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 하나 믿고 걷는 다리라고요?"… 폭 30cm·길이 150m, 입장료까지 무료인 힐링 명소
경북 영주 무섬마을엔 내성천 위로 아찔하게 놓인 ‘외나무다리’가 있다. 폭 30cm, 길이 150m의 좁은 통로 하나로 마을과 세상을 잇던 조선의 길.
영주 무섬마을에서 만나는 조선의 하루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복현 |
깊어가는 가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경북 영주에 자리한 한 전통마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바로 내성천 위에 섬처럼 떠 있는 ‘무섬마을’이다. 옛 조선 사대부 가옥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30여 년 전까지 마을과 외부를 잇던 외나무다리까지. 마치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매년 10월에 열리는 무섬외나무다리 축제 기간엔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
무섬마을은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234번길 31-12에 위치한 전통마을로, ‘무섬’이라는 이름 자체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물수리’에서 유래했다.
마을의 삼면을 감싸듯 흐르는 내성천은, 이곳을 마치 고요한 섬처럼 보이게 만든다. 지형이 중국 섬계 지역과 비슷하다 하여 ‘섬계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현재 마을에는 약 40여 채의 전통가옥이 남아 있으며, 이 중 30여 채는 조선 후기 사대부가의 가옥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그중 100년이 넘는 고택도 무려 16채에 이르러, 마치 조선시대에 타임슬립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견뎌온 무섬마을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축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무섬마을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단연 ‘외나무다리’다. 길이 150m, 폭 30㎝. 긴 장대 하나에 의지해 건너야 하는 아찔한 이 다리는, 한때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수도교가 설치되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은 이 좁은 다리를 통해 내성천을 건너 밭일을 다녔고, 장마철이면 다리가 물에 휩쓸려 매년 새롭게 설치해야만 했다.
현재의 외나무다리는 과거 그 모습 그대로 재현된 것으로, 마을 주민들과 출향민들이 뜻을 모아 350여 년 전의 원형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매년 가을이면 ‘무섬외나무다리 축제’가 열리며, 올해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이 외나무다리를 실제로 건너보는 체험. 직접 다리를 건너며 과거 조상들의 삶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은, 단순한 구경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 된다.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노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
무섬마을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전통한옥체험이다.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100년 넘은 고택에서 실제로 숙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짜 ‘조선의 하루’를 체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체험 공간으로는 김욱 가옥, 김천한 가옥, 김태길 가옥 등이 있다. 이들 가옥은 전통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처마 끝에 맺힌 이슬, 마루를 타고 흐르는 바람소리까지도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현대적인 편의시설은 최소화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 불편함 속에서 한옥의 정취가 더욱 짙게 다가온다.
무섬 문화촌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다도 체험, 전통놀이, 고가옥 해설 투어 등은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가족 여행객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된다.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걷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무섬마을은 단지 옛 건물이 남아 있는 마을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 년을 이어온 삶의 흔적이자,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삶의 방식이다.
내성천을 따라 흐르는 시간, 외나무다리 위를 걷는 순간, 그리고 고택 마루에서 느끼는 바람 한 줄기까지. 그 모든 것이 곧 무섬마을의 역사이자 현재다.
올가을, 어디론가 특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을 추천한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는 곳, 언제든 조용히 찾아가 조선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곳. 한 번쯤은 꼭, 걸어봐야 할 다리가 그곳에 있다.
문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