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리턴즈',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컬처]by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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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작품성은 없다"며 '웃음'에 모든 것을 건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가 99분간 웃음 제습기를 가동해 관객들의 웃음기를 싹 말렸다. 별점을 줘야한다면 별 윤곽이 아깝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 정용기)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가 우연히 장씨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가족들이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두 사람의 결혼을 밀어붙이는 과정을 다뤘다.


줄거리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 1편과 맥을 같이 한다. 세부 설정에 변화가 있다지만 전반적으로 '리부트'라는 이름에 맞게 기시감이 든다. 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도, 유머 코드도 1편을 뛰어넘지 못하고 비속어만 늘었다.


일찌감치 '작품성이 없다'고 천명했다면 웃음이라도 있어야 미덕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이 영화가 MZ세대에 가까워졌다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웃을 수 있는 MZ세대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한 번은 웃기겠지'하는 기대가 무색하게 저 멀리서 누군가가 친 골프공에 맞아 눈을 뒤집고 쓰러지는 정준하, 골프채에 성기를 맞고 고통스러워 하는 추성훈 등 어처구니없는 몸개그들이 이어진다.


특히 김수미 캐릭터는 욕설의 강도가 관객의 웃음과 비례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듯 하다. 오장육부를 해부하듯 역하고 저속한 욕설을 등장할 때마다 내뱉는다. 이밖에 유라와 윤현민이 서로의 신체 부위를 터치하며 언급하는 성적인 대사 등 모든 개그 포인트가 지나치게 1차원적이고 불쾌함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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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아직도 이런 철지난 대사와 설정, 전개가 수많은 제작진의 거름망을 뚫고 모두의 승인을 거쳤다니, 이 불황에 손익분기점 약 100만이라고 알려진 거액의 제작비를 태워 극장까지 무사히 도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전개다.


정태원 감독과 배우들도 이 점을 우려하며 일찌감치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깎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은 "작품성 없다, 위대한 작품처럼 얘기하는 것도 우습다"고 기대치를 낮췄고, 정 감독은 "일반적인 작품과 같은 관점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있어서 만든 것이다"라고 방어벽을 쳤다.


소위 'B급 영화'로 알려진 작품들에 비유하는 것으로 보이나, 관객을 웃기는데 성공한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는 그 자체로 '웃음'이라는 목표를 통해 그 나름의 작품성을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도 저도 해내지 못한 '가문의 영광'이 살짝 비빈다고 묻어갈 수는 없는 영역이다.


심지어는 연출에 일관성도 없다. 전반부는 의미없는 욕설과 슬랩스틱으로 완성한 1차원 코미디에 치중했다면, 후반부는 코미디 포인트를 싹 걷어내고 두 주인공의 로맨스 서사에 공을 들였다. 소소한 웃음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스토리 완결성'을 지키겠다며 영화의 절반이나 목표를 잃은 상태로 허비한 것이다. '웃음' 하나 믿고 찾아온 관객을 배신한 장르 이탈이다. 당연히 개연성도, 기대할 연기력도, 건질 캐릭터도, 명대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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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20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2편에서 약 564만의 관객 수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2006년 3편(약 346만), 2011년 4편(약 237만), 2012년 5편(약 116만)까지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연달아 관객 수를 반토막 냈다. 시리즈 누적 관객 수 2000만명이라며 기대기엔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가문'을 추억할 마음까지 날려버리는 리부트다. '신저가'를 쓰게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100만도 성공이라는 극장가 불황에 '가문의 영광'의 존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걱정스럽다.


1만5000원도 무척이나 아깝지만, 그보다 귀한 것은 당신의 99분이다.


오는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

2023.09.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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