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까지 위협했던 명차"... 너무 잘 만들어 '실수'라고 불렸던 국산 프리미엄 세단

2008년 출시된 현대차 제네시스(BH)는 ‘독일차의 절반 가격에 독일차를 잡겠다’는 목표로 등장했다. ‘실수로 너무 잘 만든 차’로 불린 BH는 지금도 중고차 시장의 가성비 제왕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 1세대 제네시스(BH) 재조명

중고차 시장의 ‘가성비 제왕으로 급부상

독일차 잡겠다고 나왔던 국산 명차

현대차 제네시스(BH)

현대차 제네시스(BH) / 사진=현대자동차

2009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해의 ‘북미 올해의 자동차(NACOTY)’ 최종 수상자로 ‘현대 제네시스’가 호명된 순간이었다.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아닌, 대중차 브랜드 현대자동차의 로고를 단 후륜구동 세단이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거머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변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이 ‘가성비’의 굴레를 벗고 ‘가치’로 세계와 경쟁할 수 있음을 증명한, 모든 것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현대차 제네시스(BH)

현대차 제네시스(BH) / 사진=현대자동차

모든 전설의 시작은 무모한 도전에서 비롯된다. 2008년, 현대자동차는 ‘독일차를 뛰어넘겠다’는 선언과 함께 1세대 제네시스(BH)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장 4,975mm, 전폭 1,890mm, 전고 1,480mm의 당당한 차체와 휠베이스 2,935mm가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비례감은 기존 국산차와는 궤를 달리했다.


당시만 해도 국산 대형 세단은 전륜구동 기반의 안락한 쇼퍼 드리븐 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제네시스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파괴했다.

현대차 제네시스(BH) 실내

현대차 제네시스(BH) 실내 / 사진=현대자동차

BMW와 벤츠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후륜구동(FR) 플랫폼을 독자 개발하고, 그 위에 강력한 V6 람다 엔진(3.8리터 기준 최고출력 290마력)과 국산 최초의 V8 타우 엔진(최고출력 375마력)을 얹었다.


대배기량 엔진에도 불구하고 공인 연비는 리터당 9.0km(3.8 모델 기준) 수준을 기록했으며, 차체 전후 무게 배분을 고려한 멀티링크 서스펜션, 알루미늄 합금 부품 사용 등 설계부터 주행 성능까지 모든 기준을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췄다.

현대차 제네시스(BH) 실내

현대차 제네시스(BH) 실내 / 사진=현대자동차

혁신적인 설계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가격이었다. 2008년 당시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의 가격이 7~8천만 원대를 훌쩍 넘었던 반면, 1세대 제네시스(BH)는 V6 3.8L 모델을 4천만 원 후반대에, 그것도 렉시콘 오디오,


고급 가죽 시트 등 모든 편의사양이 포함된 가격으로 제공했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의 가격 패러다임을 뒤흔든 파괴적 가치였다.


‘독일차의 절반 가격에 독일차와 경쟁하는 차’. 이 한 문장이 BH의 성공 신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독일 현지에서조차 “실수로 너무 잘 만든 한국차”라는 찬사가 나왔고, 글로벌 누적 판매 40만 대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현대차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현대차 제네시스(BH)

현대차 제네시스(BH) / 사진=현대자동차

물론 완벽해 보이는 전설에도 성장의 아픔은 존재했다. 당시 현대차의 경험 부족은 내비게이션, 센서 등 초기 전자장비의 잦은 고장으로 나타났다. 일부 차량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하체 소음이나 엔진 오일 소모, 미션 충격 등의 문제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오너들은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성능과 품질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BH의 압도적인 가치를 인정했다.


시간이 흘러 2025년, 1세대 제네시스(BH)는 단종되었지만 그 가치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불과 수백만 원대에 거래되는 BH는, 10여 년의 세월이 무색한 정숙성과 강력한 주행 성능, 풍부한 편의사양으로 ‘가성비 제왕’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BH)

현대차 제네시스(BH) /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BH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따로 있다. BH의 성공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G80, GV80의 성공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BH가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 올린 신뢰와 명성은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자산이자 명분이 되었다. ‘실수’처럼 보였던 위대한 도전은, 결국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를 바꾼 가장 위대한 ‘필연’으로 기록되고 있다.


김지호 기자

2025.10.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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