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잡아끄는 리어카, ‘끌림’

[컬처]by 베네핏

거리를 걷다 보면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싣고 위태롭게 걸어가는 노인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노인의 키를 훌쩍 넘은 폐지는 200kg 가까이 모아야 겨우 1만 원의 값어치가 생긴다. 이렇다 보니 생계를 위해서는 온종일 폐지를 주우러 돌아다녀도 모자라다. 노인 2명 중 1명은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 초고령사회에 들어서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폐지 수거 일을 하는 노인은 4.4%이다.

 

이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나선 대학생들이 있다. 서울대 사회적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는 ‘전국고물상연합’과 의기투합해 2016년 4월, ‘끌림’ 프로젝트를 런칭했다. ‘끌림’은 ‘리어카를 끌다.’ 와 ‘참신한 광고로 눈길을 끌다.’ 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폐지 수거 노인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이건용 액팅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선을 잡아끄는 리어카, ‘끌림’

Q. 사업 소개 먼저 간단히 해달라.

 

A. ‘끌림’은 폐지 수거 어르신들에게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폐지 수거용 리어카에 광고를 붙이고 광고 수익의 일부를 어르신들께 돌려드림으로써 수익을 보조해드리고 있다. 현재 관악구와 광진구를 비롯한 수도권 6개 구에서 끌림 리어카를 운용하고 있다.

 

Q. 끌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3년 전 국제유가폭락, 폐지회사들의 담합으로 인해 폐지 가격이 반 토막 났다. 1kg당 130원 정도였던 폐지가 60원으로 떨어지면서 폐지 수거 노인분들이 한 달에 얻어가는 수익이 10만 원 내외였다.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싶었다.

 

업사이클링, 협동조합 등 많은 방법을 구상했으나, 교육수준이 낮고 신체적 능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거의 없었다. 폐지 수거 단계 또한 복잡했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유통체계 자체를 재정비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이 기존에 하시던 폐지 수거라는 일에 변화를 주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분들의 역량을 활용하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할 테니까. 자연스럽게 ‘리어카’라는 아이템에 초점이 맞춰졌고,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리어카의 특징을 살려서 광고를 붙여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시선을 잡아끄는 리어카, ‘끌림’

Q. 광고비는 어떻게 측정하고 광고수익은 어떻게 분배하나?

 

A. 리어카 한 대당, 한 달에 7만 원으로 하고 있다. 그중 70%를 어르신들께 광고수익으로 드린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한 달에 5만 원 정도를 추가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나머지 30% 중에서 10%는 고물상 사장님들한테 드린다. 리어카를 청소, 관리하고 광고판을 갈아주시니까. 나머지 20%는 법인세, 기타 세금 또는 새로운 리어카를 만드는 비용으로 사용한다.

 

Q. 실제로 끌림이 시행된 이후,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떤가?

 

A. 5만 원이라는 추가 수익이 크진 않지만, 노인분들에게는 소중할 수 있다. 그리고 TV에서 봤다거나 어떤 리어카인지 궁금해하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관심에 대해서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 폐지 수거 하는 어르신 중엔 독거노인분들도 많다 보니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분도 계신다. 그렇다 보니, 지나가는 이들의 관심, 그런 부분에서 좋아하신다.

시선을 잡아끄는 리어카, ‘끌림’

Q. 광고주 모집은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

 

A. 일단 지역의 영세사업자 위주지만 지자체와 대기업 CSR 쪽에도 연락을 넣고 있다. 환경부 산하에 있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라는 공공단체 광고도 진행한 적 있다. 이러한 광고 사례들이 많이 쌓이면 구청의 정책광고나 정책제안광고, 다른 지자체광고, 대기업광고 등 여러 가지 광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Q. 광고주들의 반응은 어떤가?

 

A. 현재 끌림이 이슈가 되고 있어서 연락해주시는 분들이 상당하다. 리어카 광고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취지에 공감한 개인 광고주분들이다. 수도권 쪽으로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데 울산이나 창원 등에서 연락이 온 적도 있다.

 

구체적인 성과를 이야기하기엔 아직 ‘리어카 광고’의 개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리어카 광고라는 게 있는데, 광고효과가 있더라.’ 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야 광고 매체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후에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시선을 잡아끄는 리어카, ‘끌림’

Q. 광고판 제작 외에도 어르신들을 배려해 리어카를 경량화했다고 들었다.

 

A. 어르신들이 겪는 문제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처음 6개월 이상 리어카를 끌어 보았다. 그러다 보니 느낀 게, ‘너무 무겁다.’는 점이었다. 직접 뜯어보면서 연구해보니 무게를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필요 없는 소재를 덜어내고 신소재로 바꿈으로써 90kg까지 나가던 리어카를 20kg 정도 경량화했다. 반사신경이 떨어지는 노인분들에게 무거운 리어카는 원래 안전상의 문제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꽤 많은 사고를 줄일 수 있었다. 얼마 전엔 사무용품을 생산하는 기업, 3M에서 반사판을 지원해줘서 야간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제작된 리어카가 60대 정도인데 앞으로 90대까지 추가로 제작할 계획이다.

시선을 잡아끄는 리어카, ‘끌림’

Q. 리어카를 제작하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A. 얼마 전에 ‘광고하는 착한 리어카’라는 내용으로 60일간 스토리펀딩을 진행해서 성공하기도 했는데, 자금은 주로 공모전 위주로 모으고 있다. 기업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창업 지원을 해주는 공모전에서 선발되면 사업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SK 청년비상, 현대해상 씨앗 프로그램 등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게 얻은 지원금으로 리어카와 스토리펀딩 리워드를 제작했다. 그런데 공모전으로만 충당하니까 막막한 부분이 있다. 매체 선정과 진행방법, 리워드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지만, 기회가 된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또 진행해서 더 많은 분에게 혜택을 드리고 싶다.

시선을 잡아끄는 리어카, ‘끌림’

Q. 마지막으로 끌림의 꿈이나 목표를 알려달라.

 

A. 끌림이 많이 이슈화되길 바란다. 지금 100명 미만의 어르신들께 추가 수입을 드리고 있는데,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전국에 180만 명 정도 있다. 끌림의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그분들을 끌림의 일원으로 더 많이 포섭할 수가 있다. 그래야 하나의 복지모델이 되어서 지자체들에 퍼져나갈 수 있고 정부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한다. 나아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길 바란다. 노인분들이 은퇴 이후에도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고 자랑스럽게 일하실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도록.

 

Images courtesy of 끌림 Cclim
글 : 베네핏 김정미 에디터

2017.04.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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