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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구독 경제에 숟가락 얻는 'Apple (AAPL)', 그러나 명확한 한계점

bySNEK – 경제를 더 재밌게!

요약

  1. 애플, 2020 회계년도 Q3 실적 발표. 월가 애널리스트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주가는 지붕 뚫고 하이킥
  2. 주가 성장의 주인공: 아이폰 SE, 자사주 매입
  3. 주가도 사상 최고치, 우리의 부푼 마음도 사상 최고치. 애플은 앞으로도 보여 줄 수 (deliver)있을까?

Apple Garosu-gil

대한민국 최초이자 마지막 공식 애플 스토어, Apple 가로수길. 필자의 친구는 4세대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되자 12.9형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 매일 새벽에 이곳 앞에 줄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베블런 효과 (주의: '배부른' 효과가 아니다, Veblen 아저씨가 처음 고안한 이론이다)란 말이 있는데, 경제가 좋던 나쁘던 '유한한' 부유계층이 있고, 그러한 부유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력을 드러나기 위해 일부러 비싼 가격의 물건을 구매하고, 가격이 비쌀수록 그러한 유한 부유계층에서의 수요가 늘어나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그런 이론이다.

Counter Point Research

2018년 2분기 애플 iPhone의 ASP(평균 판매 단가)를 보면 경쟁자인 삼성, 화웨이 등의 Android 제조사의 그것보다 약 3배가 뛰어넘는 가격을 자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권장 판매 가격이 아닌, 통신사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단가를 집계하는 것으로, 각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마치 강남도 살기 좋고, 은평도 살기 좋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가격 수준은 다른 것 처럼 말이다.


위의 표를 봤을 때, 애플은 베블런 효과에 수혜를 보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안타깝게도, 전혀 수혜를 보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 많은 아이폰을 저 가격에 팔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1. 아이폰 SE, 하드웨어 매출의 구원투수

Apple 공식 홈페이지

애플은 베블런 효과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기업으로, 비싼 아이폰을 만들면 만들수록 이익을 보는 기업이 아니었던가? 3월에 발표된 아이폰 SE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Apple의 최신 칩셋인 A13(갤럭시 S20 보다 빠르다!!) 이 들어가고, 아이폰 8의 폼팩터를 가져와서 원가절감을 꾀했다. 카메라도 하나뿐이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한다.


애플은 규모의 경제에 능한 기업으로, 압도적인 구매량을 바탕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평균 2억 대 이상을 파는 애플 입장에서는, '고급' 아이폰을 팔기 위해선 수량 기준으로 많이 팔릴 '보급형' 아이폰 또한 만들어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는 뜻이다.

©Ryunsu Sung, Apple Form 10-Q

필자가 자체 제작한 표에 따르면, 애플의 2020 회계연도 3분기(양력 달력 기준 2분기) 전체 매출액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9%였다. 하드웨어가 9.9%가 상승했고, 서비스가 14.8% 상승했을 때 나온 결과로, 아직 애플의 매출액 상당 부분은 하드웨어 판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iPhone Revenue'를 언뜻 봤을 때, 전년 동기 대비 겨우 1.7% 증가한 수준으로 제목에 나온 것처럼 과연 '구원투수'라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2019 회계연도 3분기 아이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가까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때, '보급형' 올해 3월 아이폰 SE의 출시가 매출 감소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생각된다. 사실 아이폰 SE의 시작가는 $400 수준으로, 진정한 보급형에 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폰 중에서는 그나마 대중적인 가격대이고, 많은 예전 아이폰 사용자들이(6, 6s, 7, 8 등) 업그레이드 하기 용이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 (외관이 동일하지만, 성능과 카메라가 대폭 업그레이드) 그쪽의 수요를 끌어온 것으로 생각된다.


iPad의 매출 성장률 또한 경이로운 수준인데, 지금껏 애널리스트들이 '태블릿의 시대는 갔다'라는 걸 천명했음을 기억할 때 더욱더 놀랍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매출 신장은 1) 신형 아이패드 프로의 출시 2) COVID-19로 인한 가정용(소파용) IT 기기의 매출 증가로 수혜를 받은 것으로 추측되며, 따라서 일회성일 확률이 높다.

  1. '애플, 아이패드와 서비스에 힘입어 중국에서 성장 이끌어내' CNBC

위 CNBC 기사에서는 애플이 중국에서 역대 최고의 아이패드 매출과 서비스 성장, 그리고 2020년 1분기 중국의 셧다운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아이폰 매출이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걸 간략하게 설명한다.

2. 떨어지는 하드웨어 마진; 서비스, 네가 그러고도 서비스야?

©Ryunsu Sung, Apple Form 10-Q

위에서 보았듯 아이폰을 비롯해 대부분의 하드웨어 제품의 매출이 늘었으나, 마진은 3년 전 대비 3%나 줄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아이폰 매출은 늘었으나 늘어난 매출의 대부분이 상당 부분 아이폰 SE로 발생되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아이패드, 맥의 판매 또한 늘었지만 마진율이 계속 떨어진다는 것은 고가 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업 판매 비중이 더 높다고 풀이된다. 어쨌든, 애플이 베블런 효과를 보기에는 이미 판매량이 너무 많은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조사보다는 훨씬 더 높은 마진율을 자랑하긴 하지만.


애플은 2019 회계연도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하드웨어 부문 매출의 일부를 '서비스' 매출로 잡겠다고 밝혔다. 아니 아이폰은 분명히 하드웨어인데, 그걸 어떻게 서비스 매출로 잡을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아이폰을 쓸 때 기본으로 들어가있는 그러나 아무도 안 쓰는 애플맵, 시리, 무료 iCloud 5GB 등의 서비스들이 있지만 따로 돈을 받고 파는 건 아니니, 아이폰을 팔 때 그러한 서비스도 같이 돈을 받고 파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700짜리 아이폰을 샀는데, 사용자는 아이폰을 $700 주고 샀지만 애플은 $600은 아이폰 하드웨어 매출, $100은 서비스 매출로 잡는 식이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서비스 매출의 성장은 하드웨어 판매댓수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플은 매출액의 25% 가까이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을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보고하지 않는다. 그래서 얼마만큼이 하드웨어 매출을 떼온 것이고, 애플 뮤직이나 TV+ 같은 자체 서비스 인지, 아니면 앱스토어 수수료 매출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저가형 아이폰, 아이패드, 맥이 많이 팔려도 애플 입장에선 서비스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현재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즉, 앞으로도 하드웨어 마진은 낮게 유지되고, 서비스 마진은 높게 유지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회계기준이 애플의 사업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3. 지속적인 현금 유출

한해 매출 300조 원에 영업이익으로만 60조 원을 가까이 내는 애플이 지속적으로 현금 유출 일어나는 회사라고 말한다면 믿으시겠나? 사실 애플이 흔히 말하는 이익은 나지만 현금이 유출돼서 흑자 부도가 나는, 그런 케이스는 아니다. 오히려, 애플은 '의도적으로' 현금을 소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할 수 있다.

The Motley Fool

2017년 초반 거의 200조에 가깝던 순현금은(현금성 자산-채무성 자산) 2019년 초에 약 140조 원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애플은 중장기적으로 'Net Cash Neutral' 포지션을 갖겠다고 말했다. 직역하면 순현금 중립 상태라는 뜻인데, 그냥 깔끔하게 말해서, 순현금을 0원으로 맞추겠다는 말이다.

Apple Form 10-Q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번 분기 순이익이 약 13조 원가량 되었고, 배당금으로 약 4.3조 원을 지출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말로 흥미로운 점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자사주 매입, 약 19조 원을 집행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이런저런 지출로 나간 현금이 더 많았고, 이로써 이익 잉여금은 전년 동기 약 64조 원 수준에서 현재 28조 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여기서 시사할 수 있는 점은 애플이 '순현금 중립' 포지션에 가까워짐에 따라, 주가는 점점 올라갈 것이고, 살 수 있는 주식의 비중은 줄어들 것이란 것이다. 즉, 순현금 중립이란 목표를 위해 현금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더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4. 단기적 버블, 장기적 기업가치 훼손

Google Finance

1년 전만 해도 $200가 채 안 되던 애플의 주가는 현재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애플의 임원진들이 급여의 대부분을 주가 연계형 성과급으로 받는다는 걸 감안할 때, 팀 쿡과 SVP들은 올해 두둑한 보너스 잔치를 벌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과연 버블인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애플의 실적에 있다. 2019 회계연도 기준 순이익이 2015 회계연도 보다 약 4% 정도 올랐는데, 같은 기간 동안 주가는 4배 올랐다. 물론 무자비한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EPS(주당 순이익)은 올랐으나, EPS가 오르는 속도보다 주가가 오르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기에 현재 PER은 33배 수준이고, 이는 2015년의 평균 10배 수준보다 3배나 높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애플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애플이 안 좋은 회사여서가 아니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버블로 인해 올라간 주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현재 시장 환경과 애플의 자사주 매입 정책이 계속되면서 상승 추세를 이어나갈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환경이라면 현재 순현금이 많고 애플보다 자사주 매입 여건이 더 좋은 회사가 있기 때문에 그런 회사에 투자를 고려하시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