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내용, 하지만 이거 하나는 각 잡고 본 영화

[컬처]by 알려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Deliver Us From Evil, 2020)

출처 :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CJ 엔터테인먼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홍원찬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이자, 제68회 칸영화제 심야상영 진출작인 <오피스>(2015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직장 생활의 디테일을 살린, 호러 스릴러와 사회 고발물의 줄타기를 타던 아이디어만큼은 참신했다.


몇몇 장면에서 캐릭터들의 깊이감이나,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적어도 지니고 있던 무기는 계속해서 밀고 간 영화였다. 그렇게 약 5년 만에 돌아온 홍원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오피스>가 지닌 장단점을 고스란히 이식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테이큰>(2008년)과 <아저씨>(2010년),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익스트랙션>에 이르기까지, '하드 보일드 범죄 액션' 영화가 지닌 '전통'을 계승한다. 좋게 말하면 계승이고, 나쁘게 말하면 기시감으로 가득 찬 진부한 영화인 것.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인남'(황정민)으로 대변되는 부성애와 '레이'(이정재)로 상징되는 형제애가 부딪치면서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에 나오는 두 남성은 '법적 효력을 지닌' 아버지도, 동생도 아니라는 것은 흥미롭다.


'인남'은 태국에서 옛 연인(최희서)이 낳은 딸을 납치 조직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레이'는 형으로 따르던 '야쿠자 보스'를 제거한 '인남'을 잡기 위해 '피의 레이스'를 펼쳤던 것. 일본, 한국, 태국으로 이어지는 두 남자의 대결과 탈출 서사는 어느 정도 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서사로 펼쳐진다.


그 대결에서 종종 몇 장면은 상식과 개연성을 일부 파괴한 느낌을 준다.(가장 납득하기 힘들었던 대목은 카 체이싱에서 보이는 '방탄 캐리어'나, '정확히 자동차만 뒤집을 정도만 터져지는 수류탄 장면'이 있다) 어쩌면 그 개연성은 일부러 극의 긴장감을 올리기 위해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는 어떤 것을 인상 깊게 봐야 할까? 보통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혹은 '배우의 열연이 빛났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홍경표 촬영감독의 작품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물론, 감독과 배우를 깎아내리려는 발언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홍경표 촬영감독의 역량이 뛰어났다는 이야기.


<버닝>(2018년), <기생충>(2019년)으로 2년 연속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촬영상을 받은 홍경표 촬영감독은 색감 있는 연출과 탁월한 미장센 포착으로 극의 때깔을 확고히 높여준 바 있다. <버닝>의 춤 롱테이크나, <기생충> 속 선을 넘거나 지키는 인물의 모습이 그 예였다.


이론 수업을 들었거나, 이론서를 읽어봤다면, 시네마스코프 비율은 보통 인물의 감정을 살리기보다는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은 시네마스코프 비율에서 인물의 감정을 완벽히 살려냈다.


'인남'과 '레이'의 표정이나, 대사를 포착하는 카메라 화각은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일등 공신이었다. (당연히 그 무료하고, 고단한 감정을 연기한 배우의 힘도 한몫을 하는 대목들이다) 눈여겨볼 포인트는 가운데 구분선을 두고 철저히 대칭으로 이뤄진 화면에서 나오는 인물 간 대사나, 그 촬영 구도였다.


'시네마스코프'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인물의 클로즈업보단, 주변 배경까지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상영 포맷이다. 일본에서 '인남'과 '인남'에게 마지막 임무를 의뢰하던 브로커 '시마다'(박명훈)와의 대화 장면부터, '인남'과 태국 부동산 중개업자 '한종수'(오대환)의 대화, 그리고 '인남'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유이'(박정민)의 장면 등은 대부분이 대칭 구도로 인물 간 대사가 전개된다.


그리고 그 좌우로는 일본과 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미장센을 꺼내둔다. 일본과 한국의 차가운 분위기, 태국의 노르스름한 분위기로 연출된 색채는 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액션 장르물에서 액션의 타격감을 잘 잡아내지 못했다면, 이 작품을 홍경표 촬영감독의 영화라고 할 수는 없었을 터. 스스로 전작 <기생충>보다 동적인 장면이 많았다고 밝힌 홍경표 촬영감독은 "공간에 따라 액션 스타일이 변화되는 부분을 살리기 위한 동선 구성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언급했다.


홍원찬 감독은 초반부 암살 시퀀스에서 나오는 근접전부터, 조금씩 난도와 규모를 올려서 연출했다. 일대다수의 칼싸움, 일대일 맞대결, 그리고 총기류가 등장하는 총격 액션과 카체이싱까지.


이를 위해 홍경표 촬영감독은 촬영 내내 짐벌을 장착하면서 배우들의 동선을 쫓아다니는 근접 촬영을 펼쳤다. 그래서 '인남'과 '레이'의 첫 맞대결은 '본 시리즈'의 그것을 보는 만큼 흥미로웠다. 특히 '슬로우 슬로우 퀵 퀵'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연출이 종종 펼쳐지는데, 이는 프레임을 나눠 촬영하는 스톱모션 기법을 차용한 것이다.


<리얼>(2017년)에서도 나왔지만, 단순 곡예처럼 보였던 것과 달리 배우들의 실제 액션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사용한 좋은 선택이었다. 또한,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 한 테이크로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한 후, 최소한의 컷을 통해 '눈속임 없는' 연출을 선보인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2020/07/28 CGV 용산아이파크몰

글 : 양미르 에디터

2020.08.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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