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

[여행]by 유별남

가을이 깊어 갈 즈음 한창 작업 중인 제주에서 자그마한 오름을 올랐습니다.

 

바람에 억새가 춤을 추며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그 순간, 나 홀로 이 자리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작은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다 내 것이 아니다.”

그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은 나만의 것이 아닌 참 많은 사람의 것인데 왜 난 나만 가지고 싶어 했을까? 난 많은 이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자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 순간은 다른 이도 즐길 수 있는,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었을 텐데…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삽니다. 나를 채우기 위해서, 그 욕심이 과해 다른 이를 밀치기도 합니다. 때론 시기와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내 것으로 만들려고.

 

같이 가지면 더 풍부해질 수도 있는데 우린 당장 내 앞에 있는 음식 한 그릇에 욕심을 냅니다. 조금 넉넉한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저 앞에 걷는 두 여인의 뒷모습이 이 사진을 더 흥겹게 만들수도 있다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

 

바람이 차가워지는 때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그 차가움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11월이기를 여러분께 권해봅니다.

본다는 것

앞끈다랑쉬오름 제주도

다큐멘터리 사진가 상산( 常山) 유별남

 

[이미지 원본 보기]

2017.11.06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채널명
유별남
소개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