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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한국 지주사는 왜 항상 저평가될까?

bySNEK – 경제를 더 재밌게!

Intro

지주사(Holding Company)는 다른 회사들의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다른 회사들을 지배하는 것은 이들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통해 실현되며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인 회사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지주회사란 개념이 국내에 소개된 지도 17년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1999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기 이전까지는 오히려 지주회사 제도가 금지되어 왔습니다. 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장치가 미흡했던 당시 재계 특성상 지주사 체제가 정립될 경우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며 2003년 LG그룹이 국내에서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정립하였고, 이후 200여 개가 넘는 지주사가 국내에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산총액과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에 따라 지주사 강제 전환 규정을 마련하고 있을 만큼 지주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지주사는 주로 가치합산법을 통해 평가됩니다. 각 지주사가 영위하는 별도의 사업이 있다면 해당 사업 부문의 가치를 산정하고, 지주사 차원의 보유 부동산 임대수익 혹은 브랜드 사용료 수취금이 있다면 해당 현금흐름을 DCF 모형을 통해 현가화하여 산출하여 합산한 뒤, 보유 자회사들의 지분가치를 합산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NAV(Net Asset Value)를 산정하고 이를 일정 부분 할인하여 적정 Valuation을 산출합니다.

시장의 많은 지주사들은 극심한 할인 상태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한진 칼과 같이 지분권 분쟁 등 특정한 외부 이슈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상장 지주사들은 장기간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아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기 5개 지주사의 NAV 대비 시가총액 할인율 추이를 보면 크고 작은 등락은 있지만 대부분의 구간에서 할인 거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지주사의 경우 단순 상장 자회사들의 지분가치 합산에도 못 미치는 시가총액으로 거래되고 있는 경우도 있을만큼 때에 따라 극심한 할인 평가 구간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대체 왜 지주사는 시장에서 이렇게 할인 거래되는 것일까요?

Reason 1 - 상장 자회사들의 지분가치 합산은 더블 카운팅 문제를 촉발

영업가치가 각각 1,000억 원인 상기 3사가 존재한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A사, B사, C사는 상장사로 서로 지분 관계없이 각각 영업가치 1,000억 원의 Value로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3사의 시가총액 합산은 3,000억 원이 될 것입니다.

위의 예시에서 해당 3사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여 A를 최상위 지주사, B사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사가 B사를 100% 보유하고 B사가 C사를 100% 보유하는 구조입니다.(상장사는 지분 분산요건을 준수해야 하지만 설명의 편의상 규정을 논외로 하고 설명하겠습니다.) 자, 이제 3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요?


지주사를 평가하고 있는 부분합산법을 대입하면 우선 C사는 기존의 Value대로 1,000억 원의 가치로 시장에서 평가될 것입니다. 반면 A사와 B사는 어떻게 될까요? 우선 B사는 B사만의 영업가치 1,000억 원을 Value로 인정받고, 추가로 1,000억 원 Value의 C사를 100% 소유하고 있으니 도합 2,000억 원의 Value를 NAV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A사는 어떻게 될까요? A사가 영위하는 영업가치 1,000억 원을 인정받은 뒤 2,000억 원의 Value를 인정받은 B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니 3,000억 원의 NAV가 산출될 것입니다.


할인 없이 NAV를 시가총액으로 직결시키면 3천억 원의 A사, 2천억 원의 B사, 1천억 원의 C사로 총액 6천억 원의 그룹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과 전환 후 각 사의 영업가치는 달라진 실질이 전혀 없는 데도 불구하고 3사의 도합 시가총액은 2배로 뻥튀기 되는 것이죠.


만약 A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 AA사라는 지주사를 추가로 만들어 상장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AA사가 별도로 영위하는 사업이 없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AA사의 NAV는 3천억 Value를 인정해 줘야 할 것입니다. 3천억 Value의 A사를 100%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NAV의 액면 그대로를 인정할 경우 AA사까지 포함하면 도합 9천억 원의 그룹사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업가치 3천억 원의 3사가 단순한 지분 놀음으로 시가총액 9천억 원의 그룹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들의 지분가치를 단순히 합산하여 시장에서 지주사의 저평가를 주장하기 힘든 이유는 상기 사례와 같이 더블 카운팅 이슈를 촉발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단순 지분 가치 합산에 따른 지주사 Value 산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할인 거래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Reason 2 - 지주사는 본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에 비해 수급상 열위

지주사 주식을 매입한다는 것은 해당 지주사가 영위하는 모든 영업 활동에 대한 투자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투자자가 상장된 모든 기업의 영업 활동을 모두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정보 제한에 노출됩니다.


지주사가 보유한 주요 자회사가 상장된 기업이라면 다양한 정보의 원천을 통해 비교적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정보 습득이 가능하지만 주요 자회사 중 비상장된 기업이 존재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해당 회사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비교적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를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며 지주사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높이게 됩니다.

또한 대다수의 한국 지주사들은 매우 다양한 산업에 걸친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화를 예로 들면 화약류 제조부터 도소매, 화학, 건설, 레저/서비스, 태양광, 금융까지 다양한 산업군 전반의 자회사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자들은 제한적 자본으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지수 ETF를 매입하는 투자자들도 존재하지만 각자가 잘 알고 있는 섹터나 각자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섹터의 특정 기업을 선택하여 선별적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선별적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에게 지주사는 과연 매력적인 주식일까요? 그들은 굳이 한화가 영위하는 모든 사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화학 제조업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상장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나 한화 시스템을 매입하면 될 것이고, 보험업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는 상장된 한화생명보험이나 한화손해보험을 매입하면 될 것입니다.


굳이 태양광이나 건설사 등 그들이 잘 모르고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사업에 투자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이처럼 지주사는 투자자들의 선택적 측면에서도 각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에 비해 열위에 서게 됩니다. 특히 매력적인 비상장 자회사를 시장에서 매입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모회사를 매입하던 투자자들이 정작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모회사 대신 자회사를 매입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모회사의 할인 폭은 깊어지기도 합니다.

에코프로가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에코프노는 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유해가스 및 온실가스 저감 장치를 제조하여 납품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자회사로 2차 전지용 양극활 물질을 제조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에코프로비엠 상장 이전에 에코프로는 본업인 가스 저감 장치보다는 성장 가치가 큰 비상장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에 대체 투자안으로 선택을 받아왔습니다.


비상장사였던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하고 싶은 시장 참여자들이 어쩔 수 없이 상장된 모회사인 에코프로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하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하여 왔던 것이죠. 하지만 에코프로비엠이 상장을 하게 되면서 에코프로는 그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이제 2차전지 양극활 물질의 성장성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비엠에 직접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죠.


투자자들의 이러한 선택적 투자는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가치에 대한 할인 요소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투자자들이 지주사 대신 매력적인 상장된 자회사를 선택적으로 투자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인 것이죠.

Reason 3 - 부실 자회사를 위한 재무 지원 부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모든 자회사들이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며 아무런 노이즈 없이 장기간 영속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각 지주사들에겐 꼭 더 아픈 손가락들이 존재합니다.


더 아픈 손가락이 탄생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룹사의 중추적 영업 가치를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이거나 혹은 승계 구도상 포기할 수 없는 Key 역할을 하는 자회사가 그러한 손가락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쉽사리 사업을 중단하기에는 투입한 자본이 너무나도 크고 매각이 난망하여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추가 자본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고 미래 업황을 잘못 판단하거나 정부의 갑작스러운 규제 등도 더 아픈 손가락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두산은 극심한 재무구조 부실에 노출되며 알짜 자회사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두산 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였던 두산건설의 부실화에 따라 대규모 현금 및 현물 출자로 재무 지원을 지속했지만 결국 재무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고, 2010년부터 그룹사 차원에서 2조 원을 지원했던 두산그룹은 결국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부실에 따라 미래 사업 전략의 중추를 담당했던 두산솔루스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되었습니다.


각 자회사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면 지주사의 자금 지원 없이 자구적인 CAPEX 집행과 배당을 실행할 수 있겠지만 영업 환경이 악화될 경우 지주사는 해당 자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자금 대여를 집행하는 등 재무 지원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됩니다.


자회사가 재차 안정적인 영업 환경으로 복귀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영업 환경 반전이 늦어지거나 해당 자회사가 더 극심한 불황으로 빠져들 경우 모회사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불안정한 현금흐름은 지주사의 가치를 할인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룹사 내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는 상장 자회사를 매입하는 것이 불안정한 현금흐름의 지주사를 매입하는 것보다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onclusion

지주사는 시장에서 어떤 수준의 할인 폭을 적용해야 한다는 특정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산출된 NAV에서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다양하게 지주사의 Value를 산출하고 있지만 해당 할인율이 어떠한 논리 과정을 통해 산출된 것이며 그 과정에 과연 날카로운 논리가 담겨있는지 모두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주사가 왜 할인 평가될 수밖에 없는지를 다양한 방면으로 주장하는 진영도 존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의 상장된 지주사들에 비해 한국 지주사들의 할인 평가는 그 논리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할인폭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진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 내 지주사의 할인 평가는 장기간 시장에서 지속되고 있으며, 사유는 상기 열거한 것들을 포함해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할인 평가에 장기간 동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한국의 지주사 할인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러한 할인 평가는 장기간 지속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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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마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