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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미시간벤쳐캐피탈콘텐츠지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콘텐츠지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빅픽쳐)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영화다.

먼저 전사는 이렇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던 손기정(하정우), 남승룡(배성우)은 가슴에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뛸 수 밖에 없었고, 이를 부끄러워한 손기정은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렸다. 이 일로 인해 일본에 찍힌 손기정은 결국 육상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했다.

‘1947 보스톤’은 그러한 손기정이 광복 이후 ‘제2의 손기정’으로 불리는 서윤복(임시완)을 훈련시켜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는 이야기를 담겼다.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을 뛰어야 했고,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탄압받아야 했으며, 나라의 광복을 얻은 뒤에도 여전히 기록은 일본 국적으로 남아있는 가슴아픈 역사 속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손기정은 일본에 육상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해야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단 마라톤 대회에서 메달을 수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태평하게 술을 마시며 지각하고 만다. 서윤복은 상금이라는 목적 아래 손기정의 만남을 기대했으나, 1초 남짓한 마주침이 있었을 뿐 성의 없는 악수에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1947 보스톤’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극의 스토리가 달라진다. 전반부는 손기정과 서윤복, 남승룡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들이 왜 달려야 하는지, 왜 미국 보스톤에 가야하는지를 그린다. 독립 이후에도 미군정 아래에 종속된 상황이 전해지며 미국에 체류하려면 미국 정부에 전달할 보증금, 미국 체류를 위한 보증인, 마라톤 신청 비용에 체류 비용까지. 갖고 있는 집도 팔아보고, 베를린 올림픽 메달까지 팔아보려 했으나 돈을 모으기는 만만치 않다.

결국 손기정과 남승룡, 산하 마라톤 선수들은 시민들의 힘을 빌려 미국으로 향했고, 미국 보스톤에서 후반부가 시작된다. 보스톤 마라톤 주최 측은 서윤복과 남승룡의 유니폼에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를 달았고, 손기정은 우리가 왜 태극기를 달고 뛰어야하는지를 설명하며 서윤복과 갈등을 빚는다.

주최 측 설득을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드디어 태극기를 가슴에 달 수 있었던 이들은 열심히 달린다. 특히 후반 30여분은 임시완의 달리는 모습만 나오는데도 전혀 지루함이 없다. 뛰고 또 뛰고, 열심히 뛰는 게 답이라는 듯 임시완의 달리기가 극의 몰입도를 끝까지 가져간다. 1등으로 들어온 건 임시완인데, 마치 관객들도 함께 달리는 듯 두근거리게 만든다.

극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시완의 마스크와 달리기. 마스크가 단순히 그의 외모나 비주얼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극중 서윤복은 달릴 시간이 없다. 건설 현장 철거부터 냉면 배달까지 하루를 바쁘게 살아도 서윤복의 생활고는 고달프다. 거기에 모친의 투병으로 인한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서윤복은 함께 달리자는 남승룡 코치의 제안을 받고, 손기정과 다른 선수들 몰래 뒤에서 돈을 받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손기정, 남승룡의 ‘우리는 일장기를 달고 뛰었지만, 후배들은 태극기를 달고 자신의 이름으로 뛰게 해주겠다’는 신념, 그리고 그 시작이 서윤복이어야 한다는 말에 걸맞은 연기를 임시완은 보여준다.

보통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관크(관객+크리티컬)’라고 불리며 비난 받는다. 타인의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행동 중 하나이기 때문. 그러나 서윤복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1등으로 들어오는 순간 터진 박수소리는 전혀 관크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영화에서는 초반부 모든 우여곡절을 담아내고, 후반부에는 오직 마라톤에만 집중하게 공을 들였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뒷심을 발휘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초반만 버티면 되는’ 작품. 반대로 초반을 버텨내지 못하면 아주 잘만든 후반부는 아무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달리기’가 매력인 작품인 만큼, 주인공의 스토리는 정돈해서 그리고 달리기에만 집중하는 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불어 특별 출연으로 크레딧에 올라간 올림 역의 박은빈의 위치도 아쉽다. 서윤복과 옥림의 러브라인이 너무 작고 가볍게 다뤄졌고, 이후 박은빈은 라디오를 들으며 서윤복을 응원하는 모습만 나올뿐 이후의 이야기도 담겨 있지 않다. 실제로 강제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원래는 출연자 명단에 올라있었는데, 이러다가 은빈이 팬들에게 귀한 배우에게 역할 조그만 거 줬다고 야단맞을 것 같아서 특별출연으로 바꿨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임시완과 박은빈의 빛나는 케미가 다소 약한 러브라인으로 담겨져 아쉬움을 안긴다.

‘1947 보스톤’은 9월 27일 극장 개봉해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10월 2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약 67만 명으로, 추석 대작 중 실관람 평점이 가장 좋은 작품으로 뽑힌다. 연일 관객 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연휴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 관객들을 홀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cykim@osen.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