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 되니 "비켜, 이젠 내가 할게"

법안톺아보기

의류업 블랙야크·타미힐피거 등 일방적 직영점 전환 논란

재수 의원, 일방적 계약해지 막는 대리점법 개정안 발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대리점'입니다. 가령 A동네에 있는 똑같은 의류브랜드 가게가 B동네에도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게이름은 똑같지만 주인은 다릅니다. 대리점은 타인의 위탁을 받아 매매를 하는 도매상의 일종으로 브랜드 이름은 같아도 개별 매장의 주인은 제각각입니다.


대리점주들에게 본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자, 내 물건을 당신이 대신 팔아주세요"라는 계약을 체결하고 본사로부터 물건을 받아 판매하고 그것이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수단이 됩니다.


우리는 일상처럼 본사의 대리점을 향한 갑질논란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침대로 유명한 시몬스 본사가 대리점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변경을 통보했다가 대리점주들과 해당 문제를 합의했다는 소식. 막걸리로 유명한 국순당이 대리점 갑질 혐의로 수년 간 재판 끝에 무혐의를 받았다는 뉴스. 가구로 유명한 한샘이 부엌·욕실 판촉비를 대리점에 떠넘기기를 했다는 논란 등 무수히 많은 본사의 갑질관련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워치

본사의 갑질이 워낙 횡횡하다보니 3년 전에는 관련법도 탄생했지요. 바로 '대리점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입니다. 남양유업이 재고량 수급을 강요한 일명 밀어내기 사건으로 탄생한 법안은 2016년 12월부터 시행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본사의 갑질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장사 잘 되니 내가 영업할게"

또 다시 을의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대리점들은 요즘 이 이유 때문에 고민이라고 합니다. 바로 본사의 일방적인 직영점 통보입니다.


아웃도어브랜드로 유명한 블랙야크는 국내의 한 대리점의 매출이 오르면서 본사가 일방적으로 해당 매장을 직영점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대리점주가 초기 투자비용 1억7000만원을 들여 영업을 했고 매장이 오픈한지 몇 개월 만에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며 "그러자 블랙야크 본사는 점주와 협의 또는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직영화를 추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재수 의원에 따르면 해당 대리점은 블랙야크 본사와 다시 계약 체결을 하면서 기존 대리점을 직영점으로 운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리점일 때보다 수익률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전재수 의원은 "대리점으로 운영할 때 부담하던 인건비, 운영경비 이런 부담은 점주가 그대로 책임지고 직영화로 인해서 발생하는 수익률만 본사 마음대로 조정을 하면서 점주가 가져가야 될 이익의 상당 부분을 본사가 들고 가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랙야크뿐만이 아닙니다. 전재수 의원에 따르면 의류업체 한섬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지앤에프(현대G&F)는 타미힐피거라는 미국 의류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현대지앤에프가 계약종료를 앞둔 타미힐피거 대리점 7곳에 일방적으로 직영점 전환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당시 국감에서 전재수 의원은 "일방적으로 직영화 통보를 받은 대리점주들이 길 거리에 나앉게 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는데요.

블랙야크·타미힐피거 사례…사라질까

비즈니스워치

국정감사에서 신랄하게 대리점 본사의 갑질 행태를 비판한 전재수 의원은 한 달 뒤인 11일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등 10명의 의원들과 함께 대리점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행 대리점법에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공급업자인 본사가 거래를 중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개정안은 본사의 일방적인 직영점 전환 등 부당한 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급업자가 대리점거래를 부당하게 중단·거절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대리점거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절차적 사항을 시행령 등 법령에 명시해 공급업자의 부당한 거래 중단으로 인한 대리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신설된 내용에 따라 공급업자인 본사는 대리점계약을 해지하려면 최소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둬야 합니다. 또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한 사실을 대리점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계약해지 사유를 대리점 쪽에서 해소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이상 대리점에 통지해야 합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과 같이 본사의 일방적인 대리점 계약해지 및 직영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네요.

 

김보라 기자 bora5775@bizwatch.co.kr

2019.11.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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