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감독님’으로 돌아온 정대세…“눈물의 의미가 달라졌다”

[라이프]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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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는 크로스핏과 자전거 타기를 번갈아하며 운동에 매달리고 있다. 김현동 기자

“현역 때 이렇게 열심히 운동했다면 제 축구 인생이 조금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정대세(39)는 탄탄한 근육질 몸과 구릿빛 피부를 내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한강시민공원에서 만난 그의 몸은 현역 선수 시절 못지않았다. 정대세는 “매일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크로스핏과 자전거 타기를 번갈아하며 저녁 7시까지 운동에 매달린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현역 시절보다 더욱 열심히 몸을 만드는 이유는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어서다. 정대세는 최근 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 FC 원더우먼의 감독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배우 김희정, 래퍼 키썸과 트루디, 트롯 가수 홍자, 기상 캐스터 김가영, 모델 김설희 등과 함께 동고동락 중이다. 국대패밀리에서 골키퍼로 활약 중인 배우자 명서현씨와는 경쟁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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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기로 유명한 정대세. 방송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SBS]

정대세는 “감독이 되어 팀을 이끌어보니 지도자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면서 “진심을 담은 격려와 따끔한 지적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좋은 지도자다. 앞으로 지도자 수업을 착실히 받아 좋은 감독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대세는 현역 시절 팔색조처럼 다양한 경력을 자랑했다. 재일동포 출신 J리거로, 북한축구대표팀 공격수로, 수원삼성 소속 K리거로 남·북·일 축구를 모두 경험했다. 유럽 무대(독일 보훔·쾰른)까지 누볐다. ‘불도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플레이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한편으론 ‘눈물 많은 남자’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북한대표팀 공격수로 참가한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브라질과의 대결을 앞두고 눈물을 펑펑 흘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정대세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나 같은 선수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내 옆엔 (세계 최강) 브라질 선수들이 서 있지 않았나”라면서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대세가 선정한 축구 인생 최고의 골 장면. 가와사키 프론탈레 시절 상대 팀 감바 오사카 수비수 세 명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골을 넣었다. 이후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상 제공 정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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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독을 맡아 여러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김현동 기자

은퇴 이후에도 정대세는 여전히 울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요즘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예전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축구선수 정대세의 하드웨어는 불도저처럼 상대 수비수를 쓰러뜨리고 골을 넣는 괴물에 가깝지만, 소프트웨어(멘털)는 부실했다”면서 “선발로 뛸 땐 날아갈 것 같았지만, 벤치에 머물 땐 지옥 같았다. 감정의 기복이 컸고, 오직 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보니 눈물까지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지금은 내 가족과 내가 지도하는 선수 등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정대세는 이어 “감독이 돼보니 현역 시절의 나처럼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선수들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원삼성 시절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신 서정원 감독님(현 청두 룽청 사령탑)을 비롯해 함께 한 모든 지도자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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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는 현역 못지 않은 운동량으로 근육질 몸매를 유지 중이다. 사진 정대세 인스타그램

정대세는 축구해설자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올 시즌 일본 OTT 매체 아데마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생중계를 맡았다. 일본인 프리미어리거 미토마 카오루의 소속팀 브라이턴의 경기를 주로 해설한다. 정대세는 “미토마는 손흥민과 자신을 비교하는 질문에 ‘나는 손흥민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의미 없는 질문은 하지 말라’며 쿨하게 말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한국 축구는 일본과의 각급 대표팀 경기에서 5경기 연속 0-3 패배를 당했다. 정대세는 “한국 축구가 가지는 특징과 개성을 유지하면서 일본이 앞선 부분은 과감히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면서 “유망주를 유럽 무대로 내보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 일본 축구의 성공 방정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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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시절의 정대세(오른쪽). 중앙포토

■ 정대세는 …


◦ 출생 : 1984년 3월2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 국적 : 대한민국(본적 경북 의성)

◦ 체격 : 1m80㎝, 81㎏

◦ 출신학교 : 아이치조선중고급학교, 조선대학교(일본)

◦ 현역 소속팀 :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보훔(독일)-쾰른(독일)-수원삼성(대한민국)-시미즈S 펄스(일본) 등

◦ A매치 기록 33경기 5골(북한대표팀)

◦ 주요 이력 남아공월드컵 출전(2010)

◦ 별명 불도저, 인민 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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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 쾰른 진출 시절.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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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2023.09.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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