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행시에 열광하는 팬들, 문제는 가짜란거야

[라이프]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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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팬페이지를 자처하는 계정(@jaeyoung3831)에 올라온 생일 축하 사진

“Happy Birthday to me. 지금부터 이재용으로 삼행시 경연대회 시작합니다.”


툭 던진 이 말에 ‘좋아요’ 갯수가 순식간에 불어납니다. 지난 23일 처음 게재된 인스타그램 속 해당 글에는 28일 현재 3만5000개의 ‘좋아요’가 찍혔고요. 5700여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집니다.


잇따르는 삼행시는 여느 아이돌의 팬클럽을 방불케 하는데요. 하나 예로 들어보면 ‘(이) 이제껏 인스타에서 본 사람중에 (재) 재치있고 온화한 얼굴과 그 미소 (용) 용기와 강단있는 패기 인간미 폴폴 풍기는 당신은 인스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는지 헷갈리시나요? 그럼 이런 바람을 담은 삼행시는 어떤가요.


‘(이) 이렇게까지 올라갈지 몰랐습니다 (재) 재수가 좋아서 5만전자에 샀습니다 (용) 용기있게 추매하자 10만전자 가즈아~’


네. 맞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생일을 맞아 최근 삼행시를 짓는 일종의 이벤트가 열렸는데요. 문제는 이 글을 올리고 해당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이가 이 회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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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삼성전자]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이 인스타그램 계정은 삼성그룹 안팎에서 유명합니다. 이 회장의 팬페이지를 자처하는 계정으로 팔로워가 39만여명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 계정에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딸을 도와달라는 한 어머니가 메시지를 보냈고, 삼성서울병원 측에서 도와주겠다고 연락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계정이 단순 팬페이지가 아니라 이 회장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 해당 계정에 보낸 메시지와는 무관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희귀질환 환자를 돕기로 한 것이고요. 이 회장이나 삼성전자에서도 일련의 과정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이 회장의 팬페이지는 프로필 사진과 콘텐츠만 언뜻 보면 공식 계정으로 착각하기 쉬워 문제입니다.


‘프로파일 스쿼팅(Profile Squatting)’, 즉 인터넷 공간에서 타인을 사칭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연예인들이 표적이 되었는데, 기업총수들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일반인들 대상으로 한 사칭도 크게 늘고 있고요.


가령 이런 식입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이재용 포토카드’와 관련해 “당근마켓에 제 포토카드가 올라왔다는데 제가 사겠습니다. 가격은 아시죠?”라거나 이 회장이 삼성SDS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면서는 “곰탕 맛있다” “아이폰도 있었다”라고 적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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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현지시간) 파리 인근 이시레물리노 팔레 데 스포 로베로 샤팡티에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최 회장의 목발을 들고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도 팬페이지나 유튜브채널이 있습니다만 이 회장의 것과 팔로워 수에서 차이가 큽니다. 팬심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죠.


이 회장 팬 페이지 운영자는 2020년 8월에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이유에 대해 “(당시)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여론이 좋지 않아 그래서 이 부회장과 삼성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목적에서 최초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기는 대략 이 회장에 대한 팬덤이 형성될 무렵과 겹칩니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한 후 가석방된 2021년 8월 이후 이 회장에게는 ‘재드래곤’과 같은 별칭까지 따라 붙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난감합니다. 팬덤과는 별개로 이 회장을 사칭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계정에 대해 삭제 및 수정 조치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희귀질환 아이와 삼성서울병원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 회장 팬 계정 건만 보더라도 일일이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 회장 공식 계정이 아니다’라고 설명을 해야만했으니까요.


하지만 특정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게시글에 대해 삭제나 수정 조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 회장과의 연계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이 삼성 측 입장입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단순 사진 도용 수준의 사칭범은 처벌 규정이 따로 없기도 합니다. 사칭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대응이 가능한데요.


예를 들어 타인의 사진을 무단 수집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초상권 침해’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식입니다. SNS가 발달할수록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되는 기업과 기업인들입니다.

2023.08.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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