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절박하면 망합니다"

투더리치

창업‧경제 유튜버 신사임당 인터뷰


스마트스토어 창업 가이드 유튜버

"창업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작업"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 한 장씩은 품고 다닌다죠. '존버'만이 답은 아닌 회사 생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울컥할 때마다 퇴사하고 내 사업 시작할까 하는 생각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귀엽고 소중한 월급으로 한달 살이하기 바쁘지만 또 막상 창업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인데요.


창업은 처음이니까. 현실감 떨어지는 몇백억 벤처 성공 신화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돈 버는 이야기 먼저 들어보면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돈이 되게 만드는 바로 그 방법. [투더리치]가 창업의 A to Z를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창업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전해드립니다.[편집자]

비즈니스워치

제가 창업한다고 했을때 들은 말이요? "야 니가 무슨... 치워!"

신사임당은 다소 특이한 유튜버입니다. 그가 올리는 영상에선 요즘 잘나가는 유튜브 영상과 달리 화려한 CG(컴퓨터그래픽)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흔한 자막마저 최소한으로 줄여서 넣고요. 미니멀리즘(minimalism) 영상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신사임당의 콘텐츠 내용만큼은 미니멀리즘이 아닙니다. 자신의 오픈마켓(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G마켓 등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 판매하는 형태의 온라인 쇼핑몰) 창업 노하우를 친구에게 그대로 전달, 무자본 창업이 월 매출 1000만원을 넘기기까지 과정을 그대로 담아낸 ‘창업 다마고치’ 영상 시리즈는 이미 오픈마켓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바이블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경제방송국 PD로 일했고, 현재는 성공한 1인 사업가인 신사임당. 요즘은 거물 주식투자자부터 파워블로거까지 ‘돈’과 관련된 인물이라면 누구든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주고 있는데요. 그가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한 창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물었습니다.

한국경제TV PD로 일했다고 들었습니다. 큰 방송국 다니다 갑자기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회사에서는 제가 메인이 아니었어요. 아이디어 기획안을 많이 썼지만 위에서 통과되질 않더라고요. 열심히 일한만큼 급여가 오르지도 않았고요.


그러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게 됐어요. 당시 제 월급이 세전 180만원, 세후 160만원 정도였는데 이 월급으로는 가계를 유지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추가 소득을 만들기 위해 창업하게 된 거죠.


첫 사업은 스튜디오 임대업이었죠.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정했나요.


복잡한 고민은 없었어요.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했고, 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냥 한 거예요. 일단 저는 모아놓은 돈이 적어서 상가권리금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1층 상가를 알아보니 월세가 엄청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건물 4층, 5층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뭐가 있을까 찾아봤죠. 그렇게 사업 아이템의 범위를 줄여나가다 스튜디오 임대 사업까지 가게 된거에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창업 성공 사례로 유명한데요. 이건 어떻게 시작했나요.


임대 스튜디오 1호점이 월 1000만원 정도로 수익이 올라왔고, 2호점을 내면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때 자사몰(내가 주인인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서 몇 가지 아이템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망했어요. 블로그, 인스타그램 마켓도 시도했었는데 다 잘 안됐죠.


스마트스토어도 처음에는 안됐어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쇼핑몰 네 개가 망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파고들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죠.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아 이건 되는구나’, ‘이건 안 되는구나’ 찾아가면서 막연하게 시도했었어요. 그러다 다섯 번째 쇼핑몰에서 처음 성공했어요.


계속되는 실패에도 쇼핑몰 창업을 계속해서 시도를 한 이유가 뭔가요.


제가 스마트스토어를 처음 할 때 아예 돈을 들이지 말고 시작하라고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열 번을 시도를 해야 한번 될까 말까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창업을 시작하고 사는 게 너무 힘들었고 뜻대로 잘 안풀리다보니 궁지에 몰렸어요. 이 때 내가 편의점에서 12시간 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저는 PD로 일할 때 생방송을 많이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기술자죠. 그런 사람은 방송국의 시스템이 없으면 쓸모가 없는 사람이에요. 방송 장비에 종속된 삶이었죠. 그러니까 제가 회사 밖에서 할 줄 아는 게 없잖아요.


만약 제가 가진 게 있었으면 그것부터 팔았을거에요. 예를 들어 제가 글을 잘 썼으면 ‘글 잘쓰는 법’을 팔았겠죠. 하지만 제가 뭘 할 줄 알겠어요. 그러니까 물건을 팔았어요. 물건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거니까. 전 가진 게 없으니까 스튜디오도 만들어야했고, 물건도 구해서 팔아야 했죠.


창업에 필요한 요소는 뭔가요. ‘이런 사람은 창업을 해도 된다’든가.


첫 번째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창업에는 무조건 시간이 들어가니까. 내가 다른 것 하느라 바쁘면 창업을 못하죠. 그렇게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회사생활 하는 게 맞아요.


반대로 회사 다녀와서 넷플릭스 보고, TV 보고, 게임 할만큼 시간의 여유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창업할 만하죠. 어차피 버리는 시간이니까. 그 시간을 전환하면 생산성이 확 올라가잖아요. 물론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면 창업에 집중하기는 힘들어요.


제 경우에는 취미를 가져보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취미가 안 생기더라고요. 사람 만나도 즐겁지 않고, 술자리 가면 빨리 집에 오고 싶고. 컴퓨터 켜고 일하고 싶었죠. 그런 사람이라면 창업을 시도해보는 게 좋아요.


두 번째는 생계가 해결되어 있는 사람. 자영업의 성공 확률이 10%라고 하잖아요. 처음에는 ‘내가 이 10%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할까’, ‘진짜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이게 실수였어요. 그러니까 삶이 피폐해지더라고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에요. 그 이후 장사가 잘 안됐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동업한 사람이랑 엄청 다투게 됐고, 동업자가 투자한 원금을 제가 4000만원 빚내서 다 물어줬죠. 그러고 나니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후에 시도했던 쇼핑몰 창업은 네다섯 개가 망해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시도한 쇼핑몰 창업이 백번 망했다고 해서 제 삶에 큰 피해가 있었을까요? 쇼핑몰 한번 창업하는데 20~30만원 들었는데.


창업 성공 확률이 10%라고 하면 최소 100번은 시도할 수 있을 만한 자원을 내가 가지고 있어야죠. 이 리스크를 내가 무한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이는 게 중요해요.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까요.


자기가 하려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사람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아보세요. 예를 들어 의류 쇼핑몰을 할 거라면, 큐레이션을 해서 여러 채널에 올려보는 거에요. 내 큐레이션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만족하는지 테스트 해보면 되겠죠.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고른 패션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에 계속 올려 돈 안내는 손님을 모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좋아요’는 돈이 안 들잖아요. 내가 어느 정도 센스가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거에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인테리어 쇼핑몰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만든 인테리어 공간(임대 스튜디오)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왔어요. 그러니까 매장을 3호점까지 늘렸겠죠. 근데 왜 저는 처음에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이상한 걸 팔았을까요? 내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를 그땐 미처 몰랐던 거에요.


내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겠나요. 예를 들어서 식당을 차리고 싶다면 내 음식을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야할 것 아니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안 드는 테스트를 많이 하는 게 좋습니다.


스마트스토어 창업, 지금은 이미 레드오션 아닌가요.


그게 문제가 있을까요? 장사는 인간이 생길 때부터 있었잖아요. 스마트스토어는 장사 수단 중 하나일 뿐이에요. 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어차피 홈페이지는 만들어야 하잖아요. 내 홈페이지 대신 스마트스토어를 쓴다는 거지, 꼭 스마트스토어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사업도 바쁜데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제가 사업을 하다 망하면 다시 방송국에서 일 해야 하는데 퇴사했던 2016년 이후로 PD로서 제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했어요. 만약 재입사를 하려면 그 공백을 메울 경력이 필요하잖아요. 다시 방송국에 가게 될 때 뉴미디어 PD를 해봤다는 경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한 거예요.


돈 많이 벌었나요. 많이 번 돈으로 앞으론 뭘 할 계획인가요.


그렇죠. 회사 다닐 때보단 많이 벌었죠. 다른 쇼핑몰도 준비하고 있고, 다른 사업도 하고, 건물도 샀어요. 요즘은 유튜브에서 제가 얘기했던 내용들 정리해서 책을 쓰고 있어요.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첫 창업은 당연히 실패하게 될 거고,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 창업 계획에 실패를 포함해야 해요. 내가 성공하는 것만 계획에 포함하고 진행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실패를 만났을 때 극복하기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예상 가능한 실패는 시나리오를 그리듯 다 적어놓으세요. 그리고 그 실패를 만났을 때 미리 적어놓은 계획대로 빠르게 수정해나가세요. 많이 실패를 할 것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민주 기자 mjbae@bizwatch.co.kr

송승현 기자 shsong@bizwatch.co.kr

2020.05.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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