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생명력 넘치는 운곡 람사르습지 가보셨나요

[여행]by 세계일보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선정 강소형 잠재관광지/운곡습지생태연못 등 태고의 생명력 가득/고창 고인돌유적 2000여기 몰려있어 세계문화유산 등재/세계지질공원 오른 고창 병바위도 독특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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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

자연 훼손의 주범은 인류다. 온실가스 배출 등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빙하는 녹아내리고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열대 우림마저 개발 논리에 밀려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위대하다. 인간의 간섭이 사라진 자연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태초의 상태로 복원하는 리셋 장치를 작동한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운곡람사르습지가 대표적이다. 사람의 발길이 떠나자 초기화를 시작했고 오랜 시간을 거쳐 날것의 냄새와 강인한 생명력이 진동하는 무공해 자연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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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전기차.

◆ 신선한 생명력 가득한 운곡람사르습지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운곡람사르습지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자 전기차 한 대가 손님을 기다린다. 운곡람사르습지 입구를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이곳에서 운곡저수지를 거쳐 습지여행이 시작되는 운곡습지생태공원까지만 전기차가 운행된다. 걸어서 가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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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습지생태공원.

전기차에 올라타자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기 전날처럼 가슴이 설렌다. 태고의 생명력 가득한 습지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광활하게 펼쳐진 저수지와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초록의 나무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더하니 기분은 한껏 날아오른다. 10여분을 달려 습지생태공원에 도착하자 가을 향기가 가득하다. 생태놀이터, 생태숲길, 생태학습장, 습지홍보관, 생태둠벙, 나비곤충원으로 알차게 꾸며져 볼거리가 많다. 색이 바래도 운치 있는 수국이 가득 핀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습지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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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습지 탐방로는 총 네 가지 코스. 1코스(3.6㎞)는 1시간30분이 걸리며 고인돌 유적지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오베이골을 따라 운곡습지생태연못∼생태둠벙∼조류관찰대∼소망의종∼운곡습지생태공원에 이른다. 2코스(9.5㎞)는 운곡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3시간이 소요된다. 탐방안내소(친환경주차장)∼안덕제(가시연꽃 군락지)∼운곡서원∼운곡습지생태공원∼소망의종∼조류관찰대∼생태둠벙∼용계마을∼수변경관쉼터를 두루 거치는 코스다. 3코스는 가장 긴 10.1㎞로 3시간50분이 걸린다. 고인돌 유적지에 탐방안내소∼회암봉∼행정치∼옥녀봉∼호암재∼호암봉∼전망대∼백운재∼무재등∼화시봉 등 일대 주요 산봉우리와 능선을 지나 운곡습지생태공원에 도착한다. 4코스(10.1㎞)는 3시간10분 정도 소요되며 탐방안내소(친환경 주차장)∼용계리 청자요지∼굴치농원∼전망대∼인덕사 옛터∼물맞이폭포∼백운재를 거쳐 운곡습지생태공원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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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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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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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끼.

1코스는 생태공원에서 고인돌 유적지 방면으로 걸어도 된다. 조류관찰대를 지나자 길이 좁아지며 습지가 드디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고요하다. 들리는 건 이름 모를 새들의 재잘거림과 바람이 나무 이파리로 연주하는 사각거리는 소리뿐. 깊게 숨을 들이쉬자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정한 공기가 허파를 파고들며 도시에 찌든 몸을 원시 상태로 깨끗하게 정화한다.


습지는 사람 한 명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아주 좁은 나무 데크가 놓여 깨끗한 물이 찰랑거리는 습지를 관찰하기 좋다. 1시간쯤 걸으면 운곡습지생태연못을 만난다. 물 위에 노란 연꽃들이 떠 있는 환상적인 풍경은 마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정원에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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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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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람사르습지.

이곳은 과거 주민들이 개간해 계단식 논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1980년대 초부터 저수지의 물이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공급되면서 30년 넘게 폐경지로 방치됐다. 사람들이 떠나자 생태계의 놀라운 회복 과정이 시작됐고 본래의 산지형 저층 습지로 자연 복원됐다. 토양도 한몫한다. 이곳 토양은 유문암질 응회암 토양으로 물이 땅속 깊이 스며들지 않아 이런 습지가 유지된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이 보존돼 2011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고 전체 면적은 1797㎡다. 다양한 생태환경이 만들어져 희귀 야생 동식물이 살아간다.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수달, 황새, 삵, 구렁이, 새호리기, 가시연 등이 서식하며 어류 533개체, 양서·파충류 12종, 조류 611개체, 포유류 11종, 곤충 297종, 나비 22종이 습지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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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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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유적.

◆ 고인돌 볼까 병바위 볼까

고창에는 유네스코 유산이 대거 몰려 있다. 운곡습지를 비롯해 생물권보전지역(고창 전 지역), 세계자연유산(고창 갯벌), 인류무형문화유산(고창 판소리·농악), 세계기록유산(무장포고문 천도교중앙총부소장), 세계문화유산(고창 고인돌), 세계지질공원(고창 병바위)이다. 습지탐방로 1코스를 끝까지 걸으면 고창고인돌유적에 닿는다. 힘 좋은 장사가 산 위에서 거대한 돌덩어리들을 던진 듯, 완만한 비탈에 고인돌이 툭툭 놓인 풍경이 장관이다. 그 뒤로 황금 들녘이 펼쳐진 풍경을 보니 선사시대에도 고창은 인류가 모여 살기 아주 좋은 곳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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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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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유적.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으로 우리나라에서 3만여기가 발견됐고 그중 2000여기가 고창에 있다. 특히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군 죽림리 일원에는 500여기가 있어 우리나라 단일 구역으로는 최대 밀집도를 보인다. 특히 고창 고인돌 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게 군집을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죽림리,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 지어 분포됐고 탁자식, 기반식, 개석식 등 다양한 형태가 발견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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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병바위 드론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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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병바위 드론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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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바위는 자연이 조각한 신비한 작품이다. 강변 산자락에 마치 병을 뒤집어 놓은 형상의 거대한 바위가 툭 튀어나와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진다. 신선이 술에 취해 술상을 발로 찼는데 술병이 거꾸로 꽂혀 병바위가 됐다는 설화다. 보는 각도에 따라 사람의 얼굴 형상으로도 보인다. 사실 병바위는 유문암 주변의 풍화와 침식으로 형성됐다. 유문암은 주변의 화산력 응회암보다 단단하고 치밀해 차별적인 풍화작용이 진행되면서 이런 독특한 형태가 탄생했다. 가파른 수직 절벽은 수려하면서도 전형적인 타포니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2023.11.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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