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일 땐 안 팔리더니"... 단종 이후 50대 아빠들 '싹쓸이' 나선 SUV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단종 후 중고 시장 ‘역주행’V6 디젤 엔진 – 프레임바디 동시 제공 ‘유일 모델’
‘국산 디젤 정통 SUV’ 감성, 50대 남성 구매율 1위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 사진=기아  | 
        
2024년 7월, 기아 모하비가 16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국내 생산 라인에서 공식적으로 퇴장했다. 전동화 전환의 거센 물결과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한 시대의 아이콘은 그렇게 조용히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신차 시장에서의 부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종된 모하비는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현역’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 사진=기아  | 
이러한 ‘가치 역주행’ 현상의 중심에는 대한민국 50대 남성들이 있다. 현대인증중고차 시세 조회 서비스 ‘하이랩’의 최근 6개월간 거래 데이터 분석 결과, 모하비 구매자 중 25.1%가 50대 남성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40대 남성(21.8%), 30대 남성(14.4%)이 뒤를 잇는 수치로, 모하비가 전통적인 ‘패밀리카’ 수요를 넘어 ‘아버지의 마지막 로망’ 혹은 ‘소장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여성 구매자 비율 역시 50대(7.9%)가 가장 높았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 사진=기아  | 
이 열기는 구체적인 시세 데이터로 증명된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판매된 ‘모하비 더 마스터’ 모델은 주행거리 3만km의 무사고 차량 기준, 평균 3,062만 원에서 5,317만 원 사이의 안정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행거리가 1만km 이하인 사실상의 ‘신차급’ 매물이 3,157만 원에서 최대 5,484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반면 10만km 이상 주행한 차량도 2,537만 ~ 4,497만 원 선을 유지하며 견고한 감가 방어율을 보인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 사진=기아  |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진 모델은 2021년식으로, 전체 거래의 49.6%를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06건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경북(29건), 인천(28건), 경남·충남(각 27건) 순으로 나타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SUV 수요가 여전히 강력함을 입증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중고 시장의 열기가 신차 판매 시점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모하비는 단종 직전 몇 년간 판매 부진을 겪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1만 1,633대가 판매되며 선방하는 듯했으나, 2024년 4월에는 월 판매량이 257대 수준으로 급감하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신차일 때는 ‘사골 모델’, ‘낮은 연비’ 등으로 비판받던 차가, 단종과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모델’로 격상된 것이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 사진=기아  | 
그렇다면 50대 남성들은 왜 하필 지금, 단종된 모하비 더 마스터를 찾는 것일까? 답은 ‘대체 불가능성’에 있다. 모하비는 국산 SUV 시장에서 ‘V6 3.0리터 디젤 엔진’과 ‘프레임바디’ 구조를 동시에 제공하는 유일무이한 모델이었다.
2021년식 기준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를 발휘하는 S2 디젤 엔진은 다기통 엔진 특유의 묵직하고 여유로운 주행 질감을 선사한다.
이는 4기통 디젤이 주류가 된 현재 시장에서는 다시 경험하기 힘든 ‘감성의 영역’이다. 유일한 프레임바디 경쟁자인 KGM 렉스턴이 2.2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 사진=기아  | 
또한, 모노코크 바디가 대세가 된 시장에서 모하비는 차체 프레임 위에 캐빈(승객 공간)을 얹는 전통적인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끝까지 고수했다. 이 구조는 전장 4,930mm, 전폭 1,920mm, 전고 1,790mm, 휠베이스 2,895mm의 당당한 차체에 견고한 내구성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부여한다.
물론 도심 주행에서는 모노코크 방식의 팰리세이드보다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캠핑 트레일러 견인이나 비포장도로 주행 등 아웃도어 활동에서는 비교 불가능한 신뢰를 제공한다.
결국 모하비의 단종은 단순한 모델의 퇴장이 아니었다. 이는 국산 V6 디젤 정통 SUV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 사건이었으며, 50대 남성 소비자들은 이 ‘마지막 순수 SUV’의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것이다.
![]()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 사진=기아  |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모하비는 10년 이상 시장을 지켜온 상징적 모델”이라며 “생산이 중단된 지금,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브랜드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으며 시세는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일부 인기 매물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동화의 파도 속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지녔던 이 거대한 SUV는 이제 국산 SUV의 역사적 아이콘으로 시장에 남게 되었다.
김하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