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내 가방 고장냈다면…최대 354만원 보상받는 법

[여행]by 중앙일보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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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탈 때 위탁 수하물을 맡기면 수하물표를 준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이걸 잘 간수해야 한다. 수하물표가 있어야 분실, 파손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 KLM네덜란드항공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온 C씨는 인천공항에서 위탁 수하물을 찾고 당황했다. 산 지 2년밖에 안 된 여행 가방의 손잡이가 고장나서였다. 당장 항공사에 따진 뒤 보상을 받을까 생각했지만, 퇴근 시간 서울 가는 길이 막힐까봐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왔다. 이튿날 항공사에 연락하면서 후회했다. 수하물 표도 버렸고, 항공사 상담원과 통화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C씨는 기자 본인이다. 다행히 항공사가 신속히 처리해줬고 가방회사는 파손 부위를 무료로 수리해줬다. 해외여행이 살아났다. 수하물에 대한 상식을 다시 챙길 시점이다. 파손, 분실 사고를 대비하는 요령을 알아보자.

노트북·외장 하드는 휴대하기

우선 중요한 건 짐 꾸리는 요령이다. 항공사마다 휴대 수하물, 위탁 수하물 허용 용량이 다르니 먼저 확인하자. 위탁 수하물에는 귀중품과 고가품을 안 넣는 게 안전하다. 노트북, 외장 하드, 카메라 같은 전자제품은 이동 중 고장이 나도 항공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정히 고가품을 위탁 수하물로 보내야 한다면 수속할 때 항공사에 고지하자. 보험처럼 일정 금액을 내면 보상받을 수 있다. 국내 항공사는 '종가요금'이라 하고, 외국 항공사는 '특별이익신고(Special declaration of interest)'라는 용어를 쓴다. 100달러당 0.5달러를 지불하면 사고 발생 시 최대 2500달러(약 354만원)를 보상해준다. 신고 가격이 2500달러가 넘으면 항공사는 수하물 위탁을 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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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럽에서는 수하물 분실 대란이 벌어졌다. 코로나 장기화로 공항 인력이 부족해 위탁 수하물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은 올해 6월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로이터=연합뉴스

올여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같은 유럽 대도시 공항에서는 수하물 분실 대란이 빚어졌다. 공항 인력이 예전보다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 수하물 파손·분실 시 공항 항공사 데스크에 즉시 접수하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 빨리 조치해준다. 어떤 항공사든 콜센터 직원과 통화하기가 쉽지 않고 인터넷 접수도 복잡하다. 탑승 수속할 때 보딩패스와 함께 주는 수하물 표는 버리면 안 된다. 분실이든 파손이든 수하물 번호를 정확히 알아야 해서다.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다. 가방 사진도 찍어두자.

수하물 분실 골든 타임은 21일

수하물 분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먼저 항공사 과실. 비행기를 갈아탔다면 마지막에 탄 항공사에 책임이 있다. 여행지에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도 일부 보상받을 수 있다. 보상 방법은 항공사마다 다르다. 대한항공은 현금으로 50달러를 준다고 홈페이지에 밝혀뒀다. 속옷, 세면도구 같은 생필품을 사면 실비로 보상해주는 항공사도 많다. 한국인이 한국에 귀국했는데 위탁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생필품 구매비를 안 준다. 한국에 연고가 있기 때문이다.


수하물을 분실하고 21일이 지난 뒤까지 찾지 못하면 항공사가 배상해야 한다. 고객이 분실 수하물과 내용물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도 상한선이 있다. 국제협약에 따라 약 220만원까지만 보장해준다. 항공사에 따라 대응이 다를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여행자보험은 꼭 가입하자. 항공사가 보상을 거절하거나 미룰 경우, 보험사가 해결해줄 수 있다. 보험 가입에도 요령이 있다. 여행이 완전히 끝나는 시각 이후로 보험 적용 기간을 잡는 게 좋다. 비행기 탑승 전에 보상 기간이 끝나면 여행 중에 발생한 수하물 사고라도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헷갈리는 검은색 가방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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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수하물로 보내는 캐리어는 다른 사람이 잘못 가져가는 사고가 종종 벌어진다. 알아보기 쉽게 튀는 색을 쓰거나 스티커, 벨트 등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픽사베이

다른 여행객이 비슷한 모양의 가방을 혼동해 가져가는 사고도 종종 생긴다. 이 경우도 우선 항공사에 접수해야 한다. 그러니 색깔이 튀는 가방을 쓰거나 스티커, 벨트 등으로 알아보기 좋게 해두는 게 좋다. 올여름 유럽 수하물 대란 때 분실 수하물 중 검은색 가방이 가장 많았단다. 중요한 팁이 또 있다. 인천공항 수하물팀 관계자는 "수속할 때 위탁 수하물에 붙여주는 바코드는 반드시 떼야 한다. 남아 있는 바코드 때문에 수하물이 잘못 운송되는 사고도 있다"며 "배낭을 위탁 수하물로 부칠 때는 끈이 너덜거리지 않도록 처리해야 파손과 분실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파손 수하물에 대한 보상은 항공사마다 다르다. 여행객이 직접 수리하면 수리비를 배상해주는 항공사도 있고, 지정 수리 업체를 연결해주는 항공사도 있다.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면 새 여행 가방을 주는 항공사도 있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가방은 동급으로 교환해주진 않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항공사에 따라 고객과 협의의 여지를 두는 곳도 있다. 가방회사에 따라 AS 수리 보증기간이 다르다. 해외에서 산 가방은 국내에서 무상 수리를 안 해주기도 한다. 이를 대비해 구매 영수증과 품질보증서를 보관하는 게 좋겠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2022.11.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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