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집사 쟁탈전'? 다묘가정서 자리 쟁탈전 벌어지는 이유는..

[라이프]by 한국일보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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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의 원장 이우장 수의사입니다. 이번 사연은 고양이들이 특정 집사에게 유독 애착행동을 보이는 것과 해당 집사가 집에 없을 경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서 걱정되는 상황으로 보이네요. 그럼 한 가정에 집사가 많을 경우 고양이도 애착집사가 있는지와 사연자님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고양이도 애착집사가 있나요?

사실 이번 사연처럼 집사가 많더라도 일반적으로 고양이들과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면서 밥을 주고 관심이나 쓰다듬기와 같은 보상을 상대적으로 많이 주는 집사를 애착 집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착 관계를 보이는 고양이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집사들과의 유대감도 잘 형성되어 있어 신뢰도가 높고, 곁에 있거나 상호작용하는 걸 좋아합니다. 대신 관심이나 음식 등을 원할 때와 같이 요구성 행동을 할 때는 유독 애착집사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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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관계를 보이는 고양이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집사들과의 유대감도 잘 형성되어 있어 신뢰도가 높고, 곁에 있거나 상호작용하는 걸 좋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단 고양이는 사회적 동물이고 집사 또는 동거묘에게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에, 애착 대상이 장시간 사라지면 불안하거나 우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사연에서는 애착 집사가 집에 없는 경우 대부분 잠을 잔다고 했는데, 평소에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평소에는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그 활동이 주로 애착 집사와 연관이 있다면, 애착 집사가 집에 없을 경우 할 일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거나 단순히 갑작스러운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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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집사가 집에 없을 경우 할 일이 없다고 느끼거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울하다는 것은 사실 고양이들에게 정말로 우울한지 직접 물어볼 수 없기 때문에 증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요. 우울한 고양이는 평소보다 잠이 늘고 식욕이 감소하는 편이며, 원래 잘 놀던 장난감 등에도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분리불안일 수도 있어요

여러분의 고양이는 평소 어디에서 머무나요? 원래 캣타워나 소파 등의 공간에서 자던 고양이들이 애착 집사가 없으니 현관 쪽에서 장시간 집사만을 기다린다면 일종의 ‘분리불안 또는 분리 스트레스’ 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강아지만 분리불안을 겪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고양이도 분리불안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고양이 분리불안의 대표 증상으로는 애착 집사 또는 모든 집사가 집에 없을 때 과도한 울음, 부적절한 장소에 배변배뇨 실수, 식욕부진, 무기력, 그리고 오버그루밍 등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 사연처럼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먼저 분리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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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분리불안의 대표 증상으로는 애착 집사 또는 모든 집사가 집에 없을 때 과도한 울음, 배변배뇨 실수, 식욕부진, 무기력, 그리고 오버그루밍 등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단 애착집사 혹은 주보호자가 집에 없을 때는 애착집사가 원래 해오던 행동과 루틴을 다른 집사가 최대한 지켜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모든 상호작용을 허용하진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식사, 간식, 장난감놀이 등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루틴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상을 제공할 때도 원래 먹던 것이나 놀던 것에 대한 반응이 현저히 줄었다면, 특별한 간식 및 새로운 장난감 등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밥그릇 외에도 일부 식사나 간식을 작은 먹이퍼즐 장난감 형태로 제공하여 사냥 본능을 자극시킬 수 있습니다. 이로써 루틴이 깨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소하고 할 일이 부족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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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집사가 집에 없다면 기존 루틴을 지켜주도록 하자. 또한 간식을 먹이퍼즐, 장난감 등으로 제공하며 사냥본능을 자극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의 자리 쟁탈전

고양이들이 잠잘 때 서로 엄마 침대를 중심으로 자리 쟁탈전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고양이들끼리 다투는 것이 침대에서만 일어나는 것인지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도 발생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고양이들끼리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적어 주셨지만 반대로 고양이들 중에 서로 그루밍 해주거나 몸을 비비거나 곁에서 붙어 자는 정도의 친화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평소 길목에 마주쳤을 때도 피하기 바쁘다면 적극적으로 싸움이 없더라도 결국 고양이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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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고양이들끼리 그루밍을 해주거나 곁에서 붙어자는 등의 친화 행동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모습이 없다면 싸움이 없더라도 고양이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경우 결국 애착집사 곁에 있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참고 서로 같은 장소에 있을 뿐, 최대한 떨어져서 자리를 잡고 있다가 움직일 때 하악질 등의 공격성을 보인다면 그 고양이와는 사회적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라면, 고양이들 입장에선 애착집사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불편해집니다. 사회적인 불편감을 최소화하는 애착집사가 사라졌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더더욱 서로 마주치거나 상호작용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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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면 애착집사가 그들의 불편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애착집사가 집을 비울 경우 불편감이 증가하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고양이들 사이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수도 있겠지만, 침대에서만 싸움이 일어난다면 일단 해당 장소의 접근을 방지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애착 대상에게는 울음 등 요구성 행동이 쉽게 나타날 수 있지만, 결국 문을 열어달라는 ‘요구성 행동’은 철저히 무시하고 반대로 적절한 수면 장소를 충분히 각각 제공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쩔 때는 침대를 허용하고, 어쩔 때는 허용하지 않는 등 일관성이 없다면 고양이들 또한 이해를 못하고 계속 울 수 있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대처해야 합니다.


이번 사연을 통해 고양이의 애착 행동, 그리고 고양이가 애착집사와 분리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분리 스트레스 및 우울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방법대로 시도하셔서 부디 고양이들과 집사께서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내기를 기원합니다.


이우장 하이 반려동물 행동클리닉 대표원장

2023.10.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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