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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김호이의 사람들

이태선 밴드 이태선이 개콘 개그맨들에게 하고 싶은 말

by아주경제

지난 21년간 매주 일요일 밤, 지친 한주를 마무리하며 재충전하는 활력소 역할을 해줬던 KBS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 6월 26일 종영했다. 개그, 음악, 방청객의 리액션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청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았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취향 변화와 미디어 발달 등의 영향으로 쓸쓸한 퇴장을 맞은 셈이다.


21년간 개콘 무대 한쪽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개그맨들을 지켜봐 온 이태선 밴드의 이태선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경제

Q. 20년 넘게 함께한 개콘이 끝났습니다. 무대를 떠난 PD나 개그맨들과 달리 이태선 밴드는 항상 그 자리를 지켜왔는데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A. 오래했던 게 끝났으니까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죠. 그렇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으니까,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걸 발판 삼아서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을 많이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방송 때 오랜만에 엔딩 음악을 한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어요. 개콘 1회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된 1999년에서 21년이 지난 2020년, 우리의 음악으로 개콘을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컸어요.


Q. 이태선이 생각하는 개콘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A. 아무래도 관객이 제일 많이 왔을 때죠. 2004년부터 2015년까지였던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웃음의 코드가 대중들에게 어필이 돼서 인기가 좋았거든요.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모든 걸 다 볼 수 있으니까, 당연히 공중파 방송은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웃음에 대한 깊이와 공중파에서의 제약성 때문에 연기자들이 더 깊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을 거예요. 저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보고, 거기에 몸담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은 퇴색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그들이 무엇을 해도 지금 같은 노력과 열정이 있으면 어디서든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이태선 밴드도 개콘이라는 프로그램을 20년 넘게 했지만 그걸 하면서도 각자의 일들에 충실해왔거든요. 연출진들도 많은 프로그램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사람이니까 요즘 젊은 트렌드에 맞게 다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Q. 21년을 함께한 개콘은 어땠나요?

A. 인생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유아기(개콘 초창기)부터 시작해서 많이 성숙되고 경험이 쌓여 노인이 된 느낌으로, 인생의 흐름처럼 흐른 것 같아요. 사실 십여 년 전만 해도 트렌드 간격이 길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짧아졌어요. 그런 문화적 트렌드는 사회적 문화의 성장과 같이 간다고 봐요. 산업적으로 문화가 발전하면 당연히 소프트웨어적인 문화도 같이 발전하고 변화되거든요. 요즘에는 스마트폰 종류도 몇 개월에 한번씩 바뀌는데 그런 면으로 봤을 때 개콘은 오래간 거죠. 개콘 내에서도 연출진들이 포맷을 바꾸겠다고 했을 때 저도 동의했어요. 그게 우리가 내려오기 2년 전인 2017년쯤이었어요. 제일 중요한 게 관객이거든요. 꽉 차서 통로에 앉을 때도 있었는데 점점 관객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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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태선에게 개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개콘은 청춘이에요. 39살에 개콘을 시작했는데 지금 60살이거든요. 오래했죠. 개콘 무대에 오를 때마다 ‘우리가 또 개콘의 한 회를 해내는구나’라는 만족감과 오늘도 변함없이 여기 와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늘 갖고 있었어요. 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참여를 한다는 자체가 좋았지, 목적이나 목표가 있어서 한 건 아니었어요.


Q. 이태선 밴드는 어떻게 결성됐나요?

A. 1991년도에 KBS에 ‘청춘스케치’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각 대학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장기를 발표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백재현, 송은이, 김숙, 김태식, 이병진 같은 개그맨들이 아마추어 입장에서 대중 앞에 나왔거든요. 그 프로그램의 밴드를 이태선 밴드가 맡아서 진행했어요. 그렇게 해서 이태선 밴드가 생겼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보다 더 전인 1988년도에 방송했던 ‘한바탕 웃음’, ‘유머1번지’라는 개그 프로그램에도 밴드로 가끔 나갔었어요. 제가 KBS 관현악단 단원이었는데 단장님께서 배려를 해주셔서 방송에 함께 할 수 있었고, 1995년도에 KBS를 퇴사하면서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다가 1999년도에 개콘을 한 거예요.


Q. 얼마나 많은 곡들을 연주했나요?

A. 3000곡 이상은 했던 것 같아요. 무대에 서기 위해서 연습은 많이 안했어요. 그 정도는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 악보 그려놓고 한 두 번 맞춰보기만 했어요. 다만 저작권협회에 저작권 등록이 됐는지 문의했더니 연주시간이 너무 짧아서 저작권 등록은 안됐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개그맨들과 일을 한 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모든 개그맨들이 다 좋았어요. 사적으로 내가 힘들었을 때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그들과 참 오래했었기 때문에 감정선이 좋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밴드 구성원들이 각자의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요. 오케스트라 개념의 팀을 만들어서 자선공연 등을 모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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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태선이 생각하는 개콘스럽다는 건 뭔가요?

A. 마음속에 있는 즐거움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게 개콘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콘 PD 중에 절반 이상이 굉장히 똑똑하고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었어요. 개그의 맥을 알아서 깊은 웃음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모두들 존경해요.


Q. 가장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개그맨이 있는지,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 중에 아쉬운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한 두명을 꼽기 힘들 정도로 거의 다 많이 성장했어요. 굳이 꼽는다면 박준형, 김병만이에요. 일단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끼를 가지고 개콘 이외에서도 역량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잖아요. 저 역시도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2015~2018년 사이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 똑똑하고 정말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개콘의 명성이 낮아지다 보니까 덜 알려진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저는 모두에게 박수쳐주고 싶어요. 옆에서 봤지만 정말 열심히 했어요.


Q. 마지막 무대에서 개그맨들이 어떤 말을 해주던가요? 또 21년을 함께 한 개그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너무 반갑다, 끝을 같이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저는 "너희들은 최고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사실은 출연자보다는 스태프에 가까웠었는데 그래도 같이 공연을 하고 어쩌다 한 번씩 개그도 하면서 많이 알아봐주세요. 20년 넘게 같이 하면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그걸 인정해주시는 시청자 분들이 너무 감사해요. 우리는 개콘을 떠나서 각자의 음악 활동을 하지만 개그맨들이 자기 본업에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본업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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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coby1@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