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글자에 점 두 개만 찍으면

[컬처]by 문학동네

사람이란 글자에 점 두 개만 찍으면~ 당신과 나 사랑되는 인생사♩♬ 사람, 사랑 타령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요런 날, 따끈따끈한 신간, 비페이위의 『마사지사』소개해드립니다. 작가 비페이위 선생님은, 요런 마초마초맨이신데요 +_+ 

사람이란 글자에 점 두 개만 찍으면

킁킁킁 쾌남스멜 물씬 풍기시는 작가님은, 기자로 일하던 시절, 고약한 편집자 때문에 육 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사를 단 육 천자밖에 쓰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고집쟁이외골수 소신남이시기도 합니다. 쾌남 느낌의 비주얼과 다르게 중국에선, 여성의 삶을 누구보다 실감나게 그리는 작가라 평가받으시기도 하지요. 전작 『위미』와『청의』에서 이런 작가님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으십니다!


비페이위 작가님은 중국 최고의 문학상인 루쉰문학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셨고, 소개해드리는 『마사지사』로 제8회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하셨어요. 받을 상은 다 받은 셈 -_-;;; 이십니다. 『마사지사』수상 당시 마오둔문학상 심사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마사지사』는 당신을 도시의 외진 모퉁이로 이끌어 세상을 모색하고 자아를 탐색하는 맹인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 비페이위는 인식과 표현의 어려움을 가볍게 극복하고,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맥을 짚어 그들의 마음속을 진지하고도 세심히 밝혀냈다. 생동하는 디테일과 선명한 캐릭터, 작은 부분에서 전체를 보는 통찰력은 소설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었다. 예리한 시적 언어로 쓰인 문장들에선 기민한 창작력을 엿볼 수 있다. 

2011년 제8회 마오둔문학상 심사평 

심사평에서 보시다시피 『마사지사』는 맹인 마사지사들의 사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난데없이 사람, 사랑 타령을 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습니다. 여름이 가기 전 찍은 사람, 사랑 점자입니다.정말, '사람'이란 점자에 점 두 개를 찍으니 '사랑'이라는 글자가 되더라고요.

사람이란 글자에 점 두 개만 찍으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난징의 교외에 위치한 사쭝치 마사지센터예요.이곳에는 자신을 '닥터'라 부르는 마사지사 열댓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선천적 맹인인 마사지사도 있고, 사고로 후천적으로 맹인이 된 마사지사도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숙소를 나눠쓰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은 피어나는 법인지라, 센터 안엔 커플이 두 쌍이나 있고(!), 애정 전선이 꼬여버리는 일도 비일비재입니다. 


각 장이 옴니버스 구성으로, 장마다 주인공이 있습니다. 장 제목이 닥터 왕, 사푸밍, 샤오마 이런 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각 장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속내와 사연을 속속들이 펼쳐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 세상과 타협하는 법, 세상과 싸우는 법, 세상과 맞서는 법 등이 각 장의 주된 테마지요.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선천적 맹인인, 사쭝치 마사지센터의 반쪽 사장 사푸밍이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손으로 더듬어봤자 무엇을 얼마나 알 수 있단 말인가? 손으로는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부드러움과 단단함, 차갑고 뜨거움, 건조하고 축축함, 오목함과 볼록함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손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

책에선, 아름다움은 숭고함이라 한다. 숭고함이란 무엇인가?

책에선, 아름다움은 온유함이라 한다. 온유함이란 무엇인가?

책에선, 아름다움은 조화로움이라 한다. 조화로움이란 무엇인가?

고귀한 순수란 뭘까? 위대한 고요는? 장엄함은 무엇이고 화려함은 또 뭘까? 섬세한 정교함은 무엇이며, 아득한 오묘함이란 뭘까? 

흐엉.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사푸밍은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합니다.도대체 아름다운 게 뭘까. 이 질문은 '무엇이 아름다운 걸까'하는 질문과도 조금 결이 다른 듯합니다. 좀더 근원적인 무언가 같아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아름다운 것은 좋은 걸까. 좋은 것이라면 어떤 종류의 좋음일까. 세상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으니, 아름다움에 대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추상적 사고의 총합일 뿐입니다. 총합이라봤자 사푸밍이 인식하는 아름다움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 '아름다운 여자'와는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겠죠. 그래서 맹인들은 "이 세계를 '사용'만 할 뿐, '이해'할 수는 없는" 굴레 속에서 살게 됩니다. 

맹인들은 어찌할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조금씩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한 뒤에야 비로소 자기만의 사람인 누군가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매우 사적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형상의 뼈대는 여전히 공적이었다. 맹인의 삶이란 평생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맹인들은 보이지 않고 ‘진상’이라든가 ‘사실’은 그들과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을 빌려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일을 해나갈 수 있다. (...) 맹인들의 세계에는 언제나 멀쩡한 사람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맹인들의 세상은 각자의 경험과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세계엔 정해진 상(像)이 없죠.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말로서, 글로서 보이게 만드는 것이 작가 비페이위가 선택한 도전적 작업이었습니다. 무정형의 공간을 작가의 통찰과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죠. 비페이위 선생님은 시각을 제외한 감각을 이용해 세상을 인식하는 구체성과, 시각을 대신하는 사고의 추상성을 절묘하게 조합하는 방법으로 그 과제를 너끈히, 그리고 아주 비범하게 해내십니다. 쾌남 만세!


표지를 맡아주신 디자이너와 함께 고민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가 관건이었죠. 정말 이게 말이 쉽지, 시각화를 하는 건 아주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마사지사』는 이러합니다. 두두둥! 

사람이란 글자에 점 두 개만 찍으면 사람이란 글자에 점 두 개만 찍으면

 

(어화둥둥 옆에서 보고, 앞에서 보는 마사지사!책 옆모습에서 책등의 저 점자에 손을 올려보시면 도돌토돌 조금씩 올라와 있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십니다. 점자로 '마사지사' 라 적어놓았답니다.)중국에선, 『마사지사』가 영화로도, 연극으로도 제작이 되었답니다. 텍스트의 질적 측면에 있어선 이중, 삼중으로 검증된 작품이란 뜻이라 해석하는 것은 편집자의 오지랖이 아니겠지요??

이 책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마침 밤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나는 서재에 눈을 감고

고즈넉이 앉아 있었다.

오래 아주 오래……

책을 여는 작가 비페이위 말입니다. 『마사지사』와 함께, 고즈넉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여정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편집자 박인숙

2015.09.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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