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트렌드 둘 다 잡는 모자, 바라클라바(Balaclava)

[라이프]by 핸드메이커

계절마다 빠르게 거리의 풍경은 변한다. 요즘은 붕어빵이나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이 점점 생겨나면서, 주머니에 ‘삼천 원’을 넣어 다녀야 하는 계절이다.

배우 김재경 인스타그램 @_kimjaekyung_

배우 김재경 인스타그램 @_kimjaekyung_

그러던 중 희소식이 들려왔다. 연예인 ‘황금손’ 배우 김재경이 직접 뜬 모자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그 형태가 독특하다는 것.


‘바라클라바(Balaclava)’ 혹은 ‘발라클라바’라고 불리는 이 모자는 얼굴 전체를 감싸다 못해 눈만 보이도록 해, 추위도 막아주면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시국에 알맞은 패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인이 먼저 썼던 모자

패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정말 많다. 생활 습관부터 문화까지 다양한데, 특히 군인 의복이 패션으로 정착한 것들이 많다. 가을이면 여성들이 교복처럼 입는 트렌치코트처럼 말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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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클라바도 군인들이 전쟁을 위해 착용했던 투구가 변형되어 생긴 아이템이다. 11~13세기 레반트 지역에서 라틴교회와 이슬람 군대가 벌인 종교전쟁인 ‘십자가 전쟁’에서 바라클라바와 비슷한 형태의 투구를 착용했다. 쇠사슬로 만들어져 있어 견고해 보인다. 중세시대 군인 외에도 기사들도 비슷한 형태의 갑옷과 투구를 착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창기병 ‘울란’의 복장 / 위키미디어

폴란드 창기병 ‘울란’의 복장 / 위키미디어

또 다른 설도 전해지는데, 창으로 무장한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창기병을 말하는 ‘울란(Uhlan)’의 복장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쟁에 무장한 군인이라기보다는 파티장에 있을법한 화려한 느낌의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14세기부터 활동한 이들은 시대가 변화할수록 복장도 변화하는데, 현재 전해지는 복장은 19세기의 것과 가장 비슷하다. 폴란드의 화가인 제뉴어리가 그린 바르샤바 공국 군대의 울란의 모습을 보면, 짧은 재킷 형태의 겉옷과 그 위에는 대각선으로 매는 유색 띠, 그리고 ‘로가티위카’라고 부르는 폴란드식 창기캡이 있다.

폴란드 전통의상 속 남성의 모자를 보면 끈으로 된 술장식이 달려있다 / pixabay

폴란드 전통의상 속 남성의 모자를 보면 끈으로 된 술장식이 달려있다 / pixabay

이 헬멧은 폴란드 모자의 전통 디자인에서 유래했으며, 군사용에 맞게 변형했다고 한다. 사각형 모양의 챙을 갖고 있으며 긴 기둥 형태로 되어 있다. 화려한 문양이나 깃 장식이 있어 군대의 근엄함을 더한다.

발라클라바 전투 에피소드 중 하나인 ‘씬 레드 라인’의 모습. 영국과 오스만 제국의 연합군이 털 형태의 까만 투구를 착용하고 있다 / 위키미디어

발라클라바 전투 에피소드 중 하나인 ‘씬 레드 라인’의 모습. 영국과 오스만 제국의 연합군이 털 형태의 까만 투구를 착용하고 있다 / 위키미디어

‘발라클라바’라는 이름은 러시아의 한 항구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영국, 프랑스, 오스만 제국의 연합군과 러시아 육군이 1854년 벌였던 크림전쟁 당시 10월 25일 벌였던 전투가 있는데 이를 ‘발라클라바 전투’라고 부른다.


당시 영국 연합군은 러시아의 추위를 버텨야 했다. 그런데 식량이나 따뜻한 군복, 숙소 등 보급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뜨개질로 직접 헤드기어를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리차드 러트가 쓴 ‘뜨개질의 역사’라는 책에 의하면, 전투 한참 뒤인 1881년에서야 ‘발라클라바 헬멧’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스키, 레이싱 등 스포츠 애호가의 필수품

바라클라바는 스키나 등산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하나쯤 가진 필수 아이템이다.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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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xels (Yaroslav Shura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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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코와 입을 가려주어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도 하지만, 눈에 반사되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눈에는 고글을 쓰기 때문에 바라클라바가 안성맞춤이다. 여러 스포츠 브랜드를 보면, 목만 가려주는 워머나 모자 외에도 바라클라바를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레이싱 드라이버는 방염수트와 함께 방염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방염마스크는 바라클라바처럼 눈, 코, 입을 제외한 머리를 전체적으로 보호한다. 사진 속 드라이버도 헬멧 아래에 하얀색 방염마스크를 착용 중이다 / flickr (LG전자)

레이싱 드라이버는 방염수트와 함께 방염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방염마스크는 바라클라바처럼 눈, 코, 입을 제외한 머리를 전체적으로 보호한다. 사진 속 드라이버도 헬멧 아래에 하얀색 방염마스크를 착용 중이다 / flickr (LG전자)

안전을 위해 바라클라바를 착용하는 경우는 또 있다. 바로 레이싱 드라이버들이다. 사고 시 화재를 막기 위해 상하의가 붙어있는 방염 레이싱 수트를 입는데, 여기에 방염마스크인 바라클라바도 포함되어 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규정에 따라 방염 내의부터, 방염수트, 장갑, 마스크까지 모두 착용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고 한다.

군대와 경찰이 쓰는 ‘원숭이 모자’

인도에서는 바라클라바를 쓰면 눈, 코, 입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리기 때문에 사람의 특징이 사라지고, 원숭이와 비슷한 모양이 된다고 해서 ‘원숭이 모자(Monkey’s cap)’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히말라야처럼 추운 지방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착용하는데, 동그란 모양의 퐁퐁 장식을 달기도 한다.

/ pixabay

처음 군인들이 착용했던 것처럼 현재도 군인들은 바라클라바 형태의 복면을 착용한다 / pixabay

바라클라바는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느낌이 강한 모자이지만, 군인이나 경찰 등이 착용할 때는 ‘은폐’하기 위해 사용한다. 범인으로부터 군경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마미손 소년챔프 MV 캡처(https://youtu.be/D3ZFtSoWtRc)

마미손 소년챔프 MV 캡처(https://youtu.be/D3ZFtSoWtRc)

래퍼로 잘 알려진 가수 마미손도 눈과 입만 보이는 핑크색 바라클라바를 착용해 원래 자신의 모습을 은폐하여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핑크색 복면의 그의 시그니처이자 마스코트가 되기도 했다.

Pexels (cotton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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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라클라바를 범인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다. 2018년 한 기사에 따르면, 스포츠 브랜드로 유명한 나이키에서 방한용 바라클라바를 출시하자 갱문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자 웹사이트에서 삭제한 경우도 있었다.

뜨개질과 잘 어울리는 패션

바라클라바가 범죄자를 떠올린다는 이미지가 강해,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점차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라클라바가 패션계에 등장한 것은 오래되었지만, 지난 2018 FW 시즌에서 등장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화보 속에서 바라클라바를 착용한 가수 겸 배우 윤아 / 윤아 인스타그램 @yoona__lim

화보 속에서 바라클라바를 착용한 가수 겸 배우 윤아 / 윤아 인스타그램 @yoona__lim

Pexels (cotton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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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클라바는 울이나 실크, 폴리에스테르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지만, 최근 유행을 타고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손으로 뜬 듯한 느낌의 니트 소재다.

배우 김재경이 뜬 바라클라바 / 김재경 인스타그램 @_kimjaekyung_

배우 김재경이 뜬 바라클라바 / 김재경 인스타그램 @_kimjaekyung_

직접 손으로 떠서 만든 바라클라바 / flickr (pandatomic)

직접 손으로 떠서 만든 바라클라바 / flickr (pandatomic)

우리나라 외에도 외국에서도 직접 손으로 떠서 만드는 사진을 발견할 수 있으며, 배우 김재경도 바라클라바를 떠서 착용한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녀의 SNS 댓글에 ‘바라클라바 도안 알려주세요’라고 하는 것을 보면, 직접 뜨개질로 바라클라바를 떠보려는 사람들도 많으며, 네이버 등에도 바라클라바 도안이라는 검색어가 있을 정도다.


뜨개질은 겨울이 되면 가장 유행하는 취미 중 하나다. 매번 목도리나 장갑, 모자 등을 뜨다가 질렸다면, ‘인싸’가 될 수 있는 바라클라바를 한번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유료로 판매되는 도안도 많으나, 뜨개질 금손들이 무료 나눔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 도전해보자.

Pexels (cotton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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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이 1℃만 낮아져도 면역력이 30% 감소해 감기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추워진 날씨로부터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목도리나 모자처럼 간단한 아이템을 사용하면 된다. 모자는 체온을 2℃ 정도 높여준다고 하니, 마스크와 함께 바라클라바와 같은 모자를 착용해보면 좋겠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2022.03.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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