고, 하는 수없이 아파트 내부 안에서 조용히 아파트를 관찰했다.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영화 숨바꼭질에서 보면 현관에 조그마한 표식을 해둔 장면이 있었는데, 그 표식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내가 본 층에서는 이미 페인트칠이 되어있었고 어떠한 표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외관 모습에서도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어느 집에서는 문을 열어놓고 밥을 하시는 장면이 보여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얼른 자리를 피했다.

서울 한복판, 허름한 아파트

잠겨있는 옥상

동대문아파트, 예전에는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현재는 익숙하지 않는 풍경들.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산업화 시기의 남아있는 모습들. 물론 이 아파트는 당시 고급 아파트였지만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요즘 궁궐, 무형 유산 등을 복원하는데 힘쓰고 있는 우리나라. 물론 이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산업화 시기의 흔적을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아파트가 나름의 색깔을 입혀 보존된다면 굉장히 뜻깊은 일이 될 것 같다. 물론 거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디아티스트매거진=김동건]

2017.08.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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