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과잉된 이미지가 난무한 이 영화, 그래서 외면받았나?

[컬처]by 알려줌

<비스트> (The Beast, 2018)

영화 <비스트>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NEW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의 정보원인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의 살인을 은폐하는 대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얻은 인천 중앙 경찰서 강력 1팀 형사 '한수'(이성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범인을 검거하는 강력반 이인자이자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와 수시로 대립한다. '한수'를 견제하던 '민태'는 '한수'의 살인 은폐를 눈치채면서 기회를 엿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비스트>는 살인마를 잡을 단서를 얻고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와 이를 알게 된 라이벌 형사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로 언급될 수 있겠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작품은 개봉 첫날 '문화가 있는 날' 특수까지 이용했음에도, 상업영화로는 처참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개봉 첫 주말 누적 17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그치고 말았다. 손익분기점 달성과는 사실상 거리가 멀어진 가운데, 각종 인터넷 평점 사이트에서도 비판을 넘어선 조롱이 가득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흥미로운 시놉시스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대결이 등장함에도 관객에게 외면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서사 구조, 그리고 그 서사 구조를 메우기 위한 '과잉된 이미지'다. 130분이라는 러닝타임에 이 작품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았다. 중심 뼈대는 앞서 언급한 '한수'와 '민태'의 승진 경쟁이겠지만, '한수'의 오랜 정보원이자 레드 바를 운영하는 '오마담'(김호정)처럼 형사들과 무언가 공생관계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인물들의 서사가 충분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주요 인물의 감정이나 대결 구도에만 집중해 배경 설명을 크게 생략해버렸기 때문에 "왜 이런 상황이 펼쳐지지?"라고 물음표를 관람 내내 할 수밖에 없어진다.

 

머리 안에 물음표의 공간을 자리 잡지 않게 위해서인지, 작품은 시종일관 레드와 블루로 이뤄지는 색채의 조명을 사용하거나, 15세 등급 한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등 '과잉적 이미지'를 집어넣었다. 모그 음악감독이 작곡한 스코어도 드라이하면서 오싹한 음악, 긴장감을 유발하는 비장한 음악으로 이뤄졌다. 화면 구성 역시 독특한 미장센이나 구도를 통해 원작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2004년)보다 더욱더 '프렌치 누아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과잉적 이미지의 연출 스타일은 이정호 감독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베스트셀러>(2010년), <방황하는 칼날>(2013년)도 과잉된 인물의 이미지가 드러났던 작품인 만큼, <비스트>도 자신만의 '뚝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방황하는 칼날>도 좀 더 감정적인 각색을 통해 만들어졌던 결과물로, 국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까지 했다.

 

이러한 감독의 '뚝심' 자체를 무어라 말하고 싶진 않다. 적어도,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더욱더 그렇다. 이 감독은 "스릴러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르다"라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두 인물의 감정 변화를 주목해달라"라고 밝혔다. 이 영화에서 "인간은 누구나 가슴 속에 한 마리의 '짐승'을 가지고 있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아무래도 작품 속 '한수'와 '민태'가 변화하는 모습이 '인간'이 아닌 '짐승'인 '비스트'가 아닐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흔히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라는 말을 던지는데, '인간'과 '비스트'는 생각해보면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비스트>는 그런 확고한 메시지를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막을 내린다. 차라리 넷플릭스로 만들어지는 8부작 드라마였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주요 인물들의 전사나 서사가 잘 전달됐더라면 어땠느냐는 아쉬움이 있었다. 난해한 이미지가 가득 찬 영화라는 감상평 때문에, 공교롭게 2년 전 이맘때 개봉했던 <리얼>을 떠올린 관객도 있었는데, 그나마 <리얼>과 달리 '기승전결'이 있었다는 점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비스트

 

감독 : 이정호
출연 :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최다니엘
개봉 : 2019.06.26.

2019/06/27 CGV 목동

글 : 양미르 에디터

2019.07.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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